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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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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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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는 수십 수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스위스 기계식 시계를 두고 가성비를 따지는 게 적절한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물론 뛰어난 품질에 수긍이 가는 가격표가 붙은 시계는 분명 존재합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이럴 때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찾아 쓸 수 밖에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렇듯 필자로 하여금 지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가성비라는 개념을 돌아보게 만드는 브랜드가 있으니 프레드릭 콘스탄트입니다. 기계식 시계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작금의 상황에서 가치에 상응하는 가격을 지닌 혹은 가격에 비해 높은 가치를 지닌 시계를 발견하는 것은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 마냥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보물찾기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 1994년에 출시한 첫 번째 하트비트

 

그런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필자는 하트비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마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다이얼에 동그란 구멍을 내고 기계식 시계의 심장과 같은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를 노출하는 아이디어는 지금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 20세기 후반만 하더라도 제법 혁신적인 것이었습니다. 손목시계에서 투르비용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조차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투르비용이야 컴플리케이션이기 때문에 보여줄 생각을 했지만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는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1994년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하트비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창조주인 프레드릭 콘스탄트조차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던 것은 프레드릭 콘스탄트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일일 겁니다. 물론 하트비트를 카피하는 여러 경쟁자에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이후 하트비트는 여성용, 데이-데이트, 레트로그레이드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며 자리를 잡았습니다. 

 

- 인하우스 칼리버 FC-910을 탑재한 하트비트 매뉴팩처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2004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하트비트 탄생 10주년이기도 했던 그 해 하트비트는 브랜드 최초의 매뉴팩처 칼리버 FC-910을 품었습니다. 하트비트가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시그니처로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01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3년만에 완성한 칼리버 FC-910은 제네바 워치메이킹 스쿨, 제네바 엔지니어링 스쿨, 네덜란드 워치메이킹 스쿨 관계자와 출신 워치메이커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ETA나 셀리타의 무브먼트를 원하는대로 수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무브먼트를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범용 무브먼트에서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변경하면서 디자인은 바뀌었습니다.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가 시계를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를 기준으로 12시에서 6시로 자리를 옮기면서 구멍의 위치도 6시로 이전했습니다. 물방울 혹은 쉼표처럼 생긴 브리지를 블루 스크루와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장식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현재까지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하트비트를 범용 무브먼트를 사용한 클래식과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넣은 매뉴팩처로 이원화해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클래식은 100~200만원대, 매뉴팩처는 600만원대입니다. 소비자는 취향과 예산에 맞춰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금번에 살펴본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 코리아 에디션은 후자에 속합니다. 이 시계는 프레드릭 콘스탄트 창립 35주년을 기념하는 5개의 리미티드 에디션 가운데 하나입니다. 5형제 모두 저마다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이얼에는 5개의 언어(한글, 아랍어, 인도어, 고대 중국어, 로마 숫자)로 새긴 글자가 인덱스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코리아 에디션은 당연하게도 한글이 적혀 있습니다. 

 

 

다이얼을 물론이거니와 시계에서 한글을 찾을 수 있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모델을 만드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한글 대신 다른 모티프를 활용한 경우는 간혹 있었습니다. 수입사와의 끈끈한 관계 때문인지 한국 시장의 매출이 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그간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왔습니다. 월드타이머에서 도쿄를 서울로 바꾼다거나 서울을 한글로 표시하는 등 한국 소비자를 위한 시계를 발매한 전적이 있습니다.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 코리아 에디션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솔직하자면 첫 인상은 조금은 부담스러웠습니다. 아플리케 형식의 바 인덱스나 로마 또는 아라비아 숫자에 친숙한 시계 애호가에게 한글로 시간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필자도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정관념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했던 겁니다. 하지만 적응하고 눈에 익으면 금새 자연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화이트 선레이 처리한 다이얼의 디자인은 기존의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개의 바늘은 인덱스와 미니트 트랙을 따라 시간을 가리킵니다. 이전에는 인덱스와 중심부를 구분 짓는 레일로드 트랙이 있었으나 해당 모델에서는 사라졌습니다. 덕분에 보다 깔끔한 인상을 갖게 됐습니다. 서양 배 모양의 푸아르 핸즈와 날렵한 리프 핸즈의 조합은 프레드릭 콘스탄트가 즐겨 사용하는 브레게 핸즈 만큼이나 고전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미니트 트랙의 35분에 해당하는 부분은 빨간색으로 칠해 분위기를 환기시켰습니다. 이 시계가 프레드릭 콘스탄트 창립 35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일종의 힌트입니다. 6시 방향에 뚫은 큼지막한 구멍을 통해 힘차게 박동하는 밸런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잘라낸 다이얼은 동그란 모양에 맞춰 매끄럽게 가공했습니다. 보이는 부분은 결을 살리고 모서리는 기계로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다이얼과 수평으로 놓인 나사를 이용해 오차를 미세 조정하는 트리오비스 레귤레이터와 키프 내진장치도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인덱스를 대신하는 글자는 모음을 막대와 점으로 나타내는 옛 한글과 유사합니다. 오늘날 훈민정음체라고 하는 서체와 비슷합니다. 서체를 정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을 꼽자면 십일과 십이가 두 음절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한 모델과 비교하면 살짝 불균형해 보입니다. 한 음절이었다면 보다 안정적일테지만 한글로 표현하다보니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3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지름이 39mm, 두께가 10.29mm입니다. 현대 드레스 워치로는 적당한 크기입니다. 매뉴팩처 라인이 공유하는 케이스는 우아한 곡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면은 폴리시드 처리해 어느 각도에서든 광채를 뿜어냅니다. 고전미를 갖춘 드레스 워치를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는 양파 모양의 크라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크라운을 뽑을 때 약간 불편해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눈으로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살짝 볼록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시계의 인상을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줍니다. 방수는 30m가 아닌 50m입니다.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기분은 좋습니다. 무브먼트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글라스백에는 35주년임을 나타내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프린트되어 있습니다. 테두리에는 스페셜 코리아(Special Korea) 문구와 함께 35개 중 하나라는 징표가 새겨져 있습니다. 개별 번호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인하우스 칼리버 FC-930-3는 생김새가 독특합니다.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멋을 낸 상단의 원형 브리지는 리버싱 휠을 비롯해 오토매틱 모듈과 래칫 휠을 이어주는 톱니바퀴를 고정합니다. 오토매틱 모듈을 제거하면 아래쪽에는 기어트레인과 밸런스 및 이스케이프먼트가 놓여 있습니다. 군데군데 블루 스크루를 사용해 단조로운 형태를 어느 정도 보완해줍니다. 왼쪽 상단의 커다란 블루 스크루는 디클러치 휠을 잡아줍니다. 브리지에는 5개의 자세를 포함해 온도 및 등시성 조정을 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를 포함해 일부 모델에만 적용하는 옵션입니다. 과거에는 고급 시계 무브먼트에서 이와 같은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내부 규정에 따라 테스트를 거치겠지만 이렇게 무브먼트에 새기는 경우는 지금도 고급 시계가 아니면 보기 힘듭니다. 도금한 로터는 하트비트 감상의 재미를 최대한 방해하지 않도록 절개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 매뉴팩처 문구를 인그레이빙해 나름대로 정성을 들인 것도 보기 좋습니다. 마감은 크게 내세울 수준은 아닙니다만 제네바 스트라이프와 페를라주를 적재적소에 시공해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하트비트를 고정하는 삼각별 형태의 지지대에 페를라주 가공을 적용하는 세심함도 눈에 띕니다. 

 

 

검은색 악어가죽 스트랩과 프레드릭 콘스탄트를 상징하는 문장을 형상화한 폴딩 버클을 연결했습니다. 폴딩 버클은 어딘가 약해 보여 손으로 힘을 가하면 구부러질 것 같기도 합니다. 가볍고 착용감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은 장점입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는 와인딩을 할 수 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들은 와인딩할 때 제법 저항감이 느껴집니다. ETA 2824 또는 셀리타 SW 200을 와인딩할 때와 비슷한 감각이 전해집니다. 날짜가 없기 때문에 크라운을 한 칸 뽑으면 바로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시간을 맞출 때는 크라운이 무거워서 오히려 좋습니다. 너무 가벼우면 분침을 조금씩 이동시키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 코리아 에디션의 가격은 638만원입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 공식 스토어에서 10% 할인한 574만원에 판매 중입니다. 수량은 35개 한정입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제품 중 하나인 이 시계는 브랜드 창립 3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앞으로도 보기 힘들 한글이 쓰여진 시계라는 희소성이 있습니다. 허나 한정판과 한글이 적힌 다이얼은 호불호가 갈리기에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이 시계는 가격을 납득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품질과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하다는 긍정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 합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 클래식 하트비트 매뉴팩처 코리아 에디션

Ref. FC-930WI3H6

 

지름 : 39mm

두께 : 10.29mm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방수 : 50m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탈

 

무브먼트 : FC-930-3

기능 : 시, 분

파워리저브 : 38시간

와인딩 : 오토매틱

시간당 진동수 : 28,800vph(4Hz)

 

다이얼 : 화이트 선레이 

 

스트랩 & 버클 : 악어가죽 스트랩, 스틸 폴딩 버클

 

가격 : 638만원(35개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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