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이 지난 2021년 12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서울 주한 스위스 대사관에서 266년 전통 하이 워치메이킹 메종의 유구한 역사와 노하우를 대변하는 헤리티지 타임피스 몇 점을 모아 소개하는 전시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이 단일 브랜드를 위해 전시 공간을 내어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오랜 역사가 가진 무게와 스위스 시계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 하겠습니다.
메종의 역사적인 빈티지 타임피스를 주기적으로 모아 전시 및 판매하는 레 컬렉셔너(Les Collectionneurs) 코리아 투어와는 별개로 진행된 이번 특별 전시 행사를 위해 박물관이 아니면 쉽게 접하기 힘든 매우 진귀한 시계 총 12점이 한국을 찾았는데요. 창립자 장-마크 바쉐론(Jean-Marc Vacheron)이 무려 메종 창립 연도인 1755년 제작한 실버 포켓 워치를 비롯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엔지니어 부대를 위해 특수 제작한 실버 포켓 워치, 1996년 탄생한 2세대 오버시즈 셀프와인딩 모델, 2005년 브랜드 창립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주빌레(Jubilé) 모델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메종의 정수가 담긴 타임피스들이 국내에 첫 선을 보였습니다.
- 1755년 제작된 실버 포켓 워치
메종의 창립자 장-마크 바쉐론이 직접 제작하고 서명까지 새긴 유일한 타임피스(Ref. 11109)로, 지금까지 전해지는 바쉐론 콘스탄틴 프라이빗 헤리티지 컬렉션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 1825년 제작된 골드 포켓 워치
바쉐콘 콘스탄틴은 1819년 창립자의 손자 자끄-바뗄레미 바쉐론(Jacques-Barthélémi Vacheron)과 제네바 출신의 사업가인 프랑소와 콘스탄틴(François Constantin)이 만나 현재까지 이어지는 메종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 모델(Ref. 11956)은 다이얼에 Vacheron & Constantin을 프린트한 가장 초창기 포켓 워치 중 하나로서의 상징적인 가치를 자랑한다.
- 1827년 제작된 골드 포켓 워치
골드 케이스백에 핸드 인그레이빙 및 블랙 에나멜 도료를 사용한 샹르베 에나멜링 테크닉으로 당시 유행한 아르누보 풍의 잎사귀 모티프를 형상화해 고급스러운 화려함을 강조한다.
- 1919년 제작된 실버 포켓 워치
심플한 구성의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포켓 워치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한 미국 장교들(특히 엔지니어 부대 장교들)에게 공급되었다. 라듐계 야광도료를 두툼하게 도포한 오버사이즈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와 고전적인 디자인의 핸즈, 다이얼에 프린트한 'Corps of Engineers, U.S.A'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 1931년 제작된 플래티넘 포켓 워치
불과 0.94mm 두께의 슈퍼 울트라-씬 수동 칼리버 RA17” 5/12를 탑재한 얇은 두께의 미학과 기술력의 정수를 보여주는 타임피스.
- 1931년 제작된 아르데코풍의 화이트 골드 손목시계
문페이즈를 포함한 풀-캘린더 기능을 담은 컴플리케이션 손목시계로, 케이스백에 새겨진 에르메스(Hermès) 로고 각인이 당시 에르메스의 요청에 의해 제작된 모델임을 보여준다. 이 시계는 2005년 한 시계 경매를 통해 45만 스위스 프랑(한화로는 대략 5억 8천만 원대)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 1936년 제작된 골드 주빌레 손목시계
1935년 메종 설립 1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모델 중 하나로 특이하게(?) 크라운이 12시 방향에 위치하고(전 세대의 레핀 포켓 워치 무브먼트를 수정 탑재했기 때문), 다이얼에 사용한 특수한 블랙 도료(미국의 듀퐁사가 발명한 나이트로-셀룰로스로 구성된 래커용 물질)에서 착안해 '블랙 듀코(Duco) 다이얼'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 1942년 제작된 골드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
메종의 초창기 가장 성공적인 크로노그래프 모델(Ref. 4178) 중 하나로, 팬(Fan) 모양의 독특한 러그 형태와 고전적인 투-카운터 레이아웃, 타키미터 눈금을 새긴 다이얼이 시대를 초월한 멋스러움을 보여준다.
- 1954년 제작된 골드 손목시계
특유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크로스라인 형태의 스몰 세컨드가 돋보이는 이 모델(Ref. 6032)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제네바 평화회담을 위해 모인 4개국 주요 인사들- 이른바 '빅 포(Big 4)'- 에게 헌정되었다. 특히 해당 모델은 프랑스의 앙투앙 피네에게 제공한 것으로, 케이스백에 '존경하는 프랑스 공화국 장관 앙투앙 피네에게(A Son Excellecnce Monsieur Antoine Pinay Ministre de la Republique Francaise)'라는 문구를 새겨 의미를 더했다.
- 1996년 제작된 오버시즈 스틸 손목시계
1977년 창립 222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222' 모델에서 영감을 얻어 디노 모돌로(Dino Modolo)가 리-디자인한 초기 오버시즈 셀프와인딩 모델로, 현행으로 이어지는 오버시즈 디자인의 전형을 완성했다.
- 2005년 제작된 옐로우 골드 손목시계
메종 창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주빌레 모델 중 하나로, 바쉐론 콘스탄틴 프라이빗 헤리티지 컬렉션에 헌정하는 의미를 담아 '뮤즈(Musée)'라는 문구를 새겨 특별함을 더했다. 당시 옐로우 골드, 화이트 골드, 핑크 골드, 플래티넘으로 각각 제작되었는데, 특히 옐로우 골드 모델은 500피스 한정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여 소장 가치를 자랑한다. 제네바 홀마크(제네바 씰)를 상징하는 문장(혹은 카르투슈)를 다이얼에 장식한 메종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