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이 메종의 파인 워치메이킹 노하우와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공예예술) 기술을 집결한 캐비노티에(Les Cabinotiers) 컬렉션에 그랑 컴플리케이션 사양의 매우 특별한 포켓 워치를 선보였습니다.
-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케이스 후면)
여러분들 혹시 지난 2015년 바쉐론 콘스탄틴 창립 260주년을 맞아 공개한 Ref. 57260을 기억하실까요? 총 57개의 컴플리케이션을 응축한 슈퍼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로 등장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로 기네스에 등재됐고 현재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Les Cabinotiers Westminster Sonnerie –Tribute to Johannes Vermeer)는 기념비적인 57260 이후로 모처럼 메종의 캐비노티에 부서에서 완성한 그랑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라는 점에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케이스 전면)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열렬한 시계수집가이자 메종의 오랜 고객의 요청을 받아들여 무려 8년 만에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신원을 밝히진 못하지만, 해당 고객의 요청은 처음부터 매우 구체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처음부터 57260과 동일한 사이즈(직경 98mm)의 포켓 워치를 희망했고, 미닛 리피터와 그랑 소네리 기능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케이스에 아이코닉한 명화(名畫)를 담고 싶은데 세계적인 에나멜링 장인인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가 작업해야만 한다고 거듭 고집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범상치 않은 요청사항 때문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고객에 양해를 구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천천히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요청을 완벽하게 충족하면서 나아가 메종의 역사적인 스트라이킹 포켓 워치들과 견주어도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하는 타임피스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 1820년 제작된 여행용 테이블 클락 Ref. Inv.10709
그랑 소네리 기능을 갖춘 메종의 가장 오래된 타임피스
- 1827년 제작된 그랑 & 쁘띠 소네리 포켓 워치 Ref. Inv.10715
그랑 & 쁘띠 소네리 기능을 갖춘 메종 최초의 포켓 워치
- 1918년 제작된 제임스 워드 패커드 포켓 워치 Ref. Inv.11527
2011년 6월 뉴욕 경매에서 약 18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 2015년 제작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 Ref. 57260
57개의 컴플리케이션을 망라한 기념비적인 포켓 워치
참고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트라이킹 워치 제조 역사는 182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랑 소네리 및 쁘띠 소네리 기능을 모두 갖춘 모델은 1827년 제작된 포켓 워치 Ref. Inv.10715를 기원으로 합니다. 200년이 넘는 유구한 스트라이킹 워치 제조 경험은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자 제임스 W. 패커드를 위해 1918년 제작한 전설적인 포켓 워치(Ref. Inv.11527)와 이집트 왕 푸아드 1세가 소장한 포켓 워치(Ref. Inv.11294)를 비롯해 현대의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Ref. 57260)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칼리버 3761
그랑 소네리와 쁘띠 소네리, 웨스트민스터 까리용(Westminster carillon), 미닛 리피터, 그리고 투르비용까지 망라한 새로운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 3761의 개발에는 앞서 57260을 담당했던 워치메이커 팀 3인이 그대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57260의 몇몇 특징적인 기술을 3761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에 위치한 빅벤에서 착안한 웨스트민스터 카리용 차임이 단연 돋보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차임은 4개의 랙으로 조절되는 각각의 해머로 5개의 공을 완벽한 하모니로 타격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복잡한 스트라이킹 메커니즘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슬라이드 레버를 이용해 언제든 원할 때마다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을 활성화할 수 있으며, 이를 구심 플라잉 스트라이크 거버너(Centripetal flying strike governor)로 완벽하게 제어합니다.
케이스 좌측면에 위치한 두 개의 셀렉터 스위치 조작을 통해 스트라이킹 메커니즘 모드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매 15분 단위로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일반적인 스트라이크 모드 뿐만 아니라, 칼리버 3761을 위해 특별 개발된 일명 나이트 사일런스 모드를 활용하면 오후 11시부터 오전 9시까지 타종 기능이 비활성화되어 파워리저브도 절약하면서 무음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상단의 두 번째 셀렉터로 그랑 소네리(GS)와 쁘띠 소네리(PS) 모드를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쿼터 단위로 타종하면서 4번째 쿼터(카리용)에 시간을 웅장한 사운드로 알려주는 그랑 소네리 모드가 부담스러울 때는 쿼터 단위만 타종하는 쁘띠 소네리 모드로 변경해 보다 가볍게 이용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부수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쿼터, 분, 시순으로 타종하는 일반적인 미닛 리피터 기능도 제공합니다.
뽀얀 달걀 껍질을 연상시키는 에그쉘 컬러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 면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경첩 장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케이스백 안쪽의 무브먼트 면을 통해 분당 1회전하는 투르비용 케이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종을 상징하는 말테 크로스를 형상화한 두 겹의 오픈워크 케이지 형태가 개성적입니다. 칼리버 3761은 직경 71mm, 두께 17.05mm 사이즈 안에 총 806개의 부품과 58개의 주얼로 구성돼 있으며, 시간당 밸런스는 18,000회 진동하고(2.5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일반 타임온리 모드에서는 80시간(더블 배럴 구조), 그랑 소네리(스트라이킹) 모드 작동 하에서는 약 16시간 정도를 보장합니다. 무브먼트는 하이엔드 브랜드 최상위 비스포크 타임피스의 격에 맞게 구석구석 전체 수려하게 가공 마감되었으며, 제네바 홀마크(제네바 씰)까지 받았습니다.
- 핸드 인그레이빙으로 아칸서스잎을 새긴 케이스 측면
옐로우 골드 케이스의 직경은 98mm, 두께는 무려 32.6mm에 달할 만큼 결코 휴대 사이즈를 염두에 둔 모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케이스 전체를 마스터 인그레이버의 손길을 거쳐 핸드 인그레이빙 장식을 새겼는데, 케이스 측면부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코린트식 원주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칸서스(Acanthus) 잎사귀를, 베젤과 케이스백은 튤립과 두 겹의 진주(비즈) 테두리 장식으로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고전주의적인 인그레이빙 장식 스타일도 이 시계를 주문한 고객의 요청을 따른 것이라고! 반면 미들 케이스 상단 크라운 위의 보우 장식에는 두 마리의 포효하는 사자를 입체적으로 조각해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메종에 따르면 케이스 인그레이빙 및 조각 작업에만 총 5개월 이상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 아니타 포르셰가 에나멜 페인팅으로 완성한 다이얼
한편 오피서 타입의 케이스백 커버에는 네덜란드의 천재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가 17세기 중반 완성한 걸작,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The Girl with a Pearl Earring)'를 스위스의 마스터 에나멜러 아니타 포르셰의 손길을 거쳐 미니어처 에나멜 페인팅 기법으로 오리지널 모습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이 정도로 정교하고 완벽한 모사 작업을 할 수 있는 에나멜러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각 싱글 레이어 작업에만 2주 이상이 걸리고 각각의 컬러를 안정화하기 위해 800도씨 이상 고온의 가마에서 20번에 걸쳐 가마에서 구워내는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포트레이트 작업 하나만 총 7개월 정도가 소요됐다고 합니다(작품 선정부터 색소 및 에나멜 페인팅 연구 개발, 최종 완성까지는 총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셈).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Ref. 9910C/000J-B413)는 메종의 장기인 파인 워치메이킹과 메티에 다르를 하나의 유니크 비스포크 타임피스에 녹여 낸 걸작으로, 이미 고객에게 전달되어 우리가 앞으로 실물을 볼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레퍼런스로 삼아 고객이 원하는 특별한 유니크 피스를 제공하는 캐비노티에 컬렉션의 취지를 되새길 때 이러한 류의 포켓 워치를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 바쉐론 콘스탄틴은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다음 캐비노티에 컬렉션에 또 어떤 특별한 타임피스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