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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의 메모복스(Memovox)는 벌캐인의 크리켓과 함께 가장 유명한 알람 워치입니다. 알람 워치를 깊이 파고든 것은 동사가 차이밍 워치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룬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예거 르쿨트르가 최초의 알람 워치 메모복스를 출시한 것은 1950년입니다. 메모복스라는 이름은 메모리(Memory)와 소리(Voice)를 조합한 것입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1959년 메모복스 딥씨를 선보이며 알람 다이버 워치라는 생소한 장르를 탄생시킵니다. 물속에서 소리(또는 진동)를 이용해 다이버에게 경과 시간을 알린다는 참신한 의도였습니다. 이 같은 시도는 1965년과 1958년의 메모복스 폴라리스로 이어지며 진심임이 밝혀졌습니다. 메모복스 폴라리스는 잠수시간을 눈과 귀로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이너 베젤과 알람 디스크를 동시에 활용했습니다. 메모복스 폴라리스는 1970년에 단종된 이후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이버 알람 워치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인기가 제법 뜨거운 데다가 때마침 제대로 된 스포츠 워치 컬렉션이 필요했던 예거 르쿨트르는 2018년 폴라리스(Polaris) 컬렉션을 신설합니다. 폴라리스 마리너 메모복스(Polaris Mariner Memovox)는 예거 르쿨트르 알람 워치의 전통을 잇는 폴라리스 컬렉션의 대표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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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지름은 42mm, 두께는 15.63mm입니다. 케이스 지름은 오리지널 모델의 크기를 그대로 계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께는 다소 두꺼운 편인데 방수가 300m임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다이버 워치 국제 표준 ISO 6425 규격을 획득한 시계가 시스루백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덕분에 무브먼트는 물론이고 알람이 작동하는 모습까지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스크루 다운 대신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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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위에 설치된 베젤이 매우 얇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시계가 표기된 숫자보다 살짝 커 보입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돔 형태로 살짝 굴곡졌으며 두께도 두툼하여 빈티지한 분위기가 옅게 감돕니다. 스포츠 워치 답게 기교를 부리지 않고 헤어라인 가공으로 대부분의 면을 가공했습니다. 대신, 모서리는 부드럽게 다듬고 유광 가공해 고급스러움을 잘 살려냈습니다. 유광과 무광의 합주는 케이스보다 브레이슬릿에서 두드러집니다. 가운데 링크는 케이스처럼 무광으로 처리한 반면 H형태로 가공한 링크는 유광 가공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의 로고를 새긴 버클은 양쪽으로 열리는 형태입니다. 버클을 완전히 풀기 위해서는 두 쌍의 버튼을 번갈아가며 눌러야 합니다. 버클이 의도치 않게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데 손이 한 번 더 가기 때문에 약간은 번거롭습니다. 다이버 익스텐션이 있어서 브레이슬릿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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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6, 9, 12시 방향의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사다리꼴 인덱스 조합은 원작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야광으로 처리한 원작과 달리 인덱스에 야광을 채우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깊은 바닷속을 연상시키는 딥 블루 다이얼과 군데군데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오렌지 컬러가 현대적인 스타일을 완성합니다. 스켈레톤 처리한 시침과 분침 끝 부분에도 슈퍼 루미노바를 채워 넣었습니다. 폴라리스 마리너 메모복스는 베젤이 유리 안쪽에 있는 이너 베젤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크라운 오작동에 의해 베젤의 위치가 변경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이너 베젤은 다른 다이버 워치처럼 잠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15단위 숫자와 도트 인덱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이얼 중앙에는 메모복스라는 문구와 함께 삼각형 마커가 새겨진 디스크가 있습니다. 원하는 시간대로 삼각형 마커를 이동시킨 뒤 시침이 도달하면 알람이 울립니다. 3시 방향의 날짜창은 뚜렷한 개성을 지닌 다이버 워치에 보편성과 실용성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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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가 개발한 셀프와인딩 매뉴팩처 칼리버 956AA은 271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44시간입니다. 알람 워치의 특성상 공간에 제약이 많다 보니 긴 파워리저브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짙은 회색으로 코팅 처리한 스켈레톤 로터, 블루 스크루, 루비 주얼이 어우러지며 쏠쏠한 눈요기거리를 제공합니다. 해머가 케이스백을 때리는 오리지널 모델과 달리 케이스백에 연결된 링을 치면 소리가 납니다. 메커니즘의 변화를 통해 힘차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솔리드백에서 시스루백으로의 전환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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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측면에서 뿔처럼 솟은 3개의 크라운은 저마다 역할이 정해져 있습니다. 2시 방향의 크라운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돌리면 알람용 배럴을 와인딩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동력을 비축해야 알람 소리가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한 칸 당긴 상태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날짜를 맞출 수 있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알람 디스크를 회전시킬 수 있습니다. 가운데 크라운을 풀면 이너 베젤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너 베젤은 다이버 워치답게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입니다. 가운데 크라운이 풀린 상태에서 오렌지 링이 보입니다. 잠수하기 전에 크라운을 잠그라는 일종의 경고입니다. 마지막으로 4시 방향의 크라운은 시간 조정과 와인딩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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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폴라리스 마리너 메모복스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요? 난무하는 스포츠 워치의 틈바구니에서 폴라리스 마리너 메모복스는 무엇이 다른 걸까요? 필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폴라리스 마리너 메모복스는 시장에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기계식 알람 다이버 워치입니다. 여기에는 쓸모를 잃어버린 기계식 알람 손목시계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고집스러운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에 낭만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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