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그뢰벨 포지(Greubel Forsey)답게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1을 위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도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헤드 미셸 니데거(Michel Nydegger)가 브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스위스 라쇼드퐁의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뢰벨 포지의 매뉴팩처 앞에 무사히 착륙한 그의 손목에서 2021년을 장식할 신제품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GMT Sport
GMT 스포트
케이스 디자인과 전체적인 윤곽을 살짝 다듬고 티타늄과 블루 컬러의 조합으로 보다 스포티하고 경쾌하게 재해석한 GMT 스포트의 최신 버전입니다. 티타늄 케이스의 지름은 42mm입니다. 케이스가 아닌 베젤을 기준으로 하면 45mm로 늘어납니다. 베젤이 케이스를 덮는 듯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찌그러진 것처럼 보이는 기하학적 케이스와 베젤의 구조를 따라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역시 굴곡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포함한 케이스 두께는 17.8mm입니다. 전작에서 그뢰벨 포지가 추구하는 여러 가치를 새겨놓았던 베젤은 폴리시드 및 브러시드 마감으로만 꾸며보다 깔끔하게 바뀌었습니다. 방수는 수심 100m까지 가능합니다.
러버 스트랩만 지원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그뢰벨 포지의 시계로는 처음으로 메탈 브레이슬릿을 제공합니다. 스포츠 워치라면 갖춰야 할 브레이슬릿의 부재가 그뢰벨 포지의 컬렉터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나 봅니다. 3열로 이루어진 일체형 브레이슬릿의 소재는 5등급 티타늄으로 무게가 60그램에 불과합니다. 러그와 가까운 링크 측면을 비롯해 정면에서 봤을 때 양쪽에 위치한 부분은 프로스트 마감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부분은 결을 살린 브러시드로 마무리했습니다. 버클에는 미세 조정이 가능한 기능이 더해져 몇 mm 정도를 늘였다 줄일 수 있습니다. 티타늄 브레이슬릿보다 경쾌한 착용감을 원하는 분들은 티타늄 폴딩 버클이 연결된 러버 스트랩 버전을 선택하면 됩니다.
케이스 내부에서는 오직 그뢰벨 포지의 시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과 메커니즘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다이얼과 무브먼트의 경계가 모호한 데다가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는 높이가 서로 달라 엄청난 입체감을 선사합니다. 먼저 2시 방향에는 그뢰벨 포지의 세 번째 발명에 해당하는 24초 투르비용이 자리합니다. 25° 기울어진 투르비용은 티타늄 케이지 속에서 24초에 한 바퀴를 고속으로 회전합니다. 투르비용 아래로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기어트레인과 바늘을 고정하기 위해 길게 뻗은 브리지가 있습니다. 끝 부분에 슈퍼 루미노바를 칠한 스켈레톤 핸즈는 살짝 안으로 구부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와 접촉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제작했습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또 다른 무기는 바로 지구를 형상화한 디스크입니다. 북극에서 바라본 지구를 재현한 티타늄 소재의 구체형 디스크와 24시간 링을 통해 해당 지역의 시간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링은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색을 다르게 처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구와 투르비용 사이에는 스몰 세컨즈와 통합된 세컨드 타임 GMT 인디케이터가 자리합니다. GMT 핸드와 지구 디스크는 케이스 측면에 있는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뒤집으면 24개의 도시명과 각 도시에 해당하는 24개의 타임존이 무브먼트와 케이스백에 나뉘어 표시되고 있습니다. 추가로 서머 타임까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수많은 기능을 집약해 놓은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는 435개의 부품을 동원해 제작했습니다 주얼 숫자만 63개에 이릅니다. 모든 부품은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다듬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72시간입니다. 브리지와 플레이트는 티타늄과 잘 어울리는 블루 컬러로 처리했습니다.
단 33명에게만 허락된 그뢰벨 포지 GMT 스포트의 러버 스트랩 버전은 48만스위스프랑(한화 약 5억8500만원), 브레이슬릿 버전의 가격은 52만스위스프랑(한화 약 6억3300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