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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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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포럼은 지난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and Wonders 2023) 기간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의 CEO 캐서린 레니에(Catherine Rénier)를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타임포럼이 그녀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리베르소 스토리즈(The Reverso Stories)'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도 단독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관련 인터뷰 바로 가기). 이번에는 워치스앤원더스 기간 보다 포멀한 분위기 속에서 2023년 신제품 전반과 브랜드의 방향성에 관해 보다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 내용을 통해 스위스 발레드주를 대표하는 그랑 메종, 예거 르쿨트르의 현주소와 숨은 진면모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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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레니에 약력: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1999년 미국 보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 까르띠에 리테일 디렉터(Retail Development Director)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2003년 반클리프 아펠에 입사 후 인터내셔널 마케팅 디렉터(International Marketing Director)를 거쳐, 2008년 반클리프 아펠의 아시아 퍼시픽 지역을 총괄하는 첫 리저널 커머셜 디렉터(Regional Commercial Director)로 활약하며 주로 홍콩에서 생활했다. 이후 2011년부터 홍콩과 마카우까지 총괄하는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반클리프 아펠 아시아 퍼시픽 대표(President)를 역임했다. 그리고 2018년 5월 1일부로 예거 르쿨트르의 CEO로 부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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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의 ‘황금비율’을 형상화한 이미지 

 

올해 워치스앤원더스는 리베르소(Reverso)가 주인공인 것 같다. 2023년 리베르소 신제품 관련해 '황금비율(The Golden Ratio)'을 테마처럼 강조한 특별한 배경이 있는가? 

 

CEO로 부임한 이래 지난 몇 년간 나는 리베르소와 관련해 특히 많은 질문을 받았다. '왜 리베르소는 이토록 타임리스(Timeless) 한가(유행을 타지 않는가)?' 관련해 우리는 디자인 전반과 영감을 받은 아르데코(Art Deco)적인 요소, 케이스 구조의 특별함과 스타일리시한 아름다움 등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는 리베르소 케이스가 1931년 탄생 이래 '황금비율'을 따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리베르소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초창기부터 매우 밸런스가 잡혀 있고 완벽에 가까운 것임을 믿게 되었고, 회전 가능한 스위블링(Swiveling) 케이스에 담긴 무수한 혁신에 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베르소만의 매우 심플하고, 매우 순수하며, 매우 스타일리시한 면면을 강조하면서 본디 워치메이커답게 우리는 '황금비율'로 대변되는 수학적으로 분석 가능한 리베르소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 컬렉션에서 '황금비율'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가 되었다. 우리의 시계는 물론, 전시를 위한 파빌리온 부스, 리베르소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페이스트리 하나까지도 리베르소에 담긴 미학적인 요소를 담고자 노력한 결실이다. 

 

- 예거 르쿨트르 워치스앤원더스 관련 공식 영상 

 

더불어 리베르소 트리뷰트 컬렉션(Reverso Tribute Collection)에 집중한 이유도 궁금하다.  

 

알다시피 리베르소는 무려 92년 전에 탄생했다. 그 후 컬렉션의 수많은 발전(Evolution)과 변화(Transformation)를 거쳤음에도 오리지널 디자인은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순수한 형태로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는 리베르소의 과거 뿐만 아니라 미래에 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20년 후에도 변함없이 사랑 받는 ‘클래식 아이콘’으로 남을 수 있을까를 두고, 우리는 1931년 발표한 트리뷰트의 프로포션(Proportion, 비율)이 컬렉션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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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1년 제작된 최초의 오리지널 리베르소 

 

바 인덱스를 갖춘 가장 최초의 리베르소에 담긴 트리뷰트 디자인을 우리의 모든 노벨티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이런 특징적인 인덱스 형태는 컴플리케이션과 컬러 다이얼을 구성할 때도 도움이 된다. 만약 아라비아나 로마숫자 형태를 띠고 있다면 투르비용과 같은 컴플리케이션 다이얼 구성시 숫자 일부를 잘라먹게 된다. 반면 바 인덱스는 리베르소 고유의 스타일과 균형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컴플리케이션 다이얼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매년 여러 컬러를 리베르소 컬렉션에 도입하고 있는데, 1930년대 초반부터 리베르소는 블랙, 레드, 블루 등 당시 이미 다양한 컬러 다이얼을 선보였기 때문에 시대를 앞선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남녀 모두를 위한 시계에서 드러냈던 것이다. 이렇듯 리베르소만의 시그니처 요소들은 워치메이킹과 엘레강스의 특별한 조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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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거 르쿨트르의 워치스앤원더스 2023 부스 전경 

 

올해의 새로운 부스 컨셉과 리베르소에 집중한 아틀리에 앙투안 리베르소 디스커버리 워크샵(Atelier d'Antoine Reverso Discovery Workshop)에 관한 설명도 듣고 싶다.

 

이번 부스 전시의 아이디어는 방문자들이 예거 르쿨트르 메종 전반과 우리가 추구하는 '황금비율'에 관해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여행을 제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단 초입에 분수와 함께 다양한 뮤직, 사운드, 스크린 등 시청각 효과를 활용한 아티스틱한 쇼를 통해 '황금비율’의 테마와 자연, 과학, 건축, 디자인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우리의 부스 디자인 자체도 '황금비율'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더불어 우리의 자랑스러운 발레드주 매뉴팩처를 부스 안으로 가져오고 싶었다. 그래서 곳곳에 워치메이커와 에나멜러를 배치해 디테일한 작업들을 시연해 보여주었다. 이들 아티잔(Artisan, 장인)은 우리 컬렉션과 크리에이션의 배후에 존재하는 메종의 가장 중요한 인재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워크샵 형태의 쇼케이스를 통해 부스 방문자들,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메종의 크래프트먼십(Craftmanship)과 각각의 타임피스와 컴플리케이션 속에 담긴 미학적인 그리고 기술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길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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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틀리에 앙투안 리베르소 디스커버리 워크샵을 재현한 쇼케이스 

 

메종의 설립자인 앙투안 르쿨트르의 이름을 딴 아틀리에 앙투안을 재현한 것도 우리의 매뉴팩처를 현장에서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아틀리에 앙투안은 원래 학교다. 워치메이킹의 기술적인 부분부터 역사적인, 문화적인 배경 전반을 배우고 익히는 곳인 것이다. 워크샵 프로그램 중에는 리베르소 케이스를 직접 조립해 보는 체험을 할 수도 있는데, 당신도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매우 어렵다. (웃음) 그렇지만 이러한 도전을 통해 우리 장인들의 노고를 한층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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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 출신의 파티시에 셰프인 니나 메타예(Nina Métayer)가 '황금비율'에 바치는 오마쥬(경의)의 의미를 담아 제작한 스페셜 페이스트리 피스들. 워치스앤원더스 기간 예거 르쿨트르 부스 한 켠에 마련된 리베르소 1931 카페(Reverso 1931 Café)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대답이 자꾸 길어지는데, 우리는 한쪽에 리베르소 1931 카페도 마련했다. 카페는 단순히 사람들이 앉아 떠드는 공간이 아니라 발레드주 매뉴팩처를 방문한 사람들이 실제 현지에서 느낄 법한 따스한 환영의 느낌을 이곳에서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한 것이다. 우리의 매뉴팩처를 방문해 보면 알겠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의 테크니컬한 노하우와 숙련된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휴먼 터치(Human touch) 즉 모든 작업이 사람의 손길이 닿는 것임을 깨닫고, 발레드주만의 어떤 특별한 기운(Atmosphere)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카페는 바로 이러한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여준다. 워치메이킹에 관한 열정을 얘기하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다. 하다 못해 카페에서 제공하는 페이스트리 하나에도 '황금비율'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고, 사용된 식재료조차 발레드주에서 공수한 것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말이지 우리의 부스 안에서 매뉴팩처의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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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더 메이킹’ 필름 관련 스틸컷 중에서 

 

매뉴팩처 관련해 8가지 주제로 선보인 '인 더 메이킹(In the Making)' 필름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떠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필름 속에 담긴 모든 것들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설명해준다. 지난 5년간 메종에 있으면서 나는 '진정한 인티그레이티드(Integrated, 통합적인) 매뉴팩처란 무엇인가' '매뉴팩처가 보유한 180가지 이상의 기술력이 뭘 의미하는가' '190년의 오랜 역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등의 주제를 놓고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정말이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물론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직접 보고 경험하는 건 다른 차원의 발견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모든 경험들을 보여주고자 하는 거다. 매뉴팩처 방문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보게 될 것들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자 마련한 것이다. '인 더 메이킹' 필름은 우리의 모든 기술을 시각화(Visualization)한 것으로 매우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우리 장인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예거 르쿨트르 크리에이션의 배후에 이러한 진짜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의 손길을 거쳐 하나의 타임피스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매우 이해하기 쉬운(Accessible)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인 더 메이킹' 필름은 비단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은 물론, 우리의 부티크를 포함한 여러 매장에서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공개된 것보다 앞으로 순차적으로 더욱 많은 기술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마 그렇게 되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예거 르쿨트르'의 이름을 달고 시즌 1, 시즌 2 이런 식으로 소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웃음) 

 

- ‘인 더 메이킹’ 필름 ‘폴리싱’ 편 

 

이제 신제품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앞서 프리뷰 때 줌을 통해서도 말했지만,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Reverso Tribute Chronograph)가 특히 눈길을 끈다. 오리지널 리베르소 1931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화려한 스켈레톤 크로노그래프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CEO로서 이 모델에 갖는 전반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는 그 자체로 매우 워치메이킹을 표현하고 있지만, 나는 미적인 부분에서도 이 시계의 특별한 매력을 언급하고 싶다. 스틸 버전의 블루-그레이톤의 다이얼은 메탈 케이스와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다이얼은 오직 스틸 크로노 모델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면 다이얼만 보고도 이 시계가 메종의 특별한 컴플리케이션 모델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시계는 전후면 다이얼 모두에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과거의 크로노 제품은 후면 다이얼에는 오직 크로노그래프 관련한 요소만 보여줬기 때문에 매우 기능적으로 비춰졌지만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시 케이스를 회전시켜 전면 다이얼을 확인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개발함으로써 전후면 다이얼 모두에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크로노그래프 기능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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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 스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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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는 스틸과 핑크 골드 단 2가지 버전으로만 선보였는데, 추후 더 많은 레퍼런스로 확대 생산할 계획도 갖고 있는가? 

 

공개 초반이지만 벌써부터 반응이 뜨거워 이미 요청이 많다. 하지만 당분간은 지금 나온 두 버전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제품 출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왜냐면 사람들이 원한다고 해서 갑자기 특정 모델을 많이 만드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 노벨티인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페이스 투르비용(Reverso Tribute Duoface Tourbillon)은 혁신적인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 구조가 인상적이다. 특별히 S자형 밸런스 스프링까지 고안했는데, 이러한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어떤 장애에 부딪혔을 때 메종의 제품 개발 팀은 어떤 프로세스로 대처하는가?

 

우리 매뉴팩처에는 제법 규모가 있는 R&D 팀을 갖추고 있다. 무브먼트 설계 관련해 각종 컴퓨터 작업을 통해 세밀한 부품 하나하나까지 정밀하게 계측하는 작업부터 연구 실험실(Labatory)에서는 우리의 아이디어로 구축한 제품들에 관한 다각적인 테스트가 펼쳐지고,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과정을 통해 특정 컴플리케이션 부품을 모형으로 제작해 면밀하게 테스트하거나 새로운 쉐입을 고민하는 등의 작업을 보완한다. 이러한 모든 작업들은 매우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그렇기에 히브리스 메카니카(Hybris Mechanica)와 같은 고도로 복잡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타임피스들을 100% 인하우스 기술력으로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 팀원들은 서로 매우 친밀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자극해서 어떤 아이디어의 장단점 및 보완점을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창의적인 결과물로 이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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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페이스 투르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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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도 그렇고,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페이스 투르비용도 그렇고, 컴플리케이션 모델 임에도 울트라-씬(Ultra-thin) 스펙이 돋보인다. 특별히 얇음의 미학을 추구한 이유라도 있는가?

 

완전히 통합된 무브먼트(Fully integrated movement) 덕분이다. 그래서 어떤 추가적인 모듈이나 컴플리케이션을 더할 필요가 없다. 크로노그래프면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이면 투르비용 우리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무브먼트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하고, 이를 리베르소 컬렉션만을 위해 디자인하고 개발하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맞춤인 것이다. 물론 이런 프로세스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하지만 우리는 기존의 라운드 무브먼트를 재활용해 리베르소를 위한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만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리베르소 케이스의 특징적인 쉐입을 고려해 오직 리베르소만을 위한 비스포크(Bespoke) 무브먼트를 제작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마스터했다. 이로써 얇은 두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리베르소 케이스 구조상 크래들(Cradle)과 더블 페이스 같은 두께를 증가시킬 만한 요인들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무브먼트를 가능한 얇게 만들고자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포기한다면 리베르소는 너무나 거대해질 것이고 그러면 리베르소만의 아름다움과 비율을 잃게 될 것이다. 올해의 리베르소 신제품들은 컴플리케이션 임에도 두께부터 비율까지 매우 균형 잡혀 있고 아름답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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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페이스 투르비용 조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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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 조립 모습 

 

개인적으로도 예거 르쿨트르와 리베르소의 스토리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와 닿는데, 리베르소는 원래 스위블링 케이스를 강조한 상당히 디자인적인 시계로 탄생했다. 알다시피 아르데코 사조와도 연관이 깊고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시계인 것이다. 물론 그래서 아이콘으로 군림하며 오랜 세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 예거 르쿨트르가 애초부터 무브먼트 제조사라는 사실이다. 리베르소 초창기부터 우리 스스로 리베르소를 위한 무브먼트를 개발해 사용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명성까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누구도 렉탕귤(Rectangule, 사각) 무브먼트를 개발할 여력이 되지 않았기에 우리 스스로 도전정신을 발휘해 개척해 나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이 예거 르쿨트르를 여느 무브먼트 제조사들과도 차별화하는 특별한 메종으로 만들어주었다. 참으로 흥미로운 역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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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스 젬세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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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스 화이트 골드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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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스(Reverso One Precious Colours)의 경우 전혀 다른 분야인 그랑 푀 에나멜(Grand-feu enamel)과 젬세팅(Gem Setting) 기술이 동원됐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이러한 핸드 크래프트(수공예) 작업은 특유의 세심함이 요구된다. 리베르소 원 프레셔스 컬러스의 경우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무척 까다로웠다. 우선 라인(Line, 선)을 들 수 있다. 일일이 다 손으로 직접 그려서 이러한 기하학적인 패턴을 그리고, 샹르베나 그랑 푀 에나멜링을 추가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말도 못하게 어렵다. 에나멜링 작업까지 마친 매우 조그마한 케이스에 젬세팅 작업이 이어지는데, 조금만 손을 잘못 놀려도 그 케이스는 못 쓰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도의 집중력으로 해당 작업을 마무리해야만 한다. 모든 작업은 외부가 아닌 우리 매뉴팩처 내 인하우스 워크샵, 메티에 라르(Métiers Rares®) 워크샵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특별하다. 에나멜러와 젬세터는 실제 바로 옆 테이블에서 작업하며 서로를 자극하고 더욱 뛰어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조언한다. 챌린징 파트너십(Challenging Partnership, 도전을 북돋는 파트너십)이자 진정한 협업이라 할 수 있다. 

 

jaeger-lecoultre-thereversostoriesseoul9 (1).jpg- 리베르소 스토리즈 서울 전시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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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에서 열린 리베르소 90주년 테마 전시와 뉴욕에서 열린 리베르소 1931 카페, 올해 초 두바이에서 열린 스텔라 오디세이(The Stellar Odyssey) 전시가 화제였다. 특정 컬렉션이나 테마에 집중한 글로벌 전시 투어 및 팝업 이벤트를 계속 이어갈 계획인가? 이러한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렇다. 각각의 테마 전시를 계속 이어갈 것이다.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리-오프닝을 기념해 올해 뉴욕에서 리베르소 전시를 이어가고, 두바이에서 열린 스텔라 오디세이를 비롯해, 우리의 사운드 메이커(The Sound Maker) 전시회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이러한 전시 기획의 근간과 스토리텔링에 담긴 메시지는 명료하다. 기저에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 메종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매우 교육적인 쇼케이스를 통해 우리의 기술공예와 장인정신을 상세하게 알리는 것이 우리가 애초 목표한 바다. 우리는 특정 누군가와 컬렉터만을 위한 익스클루시브한(Exclusive, 독점적인)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정으로 대중들이 우리의 예술적인 오브제를 이해하고 우리가 소개하는 패트리모니를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기술력을 알아가는 과정이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이는 비단 우리 예거 르쿨트르 뿐만 아니라 워치메이킹 업계 전반에 필요한 작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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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리베르소 1931 카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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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라 오디세이 두바이 전시장 외관 

 

역사적인 빈티지 타임피스를 선별해 복원하고 판매하는 '더 컬렉터블(The Collectibles)' 컬렉션의 론칭은 서프라이즈였다. 어떤 계기로 이러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생각을 하게 됐는가? 

 

그것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원래의 아이디어는 단지 컬렉터스 마켓에 기여하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컬렉터들과 밀접하게 교류하며 그들의 피드백을 듣고 때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도 하는데, 우연한 계기로 몇 개의 피스들을 받아 우리의 인하우스 복원 워크샵(Restoration workshop)에서 완전한 복원 작업을 거치는 과정 속에서 매우 근사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아주 오래된 오리지널 부품부터 블루프린트(설계도)를 포함한 풍부한 아카이브 자료를 보유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통합적인 매뉴팩처 답게 외부의 도움 없이 아예 새로운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시계가 원래 탄생한 오리지널 플레이스, 같은 매뉴팩처로 돌아와 새롭게 거듭나는 스토리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몇몇 쉽게 접하기 힘든 특정 모델의 경우 우리가 얻은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렇게 해서 총 17개의 모델을 엄선해 세심한 복원 작업을 거쳐 재판매까지 가능하게 선보일 수 있었고, '컬렉터블 북'까지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뮤지엄 아카이브 자료 속에만 박제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자료들이 공유된다면 우리 메종의 투명성과 과거의 역사적인 모델을 정성스럽게 다루는 자세 같은 것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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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컬렉터블 북’ 펼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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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 작업 일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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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컬렉터블' 컬렉션의 선별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시계는 어떠한 루트를 통해 구했는가? 

 

매우 어렵다. 매우 도전적인 작업이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역사적인 타임피스 중 특별히 희소성이 높고 중요한 가치를 지닌 시계를 엄선했는데, 아시다시피 1970년대부터 쿼츠 위기로 인해 기계식 시계의 본격적인 침체기가 도래했다. 그렇다고 1990년대는 또 너무 현대와 가깝다고 느꼈고, 그래서 1970년대까지 기간을 한정했고,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가 기계식 시계의 역사 전반을 돌이켰을 때도 가장 풍성한 시기라고 판단했다. 관련해 각각의 시계가 탄생한 배경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그 시대의 분위기 또한 헤아릴 수 있다. 듀오 플랜부터 스포츠, 다이버 등 시대별로 선호한 특징들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흥미로운 것이다. 시계는 우리에게 여러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루트를 통해 구했다. 개인 컬렉터부터 온라인 웹사이트까지 각각의 피스들을 매우 선별적으로 수집해 오리지널 컨디션과 퀄리티 전반을 파악하고 이를 완전하게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맡기는데 특정 모델은 복원이 까다로워 몇 백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수십 년 전의 피스들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 자체가 나는 워치메이킹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관한 어떤 메시지를 선사한다고 본다. 타임리스한 가치는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유효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복원 프로세스 자체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현재의 작업량은 매우 적은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러한 컬렉션을 조금씩이나마 이어갈 계획이다.  

 

Catherine RENIER - CEO @JohannSauty3.jpg

 

마지막 질문이다. CEO로서 한국 시장만의 특별한 매력과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의 고객들 및 시계애호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한국을 정말이지 사랑한다. 한국인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에티튜드까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예술은 항상 끈끈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데, 크리에이티브하면서도 아티스틱한 이러한 면면들이 우리 메종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서 리베르소와 메종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사람들이 반응하는지를 아는 것이 매우 기쁘고 즐겁다.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식에 깊이가 있으며, 능동적으로 제품의 가치를 파악해 무엇이 정말 쿨하고 좋은지를 알고, 우리에게 가감 없는 피드백을 주는 것에도 적극적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항상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마켓이다. 그리고 한국의 고객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