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저희 상무님분 중에 한분이 매주 좋은 글을 직접 작성하셔서 보내주십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상무님의 해박한 지식에 강연을 듣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이외에도 글마다 주옥같아서 다 소개드리고 싶지만 우선 시계에 관한 얘기가 나와 같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장마와 태풍이 뒤섞여서 습한 여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폭우속을 등산하다 우연히 시계에 물이 차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스위스제 시계를 차면 괜찮을 걸 편한 스포츠 시계를 차고 걷다 보니 그랬나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습니다. 다들 시계하면 Swissmade를 이야기합니다. 진짜 스위스 수제 시계는 초고가여서 상당한 가격을 주어야 살 수 있기에 홍콩에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스위스시계를 사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5년전 직장 후배가 2만원주고 샀던 필립…로 시작하는 시계가 이틀만에 멈추는 것을 보았는데 만원당 하루라고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위스가 시계로 유명해진 이유는 사실 꽤 오랜 역사적 원인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가 그 원인이 되는데요….
낭트칙령이라고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낭트칙령은 16세기에 프랑스 앙리 4세가 신교와 구교의 대립속에서 고통받던 신교도 위그노 교도들에게 제한적으로 신앙의 자유를 인정해 준 칙령입니다. 그로 인해 30년간 지속된 프랑스의 종교분쟁이 어느 정도 종식되고 위그노 교도들이 종교박해를 피해서 해외로 망명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성바돌로메 축일에 시작한 로마의 예수회와 도미니칸 성직자회에 의한 신교 위그노 교도에 대한 무차별 학살은 한 달간 약 5만명의 위그노 교도가 무차별적으로 살해되었으니 당시는 심각한 종교 분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종교 분쟁이 앙리4세의 낭트칙령으로 일단락 되었으니 의미가 큰 칙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앙리4세의 손자인 루이14세는 즉위 후 갑자기 낭트칙령을 폐지하게 됩니다. 그러자 위그노 교도들은 종교박해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게 되는데 주요 지역이 신교의 창시자인 칼뱅파의 주요거점지역인 스위스, 네델란드, 영국 등이었습니다. 그런 위그노 교도의 이동이 스위스 시계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프랑스 내에서 위그노 교도들의 주요 직업이 시계공과 모직공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시계공이 스위스로 망명하게 됨에 따라 스위스는 국내산업을 육성하게 되었고 영국은 모직물 관련 산업을 육성하게 되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France-made 시계가 지금 전 세계를 주름잡았을 텐데요..
역사의 흥미는 여기에 하나 더 있습니다. 중세에 수도회 소속 기사단이나 영주 소속 기사단은 대부분 용병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말이 기사단이지 사실 요즘 조직폭력배라 생각하면 됩니다. ) 그런 용병의 주요 공급처는 스위스였습니다. 스위스는 산악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어 낙농으로 생활하고 작은 마을단위 가정을 이루어 여자들의 가사노동 비중이 커서 남자들이 별로 할 일이 없었으나 산악 지형에 살다 보니 체력은 좋아서 주로 용병이라는 인류에서 매우 오래된 직업으로 연명해왔던 것입니다. (스위스 축구팀의 체력은 아마 월드컵에서 보셨을 겁니다.) 성바돌로메 축일 학살사건 등 신교를 박해하던 구교의 성직자단이나 기사단은 거의 스위스 출신 용병들이었습니다. 그런 스위스가 자기들 용병으로 인한 박해로 인해 위그노 교도가 스위스로 이주함에 따라 이제는 싸움꾼을 하던 남자들이 차분이 책상에 앉아서 시계를 만드는 착한(?) 사람들이 되면서 스위스는 정교한 시계기술을 자랑하는 국가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된 것은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스위스는 용병을 통해 피를 수출하다 이제는 시계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영국 또한 모직물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도 잘 아는 Burberry, London Fog 등의 유명 의류 브랜드가 나오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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