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2] Ralph Lauren
안녕하세요? 피쿠스 K님에
이어 포스팅 시작하겠습니다.
이미 피쿠스 K님께서 가장
핫한 브랜드를 올려주셨는데
저는 일단 워밍업 차원에서 타임포럼 회원님께서 가장 관심을
덜 가질 브랜드부터 시작합니다.
"도대체 왜 시계를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 랄프 로렌입니다.
랄프 로렌은 그 이름 아래 여러 브랜드를 가진 패션 그룹이죠.
이미 조르지오 아르마니, 에르메스, 샤넬, 구찌, 발렌티노, 베르사체, 페라가모 등 이름난 패션 브랜드들이
그들 이름의 로열티를 내걸며 타이멕스 등 시계 회사와 손잡고 저가 혹은
중저가 시계를 내놓은 상태에 랄프 로렌은 가장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습니다.
선택(아직 생존해 있는
그의 선택이 되겠죠)은 리치몬트 그룹과 손잡는 거였습니다.
랄프 로렌 그룹의 자료에 따르면(investor.ralphlauren.com-매출 상황 좀 볼랬더니 시계 주얼리 분야의 구체적인 매출은 찾을 수가 없더군요. - - 제가 못찾는건지)
2007년 5월 5일 더 폴로 랄프 로렌이
리치몬트 그룹과 장기 파트너쉽을 맺고
50:50 합작으로 더 폴로 랄프 로렌
워치 앤 주얼리 컴퍼니를 설립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시계는 2008년 가을에 론칭,
2009년 SIHH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그때 나름 기대를 가지고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갔는데요. 단 3개 컬렉션을 소개했고
그것들은
피아제 씬무브먼트 탑재, 로마자
인덱스, 기요셰 다이얼에 아주 얇은 슬림 클라시크 컬렉션,
예거 르쿨트르 무브먼트 탑재, 승마를 테마로 삼은 랄프 로렌 브랜드 이미지를 살린 스티럽 컬렉션,
예거 르쿨트르 또는 IWC
무브먼트를 탑재한 나름 자동차를 좋아하는 랄프 로렌의 취향을 드러냈다는 스포팅 컬렉션이었습니다.
당시 느낌은 이랬습니다.
리치몬트 그룹 내 시계 브랜드는 알게 모르게 협력하고 있지만 나름 독자성을 가지면서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장점을 조합하면 환상적인 시계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랄프 로렌 시계가 그랬습니다. 까르띠에 디자인에 피아제 씬무브먼트를 결합하는 식으로
랄프 로렌은 시계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안정적인 무브먼트를 취해서
좋고
리치몬트 그룹은 재고를 소진하든 각 브랜드의 대표 무브먼트 생산 물량을 더 키울 수 있기도 하고 재고를 소진시킬 수도 있어서 좋고...
그렇지만 그 덕에 시계 가격은 바로 1천만 원대를 오갔죠.
랄프 로렌이 가죽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시계 스트랩은 시계 관련 브랜드에서 만듭니다.
그러니 가죽 스트랩을 만져봐도 좀 모자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아무리 블랙 라벨, 퍼플 라벨 등이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폴로로 알려진 대중적인 패션 브랜드입니다.
더욱이 한국은 라이선스 아이템도 생산하는지라 더욱 그런 생각이
들죠.
1천만 원대를 넘은 가격이라면 아무래도
전문 시계 브랜드로 눈길, 손길이 가겠죠.
어쨌든 시계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그 가격에는 사기 힘들다’ 했지만
일반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인지도는 무시할 수가 없는 듯
랄프 로렌은 뉴욕, 파리,
도쿄 등에 있는 거대한 랄프 로렌 부티크를 새롭게 개조하면서 시계와 주얼리 코너를 번듯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2011년 뭔가 나오겠지
기대했는데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가격을 더 높인 시계들을 잔뜩 내놓았죠.
그렇다면 2012년은 어땠을까요?
역시나 변함 없습니다. 사이즈와
마무리만 조금 바꿨을 뿐입니다.
Slim Classique
슬림 클라시크는 아르 데코 스타일입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2009년 처음 봤을 때 딱 까르띠에 느낌입니다. 까르띠에 특유의 철길만 추가하면...
대신 피아제 울트라씬 무브먼트를 사용해서 얇은 것이 아름답긴
합니다.
하지만 런칭 당시에는 까르띠에에 마땅히 얇은 버전이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는 점점 얇게 만드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던 까르띠에에서도 얇은 발롱 블루, 탱크를 내놓아 경쟁력이 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다이얼과 베젤까지 기요셰 처리를 한 건 그나마 독특해 보였는데...
이 모델은 뉴욕 매디슨 애비뉴 867번지 랄프 로렌 플래그쉽 스토어에 영감을 받은 사각형 시계입니다.
지름 27.5mm로 소개했는데 올해 32mm 사이즈도 소개합니다. 브레게 스타일 핸즈로 더 클래식한 이미지입니다.
패션 브랜드답게 강렬한 색의 새틴 스트랩도 사용합니다.
Stirrup Collection
말 안장 양쪽에 발을 거는 등자 형태를 그대로 딴 케이스를
가진 시계입니다.
랄프 로렌 디자이너의 철학을 담았다는군요. - -
올해 예거 르쿨트르의 컬럼휠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750을 탑재해 크로노그래프 버전을 내놓았습니다.
패션 브랜드답게 화이트 소가죽 스트랩으로 시크하게!(보도자료에 그렇게 되어 있네요)
가격이 만만찮을 스티럽 골드 링크 버전입니다.
로즈 골드 체인….칼리버는
피아제 430 탑재했습니다.
Sporting Collection
스포팅 컬렉션에서는 2011년 다이얼에 나무를 사용한 모델을 소개했었죠.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소장한 자동차 부가티 57SC 아틀란틱 쿠페의 대시 보드에서 영감을 받았다는군요.
차는 예쁩니다. 얇은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 모두 가지고 싶어할만한 차군요. 운전하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사진 출처 인터넷-
다시 시계로 돌아가서 올해도 느릅나무의 일종인 엘름 벌우드(elm burlwood) 다이얼 시계를 내놓았습니다.
작년에 가죽 스트랩으로, 올해 스틸 브레이슬릿으로 소개했습니다.
올해 세라믹 케이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강렬한 옐로우와 레드 컬러의 고무 소재를 삽입했네요. 음..너무 강렬해 보입니다.
칼리버는 예거 르쿨트르
750 탑재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파리 RL67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케이스는 39mm와 45mm로
포금(gunmetal : 구리, 주석, 아연의 합금) 처리를 했습니다.
칼리버는 예거 르쿨트르가 만든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RL751/1 탑재했습니다.
분명 개인마다 브랜드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도대체 뭘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어떻게 나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장기 파트너쉽이라고 해도 그게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리치몬트 그룹과 랄프 로렌이 합작을 발표했던 2007년 같은 해,
스와치 그룹과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 또한 장기 파트너쉽을 발표하면서 티파니 시계 회사를 설립,
스와치에서 생산을, 판매를 티파니에서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20년간 이 관계를
잇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파트너쉽은 2011년 끝났습니다.
서로의 불만이 결국 폭발한 겁니다.
몇 년전 한 시계 매뉴팩춰에서 티파니의 뚜르비용 시계가 제작되고 있는 것을 본 사람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만은…
시계 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서 가족적인 면이 많다고
하더라도 결국 매출이 인격인 자본주의 시장의 생리를 거스를 수는 없겠죠.
2012년 SIHH에서는 던힐이 불참했습니다.
리치몬트 그룹 소속으로 예거 르쿨트르 등의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시계는 소개해왔기 때문에 전시는 했었는데
매출이나 효과나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아무튼 랄프 로렌의 행보를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