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세르펜티 세두토리
최근 몇 년간 불가리(Bvlgari)는 옥토를 앞세워 울트라씬에 역량을 집중해왔습니다. 워치메이킹의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불가리 하면 역시 주얼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884년에 문을 연 불가리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일찌감치 하이 주얼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합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세대를 뛰어넘는 아이코닉 모델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대표 컬렉션은 세르펜티(Serpenti)입니다. 세르펜티는 이탈리아어로 뱀이라는 뜻입니다. 뱀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 동물입니다. 다산, 풍요, 부활, 장수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반면 교활하고 사악한 악마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불가리는 여성의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입체적인 이미지의 뱀으로 묘사하려 했습니다. 1940년대에 처음 등장한 세르펜티는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뱀 형상의 장신구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모습을 골드 브레이슬릿으로 형상화하는가 하면 뱀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다이얼을 넣어 시계로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이후 세르펜티는 투보가스 브레이슬릿과 결합하며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냈고, 여성들이 선망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합니다.
이번 리뷰의 세르펜티 세두토리는 손목을 칭칭 감는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투보가스 브레이슬릿은 특별한 행사나 연회장에서는 사용자를 돋보이게 만들어주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럽습니다. 이에 불가리는 세르펜티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데일리 워치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세르펜티 세두토리(Serpenti Seduttori)를 출시했습니다. 그 결과 액세서리의 느낌은 약해졌지만 시계의 이미지는 강해졌습니다.
뱀의 머리를 연상시키는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세로 길이는 33mm입니다. 두께는 6.85mm로 얇아서 착용감이 뛰어나고 가녀린 여성들의 손목에도 넘치지 않고 잘 어우러집니다. 로즈 골드 베젤은 물방울 형태의 케이스를 따라 파낸 뒤 38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채워 넣었습니다. 다이아몬드가 없는 모델도 있는데 세르펜티의 화려함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의 도움이 필요해 보입니다. 꽃망울을 보는 듯한 크라운에는 카보숑 컷 핑크 루벨라이트가 박혀 있습니다. 베리에이션에 따라 블루 사파이어를 세팅하기도 합니다. 4개의 나사로 고정된 케이스백에는 불가리의 이름과 간단한 정보가 몇 가지 기재되어 있습니다. 방수는 30m로 무난한 편입니다.
케이스에는 딱히 러그라고 부를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케이스에서 브레이슬릿으로 곧장 이어지는 일체형입니다. 육각형의 링크로 꿰어 맞춘 듯한 브레이슬릿은 흡사 뱀의 비늘처럼 생겼습니다. 영리하고 우아한 방식으로 뱀의 이미지를 살려냈습니다. 전체를 유광 가공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서 부드러운 착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버튼을 눌러 양쪽으로 개방하는 평범한 구조의 폴딩 버클을 채택했습니다.
오팔린 실버 톤 다이얼의 인덱스는 케이스 곡선을 따라 배치했습니다. 6시와 12시 인덱스만 로마숫자로 표기하는 것은 불가리가 즐겨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시침과 분침만 있을 뿐 다른 어떠한 장치도 볼 수 없습니다. 실용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르펜티 컬렉션의 순수한 매력을 즐기기 좋을뿐더러 시계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도 크게 신경 쓸 게 없어서 편한 측면도 있습니다.
쿼츠 무브먼트에 날짜도 없기 때문에 조작은 매우 간단합니다. 크라운을 한 칸 뽑은 상태에서 돌리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손톱을 살짝 넣으면 크라운이 간단하게 뽑히는 구조여서 손톱 관리에 공을 들이는 여성들이 착용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세르펜티 세두토리는 뱀을 모티프로 삼은 독특한 시계입니다. 세르펜티 투보가스 만큼은 아니어도 손목에서 빛나고 있는 이 시계를 본다면 시계나 주얼리의 문외한일지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겁니다. 일상 생활에서의 착용을 겨냥해 나온 제품이니 만큼 언제 어디서나 주목을 받고 싶은 분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이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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