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9 까레 데 오롤로저(Carré des Horlogers) 소식을 이어서 전합니다.
Christophe Claret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올해 매뉴팩처 설립 30주년과 브랜드 설립 10주년이라는 겹경사를 맞았습니다. 독립 시계 제작자로서 크리스토프 클라레의 업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제네바 워치메이킹 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로저 드뷔 밑에서 수학한 그는 퍼페추얼 캘린더나 리피터와 같은 컴플리케이션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기계식 시계의 부흥을 이끈 율리스 나르당의 전 CEO 롤프 슈나이더의 요청으로 리피터 무브먼트를 제작하기도 했죠. 1987년에는 훌리오 파피, 도미닉 르노와 함께 RPC(세 사람의 이름 앞 글자를 합친 것)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2년 뒤에는 율리스 나르당의 산 마르코 미니트 리피터에 탑재된 칼리버 CLA88 제작했는데, 매뉴팩처로서 첫 발을 내디딘 시점을 이때로 삼은 듯 합니다. 2009년은 크리스토프 클라레에게 터닝포인트가 된 해였습니다. 해리 윈스턴, 율리스 나르당 등에 무브먼트를 납품한 그는 2009년 동명의 브랜드를 론칭하며 매뉴팩처에서 브랜드로 진화했습니다.
Angelico
안젤리코
매뉴팩처와 브랜드 설립을 동시에 축하하는 기념비적인 이 시계는 절륜한 워치메이커의 천재성과 창조성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안젤리코라는 이름은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한 “천사 같은 화가” 프라 안젤리코(Fra Angelico)에서 따왔습니다.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이 시계를 통해 워치메이킹의 예술적 면모를 설파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470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핸드와인딩 칼리버 DTC08의 시간당 진동수는 18,000vph(2.5Hz)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중요한 메커니즘이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는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입니다. 오늘날 표준으로 자리잡은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이전에 유행한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는 정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마린 크로노미터에 주로 쓰였습니다.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의 장점은 적은 마찰과 뛰어난 정확성입니다. 에너지를 이스케이프먼트에서 밸런스로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효율도 뛰어난 편이죠. 하지만 충격(특히, 측면에서 가해지는)에 매우 약하며, 스스로 작동(self starting)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충격을 받으면 시계가 곧잘 멈췄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는 손목시계로 헤게모니가 넘어가면서 사장되고 말았습니다.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를 손목시계에 적합한 형태로 수정했습니다. 디텐트 레버가 흔들려 이스케이프 휠이 원치 않게 움직이는 걸 막고, 밸런스 휠의 회전각이 커서 롤러 주얼이 디텐트 레버를 한 번 더 치는 오버 뱅킹을 방지하는 안전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는 투르비용입니다. 마에스토소에서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를 선보인 적은 있으나 이를 투르비용과 결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투르비용은 1분이 아닌 6분에 한 바퀴 회전합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디텐트 이스케이프먼트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함입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름 16mm의 투르비용 케이지는 티타늄으로, 브리지는 알루미늄으로 제작했습니다.
세 번째는 퓨제 체인입니다. 여러 개의 작은 링크를 엮은 일반적인 체인과 달리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다이니마(Dyneema) 나노섬유로 만든 케이블을 사용합니다. 라틴어로 강한 실이라는 뜻의 다이니마는 매우 가볍고, 강도가 강하며, 잘 늘어나지 않는 데다가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소재입니다. 동사의 익스트림 1(X-TREM-1)이나 율리스 나르당의 그랜드 마린 덱 크로노미터에도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링크와 링크간의 마찰을 없애 효율을 높이고, 파워리저브를 늘리기 위해 다이니마를 도입했습니다. 실제로 다이니마 케이블은 전통적인 체인과 비교해 절반만 감아도 같은 효율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다이니마 케이블의 두께는 0.18mm에 불과하며, 이 정도만으로도 10kg의 물체를 들어올릴 수 있다고 하네요. 다이니마 케이블과 연결된 두 개의 배럴은 72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배럴에 다이니마 케이블이 감기는 것으로 파워리저브를 표시하는 창의적인 발상도 돋보입니다. 퓨제를 고정하는 브리지에는 배럴이 완전히 감기거나 풀리는 것을 막는 스톱 워크와 이를 표시하는 인디케이터가 있습니다.
안젤리코에는 시침이 없습니다. 다이얼 5시와 7시 방향에 있는 두 개의 창은 로컬 타임과 홈 타임의 시(hour)를 표시합니다. 다이얼 외곽의 미니트 트랙과 맞닿은 루비(레드골드 버전) 또는 블루 사파이어(티타늄 버전)이 분을 가리킵니다. 분침이 한 바퀴 돌면 시 디스크는 한 칸씩 점핑합니다. 케이스 2시 방향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로컬 타임을, 4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홈 타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안젤리코는 레드골드와 5등급 티타늄 버전으로 선보이며, 각각 10개씩 한정 생산됩니다. 케이스 지름은 45.5mm, 두께는 17.45mm입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가격은 레드골드 버전이 23만8000스위스프랑(약 2억6600만원), 티타늄 버전이 21만8000스위스프랑(약 2억4400만원)입니다.
-안젤리코 Ref. MTR.DTC08.000-010
-안젤리코 Ref. MTR.DTC08.020-030
Margot Velours
마고 벨루어
크리스토프 클라레의 번뜩이는 재치는 남성용과 여성용을 가리지 않습니다. 꽃을 모티프로 한 마고는 브랜드의 첫 번째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워치입니다. 지름 42.5mm, 두께 14.52mm의 케이스는 화이트골드와 블루 PVD 코팅한 5등급 티타늄으로 제작했습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베젤과 러그에는 64개의 다이아몬드를 비드 세팅했습니다. 우아한 다크 블루 자개 다이얼에는 물방울 모양의 다이아몬드를 프롱 세팅했습니다. 벨벳으로 처리한 악어가죽 스트랩의 안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 손쉽게 케이스로부터 떼어낼 수 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다이얼 중앙에 핀 꽃입니다. 티타늄으로 만든 12개의 꽃잎과 핑크 사파이어 소재의 암술이 매혹적인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케이스 2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해머가 공을 때리며 소리가 납니다. 동시에 꽃잎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결국에는 전부 모습을 감춥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이얼 우측 하단에 있는 창에서 un peu(조금), beaucoup(많이), passionnément(열정적으로), à la folie(엄청), pas du tout(전혀)라고 적힌 글씨가 번갈아 가며 나타납니다. 왼쪽 창에 있는 il maime의 뜻은 “그는 사랑한다"입니다. 꽃이 진 뒤 케이스 4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다시 피어납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EMT17은 부품수가 731개에 이르며, 주얼 수만 95개에 달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입니다. 두 개의 배럴은 72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마코 벨루어는 20개 한정 생산되며, 가격은 19만8000스위스프랑(2억2150만원)입니다.
URWERK
UR-105 CT MAVERICK
UR-105 CT 매버릭
이 시계를 본 제 머리 속에는 수억 년 전에 지구를 지배한 공룡과 미래 세계의 우주선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UR-105 CT 매버릭은 UR-105 CT 라인의 최신 버전으로 브론즈와 티타늄을 케이스 소재로 삼았습니다. 텅 빈 캔버스라는 우르베르크의 표현대로 착용할수록 케이스에 사용자의 흔적이 남습니다. 어둡고 칙칙한 브론즈 케이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갈색으로 변화합니다. 케이스 가로는 39.5mm, 세로는 53mm, 두께는 17.8mm입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독창적인 새틀라이트(satellite) 메커니즘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은 여전합니다. 슈퍼루미노바로 1부터 12까지 숫자를 새긴 알루미늄 까루셀이 미니트 트랙을 따라 회전하며 시간을 표시합니다. 아래쪽에는 초를 알려주는 디스크와 파워리저브가 자리합니다. 빨래판처럼 생긴 버튼을 눌러 케이스 덮개를 들어올리면 내부를 보다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뒤집으면 두 개의 터빈과 레버가 등장합니다. 터빈은 와인딩 로터가 메인스프링을 너무 빨리 감거나 풀 와인딩 상태에서 메인스프링을 감는 걸 방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레버를 FULL 위치에 놓으면 작은 움직임에도 와인딩 로터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메인스프링을 감아줍니다. 레버를 RED로 옮기면 터빈이 로터의 움직임을 제어합니다. 레버를 STOP으로 이동시키면 셀프와인딩 메커니즘이 차단되고, 크라운을 통해서만 와인딩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됩니다. 칼리버 UR 5.03의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48시간입니다. 22개 한정 생산되며, 가격은 6만7000스위스프랑(약 7500만원)입니다.
UR-111C
지난해 9월에 출시한 UR-111C는 앞서 소개한 UR-105과 달리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이 아니라 실린더를 회전시켜 시간을 표시합니다. 우르베르크의 스페셜 프로젝트 라인에 속한 이 제품은 2009년작 UR-CC1 “킹 코브라(King Cobra)”를 바탕으로 개발했습니다.
중앙 하단에는 리니어 레트로그레이드 미니트(linear retrograde minute)라고 명명한 메커니즘이 놓여 있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에는 각각 원뿔 모양의 통이 돌면서 시와 분을 알려줍니다. 분이 적힌 원통 안에는 슈퍼루미노바로 비스듬하게 선을 그은 실린더가 300° 회전하며 분을 표시합니다. 실린더가 완전히 회전해 선이 60분에 도달하면 내부에 연결된 코일 스프링이 실린더를 앞으로 60° 밀어내며 처음 상태로 되돌립니다. 이와 동시에 케이스 좌측 하단에 있는 시(hour) 롤러는 한 칸 앞으로 넘어갑니다.
케이스 위쪽에는 또 하나의 창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LIGA 공법으로 제작한 두 개의 디스크가 번갈아 가며 5초 단위로 초를 보여줍니다. 휠 하나의 무게는 0.018그램에 불과합니다. 무반사 코팅 처리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안쪽에 광섬유를 붙여 숫자를 크게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샌드 & 샷 블라스트를 포함해 폴리시드 또는 새틴 피니싱이 뒤엉킨 케이스는 복잡한 구조의 무브먼트를 보호합니다. 케이스 가로, 세로, 두께는 각각 42mm, 46mm, 15mm입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케이스 오른쪽에 있는 레버를 잡아당긴 뒤 돌리면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스톱 세컨드 기능이 있어 시간을 설정할 때 초는 멈춥니다. 케이스 중앙에 가로로 길게 늘어선 봉을 밀면 메인스프링을 감을 수 있습니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의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48시간입니다.
UR-111C는 폴리시드 처리한 스테인리스스틸과 건메탈 마감한 스테인리스스틸까지 총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각각 25개씩 한정 생산되며, 가격은 13만스위스프랑(약 1억4500만원)입니다.
Romain Gauthier
Insight Micro Rotor Lady Opal
인사이트 마이크로 로터 레이디 오팔
지난해 인사이트 마이크로 로터의 여성용 제품을 론칭한 로맹 고티에는 올해 자개 대신 오팔을 사용한 베리에이션을 출시했습니다. 화려하게 빛나는 오팔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팔을 생산하는 호주, 그 중에서도 남부의 쿠버 페디에서 채굴한 것이라고 합니다.
실톱으로 얇게 썬 오팔을 레진으로 다이얼과 메인 플레이트에 부착한 뒤 물과 섞은 다이아몬드 파우더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다듬습니다. 특히 메인 플레이트에 사용하는 오팔은 밸런스 휠과 스몰 세컨드 때문에 모양을 잡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하네요. 서브 다이얼과 메인 플레이트에 사용하는 오팔의 두께는 각각 0.28mm와 0.35mm일 정도로 얇습니다.
지름 39.5mm, 두께 12.9mm의 레드골드 케이스는 50m 방수를 지원합니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는 넋을 놓고 보게 될 정도로 피니싱이 압권입니다. 메인스프링을 감아주는 양방향 와인딩 로터에는 45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80시간입니다. 편안한 착용감을 전달하는 흰색 러버 스트랩에는 레드골드 핀 버클을 연결했습니다. 5개 한정 생산됩니다.
+그 밖의 제품
-로지컬 원(Logical One)
이상으로 까레 데 오롤로저 브랜드 리포트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