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쯔음 그냥 깔끔한 시계나 한 번 사볼까하는 생각으로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친한 형이 남자가 오토매틱 시계 정도는 차야지라며 술자리에서 펌프질을 한 게 한 원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단은 재미삼아 찾아보기 시작했지요.
사실 이쁜 것,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집착이 좀 있는 편입니다.
미란 가치가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차근차근 알아가면서 느낀 것은 시계 전문 메이커들의 미적 감각이 소위 패션워치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점이었습니다.
무브의 우수함이나 피니싱같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그 당시에는 입문용으로 프콘이나 모리스 라크르와를 보고 있었습니다. 참 이쁘더군요.
사람이 간사한 것이 처음엔 가격에 맞춰서 보다가 메이커를 알아가면서 신세계가 열리더군요.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것들이 주로 눈에 들어와서 펌프질을 많이 받진 않았네요.
태그호이어도 생각을 했었는데, 처음 알던 때보다 가격이 많이 올라서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땐 정장을 좋아할 때라...
그러던 중 그냥 한 눈에 반해버린 첫사랑이 생겼습니다.
'널 꼭 내 것으로 만들겠어'
예산이 몇 배가 뛰더군요.
그 때부터 계획을 세웁니다. 한 달에 얼마씩 아끼고 아르바이트를 얼마를 더 뛰어야 하는가. 마통에서 한 번 땡겨볼 것인가 등등.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너무 시계에 끌려다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시계에 대해 너무 부담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연애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자신을 가꾸는 일이라고들 하지요.
'내가 좀 더 저 너를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왔을 때, 그 때 너에게 갈게...'
그렇게 수년이 지났군요. 저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진입하고 되었네요.
처음엔 똑같았습니다. 그냥 입문용 시계나 사보자.
그래서 꽤 좋아했던 라크르와 폰투스나 태그호이어 링크로 시작해볼까, 아님 내가 좋아하던 오메가 모델로 시작해볼까.
그렇게 해서 씨마 신형 추천도 받고, PO 얘기도 하면서 실착을 해보러 갑니다.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납니다.
첫사랑은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을 했더군요.
화사하면서도 화려하게 과시하지 않으며, 깔끔한 모습은 변함이 없었지만, 오히려 더 젊어진 듯 했습니다.
이번에 시계를 들이고자 함은, 제 인생에서 일련의 과정을 마친 저에게 제가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지만, 이런 의미를 곰곰히 되새겨보니 정말 좋아하는 것을, 평생 데리고 갈 것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첫사랑을 맞이할 때가 무르익은 것이지요.
지금이 바로 당당하게 곁에 둘 수 있으면서, 잘 아껴줄 수 있을 때가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첫사랑이 잘 아프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크게 아플 때가 있어 한 번 아프면 입원을 몇 달 씩 한다더군요.
또, 다른 시계들이 유혹을 합니다. 말만 하면 누구나 아는 명문가 자제도 있었고, 정말 만나기 힘들지만 한 번 만나면 너무 매혹적이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첫사랑을 잊을 수는 없었습니다.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인가 봅니다.
그렇게 첫사랑을 모셔온지 1주가 되었네요.
평생 아껴주렵니다.
ps. 아이폰이라 사진 퀄리티가... ㅠㅠㅠㅠㅠㅠ 잘 표현해주지 못해 미안해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