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스 빅 크라운 칼리버 473
오리스(Oris)가 2023년 첫 출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새해부터 신형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다가오는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와 같은 대규모 박람회에서 선보일 만한 주연급을 미리 공개한 셈입니다. 올 한 해 맹활약을 예고하는 그 주인공은 빅 크라운 칼리버 473(Big Crown Calibre 473)입니다.
-빅 크라운 칼리버 473
첫인상은 지난 2021년 나온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칼리버 403과 뭐가 다른가 싶습니다. 다이얼 컬러만 짙푸른색에서 보다 예스러운 연청색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고전적인 레일로드 미니트 트랙, 그 외곽으로 표시한 날짜와 그를 가리키는 붉은색 바늘, 큼지막한 아라비아 숫자 아워 인덱스 등 1938년 오리지널 빅 크라운에서 유래한 전통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핸즈 및 인덱스 표면에는 어둠 속에서 초록색으로 빛나는 슈퍼루미노바 야광물질을 도포했습니다. 이름대로 큼지막한 크라운과 복고적인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돔형 글라스는 여전합니다. 반전은 시계가 뒤로 돌면 일어납니다.
무브먼트에서 로터가 사라졌습니다. 즉, 자동에서 수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리스는 이와 관련해 기존 자동 인하우스 칼리버 403을 베이스로 로터와 함께 그에 맞물린 독자적인 슬라이드 베어링 시스템을 제거하는 등 세부 수정을 통해 새로운 수동 칼리버 473을 완성했습니다. 신형 엔진은 자동 메커니즘이 빠진 대신 동력의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무브먼트 한 켠에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추가 기능과 함께 감상 포인트까지 하나 더 늘어난 셈입니다. 게다가 무브먼트를 반쯤 가리던 로터까지 사라지고 나니, 새로운 엔진을 보다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새로운 칼리버 473은 와인딩 메커니즘이 바뀌었을 뿐, 기존 칼리버 400 시리즈의 특장점은 그대로 이어갑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여전히 120시간(5일)에 달합니다. 더블 배럴을 중심으로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휠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 덕분입니다. 오리스에 따르면, 일반 무브먼트가 메인 스프링에서 나온 동력이 기어트레인 및 밸런스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70%를 유지하는 반면, 칼리버 400 시리즈는 85% 수준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또 30개가 넘는 비철금속을 사용했고, 그 중 핵심적인 이스케이프 휠과 앵커는 실리콘으로 제작했습니다. 칼리버 400 시리즈는 덕분에 약 2,250가우스에 매일같이 무브먼트를 노출하는 실험에서 10초 이내의 오차를 나타내며, 최신 ISO 764 기준(200가우스에서 하루오차 30초 미만)을 훌쩍 뛰어넘는 항자성을 자랑합니다. 정확성 역시 뛰어납니다. 브랜드 측이 공개한 일 오차는 -3~+5초.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받은 건 아니지만, 그 기준(-4/+6초)을 상회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케이스는 이전 빅 크라운 칼리버 403과 동일합니다. 소재는 스테인리스 스틸, 사이즈는 직경 38mm입니다. 방수 사양은 50m. 러그 정면부만 새틴 브러시드 가공으로 결을 살리고, 케이스 측면 및 베젤은 폴리시드 가공을 통해 매끈하게 다듬었습니다.
스트랩은 지난해 오리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사슴가죽 가공회사 체르보 볼란테(Cervo Volante)에서 제조한 사슴가죽 스트랩을 사용했습니다. 체르보 볼란테는 오리스처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관심이 많은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사슴가죽을 최대한 윤리적인 방식으로 취득해 관련 상품을 제조한다고 합니다. 사슴가죽 스트랩 안쪽에는 별다른 도구 없이 편리하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퀵 체인지 시스템이 포함돼 있습니다. 버클은 양쪽으로 열리고 닫히는 폴딩 방식입니다.
빅 크라운 칼리버 473 역시 기존 칼리버 400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오리스 공식 홈페이지 MyOris 카테고리에서 제품 등록을 하면 10년에 달하는 국제 품질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미등록시 2년). 공식 리테일가는 580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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