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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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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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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Richard Mille)의 RM 67-02는 RM 67-01의 스포츠 버전입니다. 리차드 밀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모델이기도 한 RM 67-01은 오토매틱 와인딩 엑스트라 플랫(Automatic Winding Extra Flat)이라는 풀 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얇은 두께를 추구합니다. RM 67-02도 이런 가치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단, RM 67-02는 스포츠 버전이므로 감량을 위해 날짜와 기능 인디케이터를 제거했습니다. 아울러 케이스 소재를 변경해 극단적인 다이어트까지 병행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 결과 무게가 약 32g 정도로 줄어든 RM 67-02의 착용감은 발군입니다. RM 67-02를 착용한 뒤 터져 나온 감탄과 놀라움은 필자의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웨어러블한 RM 67-02은 마케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알렉시 팽튀로, 웨이드 반 니커크, 세바스티앙 오지에, 무타즈 에사 바심 같은 스포츠 선수들의 손목에 RM 67-02를 채울 수 있었던 것도 RM 67-02의 가벼운 무게와 착용감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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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을 상징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토노 케이스의 가로 길이는 38mm, 세로 길이는 47.5mm입니다. 두께는 7.8mm로 드레스 워치에 견줄 만큼 얇습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듯 살짝 구부러진 케이스는 손목 형태를 고려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RM 67-02의 케이스는 RM 67-01과 큰 틀은 유사합니다. 대신, 측면이 매끄럽지 않고 스크류가 있는 부분이 살짝 튀어나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베젤(어퍼 케이스), 미들 케이스, 케이스 백으로 구성된 케이스는 5등급 티타늄으로 만든 12개의 나사와 316L 스테인리스스틸 와셔로 단단하게 고정했습니다. 러그가 따로 없어서 스트랩을 케이스에 곧바로 연결했습니다. 방수는 30m로 다른 스포츠 워치와 비교하면 살짝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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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 케이스와 케이스백의 소재는 카본 TPT®입니다. 항공, F1, 슈퍼 카 같은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 카본은 가볍고 강한 강성을 지녔습니다. 카본 TPT®만의 특별한 성질과 카본 TPT®에서 풍기는 하이테크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은 리차드 밀의 시계를 관통하는 주요 테마입니다. 리차드 밀의 카본 TPT®는 다른 브랜드의 스테인리스스틸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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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NTPT(North Thin Ply Technology)사가 개발한 TPT® 기법은 크레이프 케이크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선, 카본 레이어를 방향과 각도를 바꿔가면서 쌓아 올려 TPT® 블록을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TPT® 블록을 CNC 머신으로 가공해 모양을 잡습니다. 표면에 새겨진 불규칙한 무늬는 TPT® 블록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시계에 개성과 희소성을 부여합니다. 카본 TPT®는 재료인 카본 필라멘트 사이의 간격이 촘촘해 다른 카본보다 강도도 높고 강하다고 합니다. 강렬한 빨간색의 미들 케이스는 쿼츠 TPT®로 제작했습니다. 제조 방식은 카본 TPT®와 유사한데 색을 내기 위해 실리카 레이어를 첨가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얇은 층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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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를 훤히 드러내는 다이얼도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사실 다이얼이라고 부를만한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다이얼을 대신하는 플린지 부분 일부를 활용해 시간을 표시하는 인덱스를 배치했습니다. 다이얼의 두께는 0.4mm로 엑스트라 플랫이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 얇습니다. 플린지를 연결하는 선이 교차하듯 무브먼트 위를 가로지릅니다. 중간중간 시선을 사로잡는 빨간색과 주황색은 손으로 직접 칠했습니다. 스켈레톤 기법을 이용해 기하학적인 형태와 부품을 보여주는 무브먼트는 기계식 시계 애호가라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뿜어냅니다. 오픈워크 구조인 만큼 5등급 티타늄 소재의 플레이트와 브리지를 정성을 들여 마감했습니다. 마무리로 피니싱한 표면을 DLC 코팅으로 덮어버립니다. 애써 공들인 피니싱이 묻히는 감이 없지 않지만 특유의 고급스러움은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마감 기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습니다. 시계를 바라보면 시침과 분침만 보이기 때문에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7시 방향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밸런스 휠과 이스케이프먼트의 움직임은 초침의 부재에서 오는 허전함과 정적인 분위기를 말끔히 해소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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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와인딩 칼리버 CRMA7의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대략 50시간 정도입니다. 원웨이®(OneWay®) 와인딩 시스템을 적용한 로터는 한쪽 방향으로 회전할 때만 메인스프링을 감아줍니다. 뼈대는 카본 TPT®로 제작한 반면 로터의 회전력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자리 부분은 화이트 골드로 제작했습니다. 무브먼트처럼 스켈레톤 처리해 일관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일부 부품을 제외하면 무브먼트는 흑백의 모노톤을 보여줍니다. CuBe라고 부르는 베릴륨 동 합금의 밸런스 휠이나 루비 대신 투명한 사파이어 주얼을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 전반에 수준 높은 앵글라주와 그레이닝 가공을 적용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표면 피니싱도 부품과 구역에 따라 전부 다릅니다. 모노톤이지만 미묘하게 톤을 달리해 입체감을 부여한 것은 리차드 밀 다운 점입니다. 그야말로 극한의 디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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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기능이 없으니 조작도 간단합니다. 큼지막한 크라운은 조작이 용이합니다. 크라운에 벌집 패턴을 새긴 노란색 러버 링을 둘러 디테일과 조작감을 동시에 잡았습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는 와인딩을, 한 칸 당긴 포지션 1에서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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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 케이스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빨간색 직물 스트랩의 안쪽에는 가죽을 덧댔습니다. 소위 찍찍이라고 불리는 벨크로 타입의 스트랩으로 버클에 끼워 착용하는 방식입니다(이로 인해 리뷰 모델의 실제 무게는 50g이 조금 넘습니다). RM 67-02 몇몇 모델은 버클 없이 손목에 밴드처럼 착용하는 단순한 방식의 컴포트 스트랩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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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리차드 밀은 리차드 밀입니다. 디테일을 향한 병적인 집착이라든가 카본 TPT®나 티타늄 같은 소재를 아끼지 않고 투입한 점이 그 근거입니다. 여기에 빼어난 마감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하이엔드의 철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화려한 컬러와 캐주얼한 성향을 지닌 RM 67-02는 가격을 제외하면 매력적인 데일리 워치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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