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어느 날 - 링고 칼럼을 재개하며...
2012년의 어느 날
링고 칼럼을 재개하며 올리는 인사....
시계에 푹 빠져 있던 몇 년....
그리고, 시계를 완전히 잊고 지낸 지 몇 년....
어느덧 2012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시계를 완전히 잊고 지냈으니 시계에 대해 쓸 이야기가 있을리 없습니다...
그런데 2012년의 어느날 이상하게 뭔가 끄적거리고 싶어집니다.
글 쓰는 것에 대한 어떤 열정 같은 것이 태생적으로 내게 숨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지난 시절에 대한 어떤 향수일 지도 모릅니다.
1. 2012년에 둘러본 새로운 시계들...
퓨리스트를 오랜만에 방문했더니, 몽블랑과 피아제의 브랜드 게시판이 새로 생겼더군요....
링고가 글 쓰기를 중단한 이후 가장 급성장한 브랜드들로 보입니다.
물론, 몽블랑의 경우 실질적으로는 Minerva의 시계에 몽블랑이라는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고....
피아제는 몇 안되는 자사 무브먼트를 가진 오래된 브랜드이지만, 시계매니아들에게는 보석시계 정도로 인식되어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던 브랜드입니다.
그 외에 지난 몇 년간 특별히 부각된 브랜드는 없어보입니다. IWC처럼 5년전에 인기 브랜드였던 브랜드는 지금도 인기 브랜드이고, 그때 애매했던 브랜드들은 지금도
여전히 애매한 브랜드(브레게, 블랑팡 등)들입니다. 그 때도 별로 인기가 없던 브랜드들은 여전히 그렇고 그런 시계들을 발표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5년전만 하더라도 찬반으로 인터넷 시계 사이트를 달구던 파네라이에 대한 열기가 조금 식었다는 정도가 가장 인상적인 사건입니다. 하지만, 언제가 식어버릴 인기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으므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퓨리스트의 피아제 포럼에 올라 있는 피아제의 무브먼트 사진은 고급스러운 피니싱은 눈길을 끌지만 그것이 전부입니다.
피아제의 무브먼트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링고에게는 아무런 놀라움을 던져주지 못합니다. 저 파란색 나사들은 왜 그렇게 생뚱맞아 보이는 것인지....
파란 나사는 신생 브랜드에게는 잘 어울리지만, 오래된 노포들의 무브먼트에 사용된 것을 보면 성형수술을 받은 늙은이의 얼굴처럼 왠지 썰렁한 기분만 듭니다.
더구나, 무브먼트의 사이즈에 비해 너무도 작은 밸런스는 이 무브먼트에 대해 더 알아보기도 전에 흥미를 잃고 다른 패이지로 넘겨버리도록 만듭니다.
슬림한 무브먼트가 특징인 피아제에서 마이크로로터를 채용하기 위해 밸런스가 작아진 것은 필연이지만, 그로인해 이 무브먼트는 그냥 얇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는 셈이지요....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Laurent Ferrier의 투루비용 시계(Galet Tourbillon)입니다.
낮선 브랜드이므로, 창업한 지 얼마되지 않는 독립제작자인 모양입니다.
투루비용 더블 스파이럴이라는 다이얼상의 프린트로부터 2개의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하는 투루비용이 특징이라는 정도는 상상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특별한 것이 없더라도 뭔가 특별해 보이는 기술을 한, 두가지 넣는 것이 독립제작자들이 느끼는 새로운 시계에 대한 그들의 의무감처럼 느껴집니다.
링고에게는 그런 것보다는 로마숫자를 채용한 회중시계 스타일의 다이얼과 잘 매칭되는 시계바늘, 심플하지만 이런 것들이 더 눈길을 끕니다.
참으로 클래식한 페이스의 시계입니다. 전형적인 링고취향의 시계입니다. 링고에게 손목시계는 늘 회중시계의 연장선 상에 놓여있습니다.
섭다이얼의 붉은색 표기가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평범함 속에 어떤 개성이 빛난다고 할지... 링고는 이런 것들에 매력을 느낍니다....
무브먼트의 사진입니다. 브릿지며 콕들의 디자인이 클래식하면서도 매우 새롭게 느껴집니다. 평범한 회중시계형 다이얼의 시계 뒤에
이런 멋진 광경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이젠 투루비용이 아니면 톱플레이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시대입니다.
시계가 탄생한 이래 1950년대까지 모든 시계의 원형이었던 수동 무브먼트의 가장 큰 매력은 톱플레이트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수동 무브먼트에서 톱플이트는 무브먼트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런 무브먼트의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얼굴없는 무브먼트의 시대....
간혹 얼굴을 가진 무브먼트는 이제 대부분 투루비용입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시계들의 전성시대....
우리의 시대를 후세들은 이렇게 부를지도 모릅니다.
2000년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동 무브먼트를 발표하는 곳은 랑게가 가장 눈에 띕니다.
작년에 발표했던 Lange Saxonia Thin의 무브먼트는 Richard Lange와 함께 최근 발표된 가장 매력적인 수동 무브먼트입니다.
2.9mm의 무브먼트를 슬림 무브먼트라고 부르기는 어렵겠지만, 랑게 스타일의 무브먼트로서는 얇은 것이고, 파워리저브 72시간은 그 두께를 납득시켜주는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전통적인 랑게의 무브먼트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톱플레이트의 디자인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다만, 라체트휠과 밸런스의 크기를 조금 더 키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느껴지기는 합니다.
아쉬운 점은 매력적인 수동 무브먼트를 빅 3와 랑게 등 초고가 시계들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매력적인 수동 무브먼트를 가졌던 오메가, 론진, 티솟 같은 급에서 더 이상 매력적인 수동 무브먼트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유감입니다.
파텍 필립에서 1955년도에 조립했다가 케이싱되지 않았던 16개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발견하여 3670A의 레퍼런스넘버로 발매할 밸쥬베이스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3(13-130)의 사진입니다.
빈티지 파텍 심플 크로노그래프의 대명사인 Ref. 130의 후예인 셈입니다. 다만, 시계케이스는 원형이 아닌 쿠션형태로 발매된다고 합니다.
파텍의 크로노그래프는 밸쥬, 레마니아, 그리고 최근 개발된 자사 무브먼트의 3가지가 있지만, 링고에게는 밸쥬 베이스의 크로노그래프가 가장 매력적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쓰고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크로노그래프를 설명하는 글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수동 무브먼트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맨 마지막에 이끌려 들어갈 무브먼트는 톱플레이트가 가장 화려한 수동 크로노그래프일 것입니다.
언젠가 크로노그래프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에 엄청난 자료를 모았지만, 결국 한 편도 쓰지 못하고 끝이 났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의 마지막은 크로노그래프에 할애할 생각입니다. 링고로서는 본격적으로 처음 써보는 크로노그래프의 역사와 명품 무브먼트들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링고의 복귀 첫 컬럼은 링고가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심플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 저물어버린 수동 무브먼트의 시대
이제 빅3와 랑게를 제외하고 심플 수동 무브먼트를 제조하는 브랜드는 거의 없습니다. 링고가 오랫동안 랑게에 열광한 이유의 하나는 랑게가 1815 라인을 통해
정말 오랫만(50년?)에 새로운 심플 수동무브먼트를 개발했었기 때문입니다. 필립 듀포의 매력도 심플리시티의 심플한 수동이 그를 통해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랑게와 필립 듀포이후 이제 심플한 수동 무브먼트를 만드는 브랜드나 시계장인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모두들 심플 수동 무브먼트 대신에
투루비용을 만들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려고 하면 만들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인데, 수동 무브먼트를 만들어서 큰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동 무브먼트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 가능한 유일한 선택이 1940년대 ~ 1950년대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글에서 끝마친 링고의 칼럼을 이제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글로 새로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다음 글의 주제는 '수동 무브먼트 전성시대'에 관한 것이며, 손목시계의 역사에 등장했던 매력적인 수동 무브먼트들을 순례하는 글이 될 것입니다.
2012년 2월 25일
링고
사족 :
실은 얼마전 아버님이 귀천하셨습니다. 그 전에 아버님은 폐암으로 약 2년간 투병생활을 하셨습니다. 병상 옆에 앉아서 아버님을 지켜보면서...
링고도 이제 머지 않아 그런 투병을 거쳐 죽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거의 매일 했었습니다. 아버님은 80년의 인생을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오신 것일까?
그냥 아이들 키우면서, 남들처럼 살다보니 병상에 누워서 차츰 의식을 잃어가시는 것일까? 정말 오랜 시간을 그렇게 멍하니 앉아서 한 때 그렇게 커보였던
아버님이 한없이 작아져 가는 것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는 긴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때 심플한 수동 무브먼트들이 생각나더군요...
심플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가장 원초적인 무브먼트들... 그러나 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수동 무브먼트들....
우리들의 인생은 수동 무브먼트와 가장 닮았을 것입니다. 다들, 투루비용이나 미니츠리피터 같은 고귀한 인생을 살고 싶겠지만, 결국 우리들 대부분의 인생은
가장 간결한, 그러나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수동 무브먼트와 비슷할 것입니다.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이 숙명인 메인스프링, 그 메인스프링이 풀리는 것을
막으며 자식들 같은 톱니바퀴들의 회전을 제어하는 밸런스.... 메인스프링이 우리의 인생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면, 그 시간의 흐름을 풀어내는 것이 밸런스의 역활입니다.
링고가 큼직한 밸런스를 가진 무브먼트를 좋아하는 것도 어쩌면 링고에게 주어진 시간의 흐름을 잘 풀어내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메인스프링이 다 풀리는 그 날까지 추호의 흐트러짐도 없이 살다간다면 그것이 제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일테니 말입니다.
수동 무브먼트 최고의 덕목은 메인스프링이 다 풀려 멈출 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심플 수동 무브먼트가 추구해 온
최고의 목표는 오로지 이것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시계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 속에서 스믈거렸는 지도 모릅니다.
심플리시티, 칼라트라바, JLC, IWC, Rolex, Omega, Zenith, Longines, Hamilton, Elgin의 심플 수동 무브먼트들.... 밸쥬, 비너스, 레마니아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들....
그렇게, 링고가 타임포럼의 칼럼을 쓰면서 계획했다가 중단해버린 수동 무브먼트에 대한 글을 완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1월부터 이 글을 시작하려고 다시 타임포럼의 칼럼 게시판에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임시저장, 임시저장.....
오늘 그 때 썼던 첫번째 글인 2012년의 어느날을 완성합니다. 곧,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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