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밀 RM 66 플라잉 투르비용
독립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리차드 밀(Richard Mille)이 로큰롤 스피릿 충만한 개성 강한 신제품 한 점을 선보였습니다. RM 66 플라잉 투르비용(RM 66 Flying Tourbillon)이 그 주인공인데요. 록음악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핸드 제스처를 모티프로 공예예술적인 터치를 가미해 매우 강렬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완성했습니다.
집게(검지)와 새끼손가락(소지)을 뾰족하게 세우고 다른 손가락을 구부려 '악마의 뿔(Devil’s Horn)'을 형상화한 해당 손 모양은 그 자체로 로큰롤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이런 제스처를 하며 혓바닥까지 길게 내민다면 록음악 애호가 인증을 제대로 하는 셈입니다. 리차드 밀은 해당 수화를 통해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과 사회의 통념을 거스르는 저항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뜨거운 헌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실제 손가락을 쏙 빼 닮은 입체적인 손 골격 구조는 리차드 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실 게나(Cécile Guenat)가 디자인했으며, 18K 레드 골드(5N) 손가락의 세공 작업은 제네바 출신의 인그레이빙 장인 올리비에 보쉐(Olivier Vaucher)의 손길을 거쳤습니다. 밀링 공정으로 형태를 다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정교하게 폴리싱 및 디버링(Deburring, 연마를 동반한 이물질 제거) 과정을 거쳐 뼈의 윤곽을 돋보이도록 했으며, 마이크로블래스트 마감 처리를 통해 관절의 섬세한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인상적인 건 케이스백으로 드러나는 스켈레톤 무브먼트인데, 기타의 목 부분을 떠올리게 하는 베이스플레이트를 엄지, 중지, 약지가 감싸는 듯한 형태로 매우 디테일하게 제작했습니다.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베이스플레이트와 브릿지는 90%의 티타늄과 6%의 알루미늄, 4%의 바나듐으로 구성된 5등급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되었으며, 전체 매트하게 마이크로블래스트 및 일부 새틴 브러시드 마감했습니다. 브릿지 일부는 다이아몬드 페이스트를 묻힌 스페셜 툴로 챔퍼링 마감하고, 기어트레인의 주요 휠은 로듐 코팅 처리해 어두운 톤의 스켈레톤 브릿지와 대조를 이룹니다. 한편 골드 핑거 장식이 가리지 않는 다이얼 12시 방향에는 분당 1회전하는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노출해 RM 66만의 특징을 더합니다. 대칭을 이루는 6시 방향에는 6시간 단위로 빠르게 메인스프링을 감는 일명 고속 회전 배럴(Fast Rotating Barrel)을 노출합니다. RM66 수동 투르비용 칼리버는 약 3일간(72시간)의 넉넉한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참고로 해당 무브먼트 개발에만 약 1,500시간 정도가 소요됐다고 하네요.
리차드 밀 특유의 토노형 케이스의 직경은 가로 42.7 x 세로 49.94mm이며, 두께는 양면 반사 방지 코팅 처리한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포함한 16.15mm입니다. 5등급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한 20개의 스플라인 스크류를 316L 스틸로 제작한 마모방지 워셔 및 2개의 니트릴 O-링 씰과 함께 결합해 50m 방수를 지원합니다.
베젤 및 케이스백은 리차드 밀 고유의 합성 신소재인 카본 TPT®(Carbon TPT®)를 사용했습니다. 카본 TPT®는 카본 파이버(탄소 섬유)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필라멘트를 병렬 배치해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각 층을 레진에 침전시킨 후 자동방향변환기를 이용해 45° 각도로 틀어주는 식으로 조직합니다. 이때 병렬 필라멘트 한 층의 두께가 최대 30마이크론(μm)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소 600여 개의 층을 쌓아 올려야만 비로소 케이스 형태로 가공 가능한 두께가 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층은 물질의 강성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우주항공 부품 제조에 활용되는 그것과 유사한 오토클레이브(고압처리기)에 넣어 6바의 압력과 120°의 온도로 가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공정까지 완료되면 리차드 밀의 인하우스 케이스 팩토리인 프로아트(ProArt)에서 첨단 CNC 머신을 통해 케이스로 가공됩니다. 또한 가공 과정에서 물결 형태의 패턴이 생기는데 어느 하나 동일한 모양이 없어 시계 하나하나가 유니크한 특징을 갖게 됩니다.
반면 케이스밴드(미들 케이스)는 5등급 티타늄과 함께 레드 골드(5N)를 소재로 한 클루 드 파리(Clou de Paris) 패턴 장식을 인서트로 가미했습니다. 이는 펑크록의 상징과도 같은 벨트 장식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로큰롤 무드를 더하는데 일조합니다. 그리고 크라운의 형태와 구조도 일반적이지 않은데요. 관련해 리차드 밀의 테크니컬 디렉터 줄리앙 보이아(Julien Boillat)는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토크 제한 크라운(Torque limiting crown) 부품 하나를 제작하는 데만 무려 200시간 이상을 쏟았으며 크라운 하나를 완성하기 위한 기계 가공 및 피니싱 공정에만 1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티타늄은 금이나 강철보다 폴리싱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폴리싱 공정이 들어가면 크라운 제작에 있어 안쪽에서 부품을 잡아줄 수 있는 특수 고정 장치가 꼭 필요했다. 절묘한 연금술을 부려야만 얻을 수 있는 크라운인 셈이다."
RM 66 플라잉 투르비용은 단 50피스 한정 출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전 세계 지정된 리차드 밀 부티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리테일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전작들을 상기하면 한화로는 13억원 이상을 호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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