아까 아들놈 재우다가 같이 초저녁잠이 들었다가 어중간한 11시쯤 깨버렸습니다. 다시 잠이 와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아 미뤄뒀던 여행기 쓰고 자려구요. 이제 독-오-체 여행기의 대단원입니다. 이번에는 체코에서 아침에 일어나 독일로 오는 여정과 귀국길 풍경의 스케치입니다. 대단한 내용은 없고 소소한 내용들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싸고 체크아웃한 후에 프론트에 맡겨두고 안델역 근처를 둘러보기로 합니다. 길지 않은 일정이라 안델역 근처에서는 그냥 저녁 맥주만 해결했지요. 할인매장 테스코가 안델역에 있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보고 찾아 나섭니다. 왠지 집히는 곳이 있어서요.(묵었던 악센트 호텔은 와이파이가 공짜, 속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넓은 방, 쓸만한 아침, 공짜 와이파이인데.. 1박에 5만원. 체코 브라보~!!)
역시.. 이곳이군요. 지나가다 언뜻 봐도 몰같은 분위기였어요. 극장과 각종 상점, 테스코까지 입점한 복합몰입니다. 타임스퀘어나 코엑스몰급인듯.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들도 있고 테스코같은 익숙한 이름도 있습니다.
보기 좋게 시원하게 디자인한 첨단 건물이네요.
사랑하는 필스너 우르켈은 체코에서도 제법 비싼 축입니다. 500밀리 한캔에 1500원이니까요. 어제 밤에 들렀던 식당의 맥주 가격이 다시 생각납니다. 완전 착했던 가게.
부드바이저 부드바르,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만드는 이 맥주는 미국의 안호이저부시와의 오랜 상표권 소송끝에 당당히 버드와이저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500밀리에 1100원 정도. 맛을 보려고 한캔 샀는데.. 미국 버드와이저는 그냥 묻어버리는 맛입니다. 필스너보다 부드럽고 섬세한 맛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맥주의 심지가 살아있습니다.
체코 사람들, 아니 독일을 비롯한 동유럽 사람들은 말린 무화과를 좋아하나 봅니다. 우리나라 곶감 팔듯이 엄청 쌓아놓고 팔고 있네요. 우리나라에도 건무화과가 맥주안주로 수입됩니다만.. 그건 딱딱하구요. 얘네는 말랑말랑 촉촉 달콤합니다.
다른 견과류도 많은데 아마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린 선물용이나 실사용 목적인듯 싶었습니다.
궁금한 거 몇가지와 물을 사들고 나섭니다. 건무화과와 호두는 싼맛에 샀고 맥주와 물은 필수품. 그리고 한번 먹어보면 우리나라 웨하스는 불량식품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체코 웨하스도 샀지요. 먹어보니 맛이 진합니다. 뭐랄까.. 웨하스는 어린이들이 먹는 그런 우스운 과자가 아니었던 거죠.
호텔로 다시 돌아옵니다. 3일이나 묵어서 왠지 정이 들어버렸습니다.
지하철역 입구가 호텔 바로앞이라니.. 감사한 위치입니다. 저 곳으로 들어가 중앙역인 흘로브니 나드라지로 향합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뉘른부르그로 간 후에 특급열차인 ICE를 타고 다시 뮌헨으로 갑니다.
중앙역입니다. 유유히 산책하는 시민들을 보며 잠깐 부러워 하지만 저들은 여행하는 저를 부러워하겠지요.
점심을 때우려고 들렀습니다. 독오체를 다니다 보면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음식은 피자와 케밥, 아니면 파스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시스템. 패스트푸드라고 무시하다가 살짝 충격 받았습니다.
마치 일류식당에서 나온것 같은 이 비쥬얼. 토마토 소스 펜네에 아낌없이 치즈도 뿌렸네요. 맛을 봅시다.. 음.... 이맛은....
역시 짭니다. 짜요. 여지없이 짭니다. 얘네들은 소금을 듬뿍 쳐야 요리가 되는줄 아나 봅니다. -_-;;
일전에도 언급한바 있지만 맥주는 이뇨작용에 짱입니다. 폭포처럼 분출하지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전세계 맥주 소비국 1 위의 체코는 아마도 이런 이뇨작용때문에 몸안의 염분배출이 활발할 수밖에 없고 탈수 방지를 위해 모든 음식이 짠게 아닌가 싶습니다.(독일도 마찬가지) 게다가 그냥 먹으면 짜지만 맥주 안주로는 적당할 것도 같은 염도예요. 미묘합니다. 고향의 밥이 그리워지면 돌아갈 시간이라는 증거지요.
체코에서 배운 교훈. 늦기전에 싸둬라. 교훈을 실천하려고 화장실에 갑니다. 600원 내라네요. 이럴줄 알고 동전을 남겨뒀습니다. 참고로 체코 크로네는 유로로 바꾸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돈입니다. 그리고 유로로 계산하면 체코 돈보다 비쌉니다. 저 문구만 보면 한 150원, 200원 정도 비싼듯.
돈이 없으면 싸지도 못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이게 유럽의 방식이라면 따라야죠. 그나마 체코가 제일 쌉니다.
뉘른부르크로 가는 버스에 오릅니다. 이층 버스네요. 좁아보이는 좌석과 달리 하지장이 긴 유럽인들을 배려한 버스라 레그룸이 넉넉합니다.
커피드릴까요? 그러길래 고맙습니다.. 그랬더니 돈을 달라는군요. 아뿔싸.. 어제 카를로비 바리 가는 버스에선 공짜였는데 역시 독일버스로 갈아타자마자 물가가 확 뛰는군요. 체코 만세. 독일 너무해.. 흑..ㅜ.ㅜ 그래도 나쁘지 않은 커피맛에 쓰린 속을 달랩니다.
잠깐 내려가본 1층은 넉넉한 공간의 1등석.. 다음번엔 이걸 끊어볼까 봐요.
예정보다 조금 빨리 뉘른부르크역에 도착했습니다.
네시간 넘게 걸렸네요. 그래도 이정도면 양호한겁니다.
독일의 특급열차 ICE(이체)를 탑니다.
기차도 구조가 좀 재미있네요.
다시 뮌헨 중앙역에 내렸습니다. 왠지 고향에 온것 같은 느낌이군요. 역안에 개를 데리고 들어온 사람이 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동유럽에서는 저런 대형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길가에서 노숙을 하거나 구걸을 하는 사람들중에도 꽤 많더군요. 체코에서도 독일에서도 봤습니다. 길가에서 온기를 나누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인지 믿고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마음을 나누는 소울 메이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런 분들을 보면 짠합니다. 그리고 사람보다 개가 낫다는 생각도 잠시 들구요.
잘생긴(무서운) 개입니다.
호텔에 짐을 두고 어슬렁 거리며 다시 마리앤플라자로 왔습니다. 저녁을 고민하다 맥도날드 한번 가보자..하고 왔더니 가격이 ㅎㄷㄷ 하네요. 우리돈으로 12,000원 정도를 주고 세트를 시켰습니다.
12,000원짜리 세트.
햄버거는 확실히 먹을만합니다. 패티가 확실히 다르네요. 이정도면 요리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먹고나서 이리저리 쏘다니다 다시 호텔로 돌아옵니다. 오는길에 욜마에 들렀더니 청어를 절인 느낌이 나는 것을 바게트빵에 끼운 묘한 샌드위치가 있더군요.
이녀석입니다. 살짝 비릿하긴 하지만 시메사바를 끼운 샌드위치 맛입니다. 먹을수록 땡기네요. 체코에서 공수한 버드와이저 안주 삼아 꿀꺽 먹어치웁니다. 바게뜨빵도 고소하니 맛있네요. 이쪽 빵들은 아무데서나 사고 먹어도 기본은 다 합니다. 하기사 이 친구들은 이게 밥이죠.
젤리도 좀 더 샀습니다. 더 사오지 못한게 아쉽네요. 벌써 다 먹어버렸다는.. 맥주 한잔과 함께 하루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지나온 시간이 꿈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슬슬 가족과 한국이 그리운 시점이군요. 적당한 여행 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은 어제 청어 절임 샌드위치를 산 욜마에서 해결합니다. 햄과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 이것도 제법 먹을만 합니다.
3,000원쯤 들이면 한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 바쁜 사람들, 가난한 배낭여행객들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공항가는 버스를 타고 뮌헨 시내를 지납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그러고보니 뮌헨에서는 저런 트램이나 버스, 지하철을 타보지도 못했네요.
창밖으로 공동묘지가 지나갑니다. 공항까지는 1시간이 채 안걸리는군요. 공항에 도착해서 그동안 뮌헨에서 산 물건들의 택스 리펀드를 받으려고 이리저리 다닙니다.
패스포트 컨트롤 뒤로 가라네요. 허허.
택스리펀드 관련해서 좀 불편이 있었는데 말이죠. 일정 금액 이상의 쇼핑을 하면 가게에서 택스 리펀드 양식을 끊어줍니다. 이걸 가지고 공항에 가서 환급받으면 되는데 이게 좀 까다로워요. 우선 물건을 부치기 전에 택스 리펀드 관련 부서에서 스탬프를 받아야 합니다. 주머니 칼이나 짐에 넣어서 붙일 물건이 있으면 꼭 부치기전에 들고가서 세관에 보여주고 확인도장을 받아야지 아니면 도로묵. 그냥 포기해야 합니다. 핸드캐리하는 물건같은 경우엔 출국심사를 받은후에 있는 세관에 가서 다시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구요. 이게 모르는 사람은 그냥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불편합니다.
출국심사를 합니다.
그나마 더 비싼 물건을 환급받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10유로쯤 받은거 같네요. 저 스탬프를 받아야 환급해 줍니다.
환급은 이런 창구에서..
자, 이제 다 끝났네요.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간의 피로와 기억들이 슬슬 쌓여서 몸이 좀 무거워집니다. 비행기에 타니 옆자리에 승무원삘이 나는 젊은 아가씨가 앉았네요. 들고있는 책을 보니 한국어책. 혹시나 싶어 물어보니 루프트한자에서 일하는 한국인 승무원입니다. 10시간 넘는 비행시간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물어도 보고 듣기도 하면서 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건데 역시 독일 기업이 참 합리적이고 인본주의적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달이면 열흘정도 비행을 하고 나머지는 휴가나 쉬는 시간인데 한번 들어오면 나갈 생각을 안한다는군요. 그래서 너무 좋다고.
칼이나 아시아나 승무원들이 틈만 나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비행 중간에 필요한 것이 있어 갤리에 갔더니 손님이 오거나 말거나 흘낏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대화에 열을 올리는 승무원들을 보면서 회사의 서비스 마인드가 한국과는 역시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필요한게 있으면 주고 필요 이상의 서비스는 절대 없더군요. 고객이 컴플레인을 해도 승무원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고 합니다. 노는 날 많아, 전세계 여행을 거의 공짜로 해. 승무원 대우 좋아. 누가 그만두겠습니까? 아주 꿈의 직장입니다. 대신 세금은 50%에 가깝게 뗀다고 하네요. 월급 받아서 세금 떼고 나면 남는게 없다고. 그래서 가정들마다 검약이 몸에 배어있다고 합니다. 왠만하며 불도 안켜고 보일러도 안틀고 산다네요. ㅎㅎㅎ
그리운 우리나라에 다시 왔습니다. 항상 여행의 마무리는 이 시계 샷이죠.
독오체 3국을 여행할 계획을 세울때만 해도 막막했습니다만 생각보다 쉽고 편하고 재미있게 여행을 마쳤습니다. 호텔 예약과 이동하는 교통수단만 잘 고르면 유럽 여행은 그리 어렵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한버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재미있는 여행이었네요. 최근에 일생에 한번은 동유럽을 만나라(최도성 지음)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주로 체코에 관련되 내용이 많은 책인데 아주 훌륭한 가이드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다녀와서 읽어보니 제가 지나온 곳들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 인물들의 사연이 흥미진진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더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아요.
어째 여행의 마무리는 심심하게 끝난 것 같습니다만..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은 재미있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요 다음엔.. 얼마전에 다녀온 보라카이 가족 여행기를 써보겠습니다. 엄동설한에 땀 뻘뻘 흘린 이야기도 꽤나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제 슬슬 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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