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르로끌의 매뉴팩처 제니스(Zenith)는 지난해 성공적으로 론칭한 데피 스카이라인(Defy Skyline)의 새로운 스켈레톤 버전을 이번 LVMH 워치 위크(LVMH Watch Week 2023)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데피 컬렉션의 차세대 주역이 된 데피 스카이라인 시리즈는 1969년 등장한 가장 초창기 데피 모델에서 케이스 디자인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쿠션형에 가까운 팔각형 케이스에 12각 베젤을 갖춘 특징적인 모습을 계승하면서 쉽게 교체 가능한 브레이슬릿과 러버 스트랩 옵션을 추가 제공함으로써 현대의 시계애호가들의 테이스트까지 고려한 세심함이 데피 스카이라인의 성공 비결인 셈인데요. 제니스 CEO 줄리앙 토나레(Julien Tornare)의 말에 따르면 “불과 1년 만에 제니스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라인으로 손꼽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덧붙여 "강렬한 비주얼 아이덴티티, 특별한 무브먼트, 탁월한 실용성을 바탕으로 스포티한 스틸 브레이슬릿 부문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라고 진단했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말입니다.
이렇듯 성공적으로 라인을 구축한 만큼 제니스는 보다 다양한 유형의 제품을 추가해 컬렉션의 외연을 확장하고 싶었을 터입니다. 결과적으로 다음 선택은 스켈레톤이 되었고요. 말 그대로 무브먼트의 뼈대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한 스켈레톤 구조는 지난 수년 간의 워치메이킹 인더스트리에서 가장 폭넓게 선호된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일부 하이엔드 제조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 스켈레톤은 어느덧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대표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했고, 드레시즘과 스포티즘의 경계를 허무는 모던 아이콘으로 부상했으며, 심지어 중저가 브랜드들조차 자신들의 기술력과 타협한 스켈레톤 제품들을 선보일 만큼 21세기 들어 스켈레톤의 대중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데피 스카이라인 스켈레톤의 등장은 데피 스카이라인 론칭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는 점입니다.
Defy Skyline Skeleton
데피 스카이라인 스켈레톤
데피 스카이라인 스켈레톤은 블루와 블랙 두 가지 컬러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공통적으로 새틴 브러시드 및 폴리시드 가공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스틸 브레이슬릿을 기본으로 체결했습니다. 특징적인 팔각형 케이스와 12각을 살린 파세티드(Faceted) 베젤 디자인은 앞서 출시된 데피 스카이라인 기본 모델과도 동일합니다.
1960년대 제니스의 일명 '더블 Z' 로고에서 착안해 4각별 모양으로 오픈워크 가공한 브릿지가 스켈레톤 무브먼트에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합니다. 오픈워크 브릿지 사이사이로 보라색을 띠면서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리콘 소재의 이스케이프 휠과 레버를 비롯해 밸런스, 배럴, 크라운 휠 등 기어트레인의 주요 부품들을 자연스럽게 노출합니다. 제품 개발 기획 단계서부터 데피 스카이라인 스켈레톤만의 개성을 어떻게 부여하고 강조할 수 있을까를 면밀하게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다이얼 사이드의 플랜지와 각면 가공한 아워 마커까지 흔히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떨어지는 가독성을 고려해 영리하게 배합되었습니다. 또한 로듐 도금 마감한 각 아워 마커와 핸즈에는 축광시 어두운 곳에서 선명한 그린 컬러로 발광하는 슈퍼루미노바(SLN C1)를 코팅했습니다.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전체 블랙 혹은 블루 컬러 PVD 코팅 처리하면서 하부 플레이트는 매트하게, 브릿지 상단면은 새틴 브러시드, 스크류 헤드를 포함한 일부 요소는 폴리시드 마감하는 등 다양한 마감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무브먼트의 깊이감과 건축학적인 모티프를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했습니다.
기존 데피 스카이라인의 스켈레톤 버전인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엘 프리메로 3620 SK가 힘차게 박동합니다. 초당 10진동하는(36,000VpH, 5Hz) 제니스의 상징적인 하이비트 설계를 계승하기 때문에 6시 방향에 위치한 스몰 세컨드는 일반적인 초침 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전합니다. 1/10초까지 측정 가능한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엘 프리메로 3600과 유사한 구조를 취하기 때문인데요. 0.1초를 표시할 수 있다고 해서 브랜드는 0.1초 카운터라 칭하기도 합니다. 10초마다 한 바퀴를 회전하는 특징적인 하이비트 설계를 강조하기 위해 카운터 테두리를 감싸는 링 상단에 숫자 '10'을 표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파워리저브는 이전 엘 프리메로 3620를 베이스로 하는 만큼 약 6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별 모양의 오픈워크 로터를 적용한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블랙과 블루 두 모델의 컬러 코드에 따라 무브먼트 코팅까지 통일해 더욱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스크류-다운 크라운과 함께 100m 방수를 지원해 일상의 다양한 환경에서 마음 놓고 착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스틸 브레이슬릿 외 다이얼 컬러와 매칭을 이루는 블랙 혹은 블루 컬러 러버 스트랩과 폴딩 클라스프를 추가 제공해 사용자는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스트랩을 도구 없이 간편하게 교체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브레이슬릿 및 러버 스트랩 안쪽에 위치한 2개의 푸시 버튼을 누르면 핀형의 연결 부위가 빠지고 역순으로 하면 다시 견고하게 고정되는 식입니다.
가장 궁금해하실 출시 가격은 블루(Ref. 03.9300.3620/79.I001)와 블랙(Ref. 03.9300.3620/78.I001) 관계 없이 두 버전 동일하게 각각 1천 700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하이비트 설계의 유니크한 매뉴팩처 무브먼트, 개성적인 스켈레톤 구조, 인터체인저블 방식의 쉽게 교체 가능한 스트랩 시스템까지 갖춘 럭셔리 스포츠 워치 신제품 치고는 가격대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책정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구성의 까르띠에의 파샤 드 까르띠에 스켈레톤 워치가 3천만 원대 후반, 피아제의 폴로 스켈레톤이 4천만 원대 초반 정도인 것을 떠올리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물론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이겠지만요.
Defy Skyline 36mm
데피 스카이라인 36mm
데피 스카이라인에 새롭게 추가된 36mm 사이즈 베리에이션입니다. 기존의 41mm가 남성용이기 때문에 36mm를 여성용으로만 한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최근 다시 시계 사이즈가 작아지는 추세인데다 롤렉스의 데이트저스트처럼 오랫동안 전통적인 사이즈를 고수해온 브랜드들의 선례도 있으니까요. 관련해 LVMH 워치 위크 싱가포르 현장에서 만난 제니스의 제품 개발 및 헤리티지 디렉터(Products Development & Heritage Director)인 로맹 마리에타(Romain Marietta) 역시 데피 스카이라인 36mm를 소개하면서 유니섹스 라인업으로 강조한 바 있습니다.
데피 스카이라인 36mm는 블루, 핑크, 라이트 그린(혹은 로맹 마리에타식 표현에 따르면 피스타치오 그린) 총 3가지 컬러 다이얼로 선보입니다. 각 다이얼 컬러 별로 베젤에 약 1캐럿 상당의 총 5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젬셋 버전과 일반 버전을 나란히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힙니다. 아무래도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지 않은 일반 버전은 41mm 보다 작은 미드 사이즈를 찾는 손목이 얇은 남성들에게(아시아 남성들에게) 어필할 만하며, 다이아몬드 장식이 화려한 젬셋 버전은 여성들이 특히 선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1960년대 제니스의 빈티지 '더블 Z' 로고에서 착안한 4각별 모양을 반복적으로 인그레이빙한 메탈릭 블루 다이얼을 비롯해, 파스텔 톤을 연상시키는 러블리한 핑크 다이얼, 요즘 유행하는 민트 컬러의 느낌까지 담은 라이트 그린 다이얼 세 버전 공통적으로 12시 상단 브랜드를 상징하는 스타 로고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지는 선레이 마감 기법을 적용해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합니다. 자세히 보면 3시 방향의 데이트 디스크도 다이얼 컬러와 같게 처리되어 더욱 자연스럽습니다. 한편 남성용 41mm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스크류-다운 크라운과 함께 100m 방수를 지원해 실용적입니다.
남성용 41mm 버전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브먼트에 있습니다. 하이비트 설계의 엘 프리메로 칼리버가 아닌 클래식한 쓰리 핸즈 구성의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엘리트 670을 탑재한 것입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50시간).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별 모양의 오픈워크 로터를 채용한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고요. 스트랩은 기본 스틸 브레이슬릿 외 교체 가능한 컬러 러버 스트랩과 폴딩 클라스프를 별도로 제공합니다. 다이얼 컬러와 같은 블루, 핑크, 그린 3가지 컬러 옵션으로 스트랩 종류에 따라 다른 분위기의 연출이 가능합니다.
데피 스카이라인 36mm는 일단 국내에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젬셋 버전- 블루(Ref. 16.9400.670/51.I001), 핑크(Ref. 16.9400.670/18.I001), 라이트 그린(Ref. 16.9400.670/61.I001)- 만 수입될 예정입니다. 출시 가격은 세 버전 동일하게 각각 1천 856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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