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 27-04
코로나로 인해 이틀 뒤인 9월 27일에 열릴 프랑스 오픈(롤랑가로스)에서 대회 열세 번째 우승이자 2017년부터 (2005~2008년 연속 4회 우승, 2010~2014년 연속 5회 우승) 다시 시작한 연속 우승을 4회로 이어가려는 라파엘 나달을 위한 RM 27-04가 발표되었습니다. 이것은 리차드 밀과 라파엘 나달의 파트너십 10년을 기념하는 모델이기도 하며, RM 027 시리즈로는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그간 리차드 밀은 나달을 위해 타임 온리의 RM 035와 수동 투트비용인 RM 027 시리즈를 선보여 왔습니다. 그 중 RM 027 시리즈는 경량과 신소재 측면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RM 027
2010년 RM 027 시리즈 첫 모델인 RM 027은 티타늄과 리탈(LITAL® 리튬, 알루미늄, 동, 마그네슘, 지르코늄으로 구성하며 에어버스 A380, 인공위성, F1 머신 등에 사용) 합금으로 만든 투르비용 무브먼트의 무게가 3.83그램에 불과했습니다. 스켈레톤, 오픈 워크는 리차드 밀에 있어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플린지와 연결해 골조 구조를 연상케 하는 브릿지 구조는 특유의 개방감과 입체감을 더욱 확장시킨 수동 투르비용이었습니다. RM 006이 스트랩을 제외하고 42그램, 이제는 전설이 된 AluSiC 케이스의 RM 009이 스트랩을 제외하고 29 그램에 불과했으나, RM 027은 스트랩을 포함 20 그램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시작부터 가장 가벼운 투르비용이라는 지향점을 명확하게 드러낸 셈입니다.
RM 27-01
RM 27-01의 마이크로 케이블 구조
3년 뒤인 2013년에 나온 RM 27-01은 벨크로 스트랩을 포함해 전체 무게가 18.83 그램에 불과했습니다. 직선적인 기어 트레인을 갖춘 수동 투르비용이라는 점은 전작과 비교해 변함이 없었으나 무브먼트를 고정하는 방식이 극적으로 바뀐 모델입니다. 시계 업계에서는 유례없는 마이크로 케이블 고정방식을 선택해 무브먼트를 허공에 매답니다. 직경 0.35mm인 마이크로 케이블을 이용해 고정한 무브먼트의 구성부품 소재는 그레이드 5 티타늄, 리탈 등을 사용했고, 케이스는 카본 나노튜브에 폴리머를 주입해 극단적으로 가벼운 무게와 충격에 대항하는 방법을 동시에 구축합니다. 실제로 RM 27-01의 케이스는 무게뿐만 아니라 뭐라 표현하기 힘든 촉감과 질감을 지닙니다.
RM 27-02
RM 27-03
카본 TPT 유니바디 미들 케이스
2015년에 선보인 시리즈 세 번째 모델인 RM 27-02는 리차드 밀이 카본 TPT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새로운 소재의 특성을 전면적으로 드러냅니다. 카본 TPT와 쿼츠 TPT를 케이스에 사용했습니다. 전작과 동일 베이스의 수동 투르비용을 탑재했고 투르비용 케이지와 배럴을 고정하는 브릿지는 곡률을 드러내도록 디자인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외부에서는 일부분만 드러나는 카본 TPT 소재의 유니바디 미들 케이스를 택해 가벼운 무게와 강성을 갖추도록 했습니다. 미들 케이스라고는 하지만 무브먼트 플레이트와 플린지 일부까지 담당했고, 이것은 거의 그대로 후속작인 RM 27-03에 이어집니다. 카본 레이어에 실리카 레이어를 삽입한 쿼츠 TPT로 만든 케이스는, RM 27-03에 가서도 실리카 레이어의 컬러를 레드와 옐로우 위주로 구성해 나달의 국적인 스페인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케이스로 탄생합니다. 전작인 RM 27-02에서 사용한 카본 TPT의 유니바디 미들 케이스를 화려한 쿼츠 TPT 베젤과 케이스 백이 감싸는 구조는 동일하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역시 곧게 뻗은 기어 트레인의 수동 투르비용을 탑재했고, 나달이 직접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투르비용의 한계를 넘어섰음을 여러 차례 증명합니다. RM 27-03이 등장한 2017년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서 열 번째 우승을 달성합니다.
RM 27-04의 배럴
RM 27-04의 케이지
오늘 발표한 RM 27-04는 시계에 특별한 지식이 없더라도 무엇을 이미지 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테니스 라켓, 좀 더 가까이서 본다면 라켓의 스트링입니다. 마이크로 케이블을 사용한 RM 27-01의 방식을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여러 부분에서 RM 27-01의 계승작으로 느껴지는 모델입니다. 라켓의 스트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면서, 마이크로 케이블 구조가 지니는 장점인 충격흡수와 경량성을 충족시킵니다. RM 27-02, 27-03으로 이어지며 경량성은 카본 TPT 소재에 포커싱되어 크게 다뤄지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부각됩니다. RM 27-04의 무게는 스트랩을 포함해 30 그램으로 이전 모델에 비해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절대적인 수치로는 여전히 매우 가벼운 모델입니다. 무게 3.4 그램의 수동 투르비용 무브먼트는 직경 0.27mm의 마이크로 케이블을 이용해 다이얼 1시에 7시 방향을 향하도록 고정했으며, 사용한 마이크로 케이블의 총 길이는 566mm에 달합니다. 마이크로 케이블은 로즈 골드 PVD처리한 턴버클(나선형 죔쇠)를 이용해 고정하며, 다이얼과 케이스 백 어떤 면에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테니스 라켓 스트링 모양으로 이은 마이크로 케이블은 RM 27-02처럼 무브먼트 고정과 충격 흡수의 역할도 겸하지만 시각적인 효과는 훨씬 커졌습니다.
티타카브 케이스
이번 RM 27-04는 카본 TPT 대신 새로운 티타카브(TitaCarb®)라는 소재를 들고 나왔습니다. 카본으로 보강한 폴리아미드라고 알려진 소재입니다. 폴리아미드는 폭넓게 나일론, 플라스틱을 칭하지만 카본을 더하면서 명확한 비교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리차드 밀의 자료에 따르면 티타카브는 스틸에 버금가는 인장강도를 지닌다고 합니다. 이러한 새 소재는 스위스의 비위(Biwi)에서 개발했으며, 시계 쪽에서는 고급 러버 밴드나 러버 계열의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인식됩니다. 케이스 형태는 리차드 밀에서 가장 일반적인 토노 형태를 택했지만 베젤 부분은 다른 모델과 달리 굴곡이 더해져 입체감을 드러냅니다. 8개의 스크류가 위치하는 부분을 상대적으로 높게 디자인했고, 케이스 백도 베젤과 동일한 공식으로 디자인해 다른 모델에 비해 입체감이 돋보입니다. 케이스 측면에는 라파엘 나달의 애칭 ‘RAFA’가 크게 음각되어 파트너십 10주년을 기념하는 듯 합니다. RM 027 시리즈의 전통대로 RM 27-04는 50개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RM 27-04이 나달의 손목에 매달려 열세 번째 프랑스 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릴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