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개최를 앞두고 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으로 돌연 취소된 제네바 워치 데이즈 2020(Geneva Watch Days 2020)가 오늘(8월 26일)부터 8월 29일까지 4일간 스위스 제네바 일대에서 개최됩니다. 일찍이 제네바 워치 데이즈 2020 강행 의지를 밝힌 불가리(Bvlgari)를 필두로, 브라이틀링(Breitling), 보베(Bovet), 칼 F. 부쉐러(Carl F. Bucherer), 페르디낭드 베르투(Ferdinand Berthoud), 율리스 나르당(Ulysse Nardin), 지라드 페리고(Girard-Perregaux), 제랄드 젠타(Gerald Genta), H. 모저 앤 씨(H. Moser & Cie.), 모리스 라크로와(Maurice Lacroix), MB&F, 우르베르크(Urwerk) 등 총 17개 브랜드가 참가를 확정하고 일부는 하반기 신제품도 함께 공개하고 있는데요. 불가리의 주요 하이라이트 신제품 한 점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 옥토 Saga : 6년간 6개의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다!
불가리는 2014년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Octo Finissimo Tourbillon; 수동 칼리버 BVL 268 두께 1.95mm & 케이스 두께 5mm)을 시작으로, 2016년 옥토 피니씨모 미닛 리피터(Octo Finissimo Minute Repeater; 수동 칼리버 BVL 362 두께 3.12mm & 케이스 두께 6.85mm), 2017년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Octo Finissimo Automatic; 자동 칼리버 BVL 138 두께 2.23mm & 케이스 두께 5.15mm), 2018년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오토매틱(Octo Finissimo Tourbillon Automatic; 자동 칼리버 BVL 288 두께 1.95mm & 케이스 두께 3.95mm), 2019년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 오토매틱(Octo Finissimo Chronograph GMT Automatic; 자동 칼리버 BVL 318 두께 3.3mm, 케이스 두께 6.9mm)로 지난 6년간 거의 매년 출시된 울트라-씬 워치 신제품으로 해당 분야의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그리고 2020년 불가리는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Octo Finissimo Tourbillon Chronograph Skeleton Automatic) 워치로 또 한 번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 시계는 새로운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BVL 388 두께 3.5mm, 케이스 두께 7.4mm로 등장과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얇은 자동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시계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앞서 출시한 ‘월드-레코드’ 타이틀을 보유 시계들과 마찬가지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은 샌드블래스트 마감한 5등급 티타늄으로 제작해 42mm 직경에 비해 무게가 매우 가볍고 피부알러지를 유발하지 않아 인체친화적입니다. 팔각형과 원형이 조화를 이룬 옥토 라인 특유의 아이코닉 디자인도 여전합니다. 그리고 3시와 9시 방향에 나란히 위치한 바이-컴팩스 카운터를 제외한 다이얼 상하단을 시원스럽게 오픈워크 가공해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완성한 울트라-씬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노출합니다.
- 새로운 칼리버 BVL 388
해당 무브먼트는 2018년 무브먼트 두께 1.95mm & 케이스 두께 3.95mm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자동 투르비용 시계 기록을 수립한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오토매틱 워치의 엔진인 BVL 288을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얇은 두께의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얹어 수정한 BVL 388 칼리버입니다(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52시간). BVL 288과 마찬가지로 다이얼 6시 방향에 투르비용 케이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단, BVL 288처럼 플라잉 투르비용이 아닌 오픈워크 브릿지가 추가됨), 12시 방향에는 배럴 덮개를 생략하고 하부를 오픈워크 가공해 메인스프링을 노출합니다.
기존의 인하우스 자동 투르비용 칼리버 BVL 288의 두께가 1.95mm로 극도로 얇은데다 크로노그래프 모듈의 두께 역시 1.55mm에 불과하기 때문에 BVL 388 칼리버의 두께는 3.5mm에 그칩니다. 데뷔와 동시에 얻은 세계 신기록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타사의 비슷한 조건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 중에 이 정도 두께의 시계가 있나 하고 떠올려보면 생각나는 제품이 없습니다. 전통의 하이엔드 제조사인 오데마 피게의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2889 정도가 있지만 그조차도 자동이 아닌 수동이고 두께도 BVL 388 대비 2배 이상 두껍기 때문입니다. 그 외 바쉐론 콘스탄틴, 리차드 밀, 위블로도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출시하고 있지만 이들은 또 훨씬 더 두껍습니다. BVL 388 칼리버는 21세기 들어 울트라-씬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불가리의 울트라-씬 제조 기술력이 절정에 달한 결실로, 타 제조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울트라-씬 컴플리케이션 분야를 정면 돌파해 니치 마켓을 공략하려는 브랜드의 뜨거운 열정 또한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BVL 388 칼리버에 추가한 크로노그래프 모듈이 지난해 출시한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 오토매틱 칼리버 BVL 318의 영향을 받았음을 충분히 어림할 수 있습니다. BVL 318 칼리버는 2017년 데뷔한 기존의 울트라-씬 자동 칼리버 BVL 138(두께 2.23mm)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마이크로 로터 형태가 아닌, 메인플레이트 가장 자리를 돌며 회전하는 플래티넘 소재의 페리퍼럴(Peripheral) 로터 형태의 설계를 적용해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두께를 해결했는데요. 페리퍼럴 로터 설계는 앞서 선보인 자동 투르비용 칼리버 BVL 288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칼리버 BVL 388 역시 전작인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BVL 318처럼 컬럼 휠과 수평 클러치 설계를 적용했는데, 제품 컨셉 자체가 스켈레톤인데다 두께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해당 부위를 덮는 브릿지를 아예 제거했습니다. 그래서 트리거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길쭉한 리셋 해머 부품도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스타트-스톱-리셋 조작은 싱글 푸셔로 가능합니다. 케이스 2시 방향의 표면 요철 처리된 푸셔가 크로노그래프 푸셔이며, 하단의 푸셔는 흥미롭게도 크라운 펑션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해당 푸셔를 누를 때마다 크라운이 와인딩 포지션이 되거나 타임 세팅을 위한 포지션으로 변경된다는 뜻입니다. 다소 이색적인 조합인데, 관련해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추후 판매 제품 혹은 까르네를 실제 볼 기회가 생긴다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무브먼트 두께 3.5mm, 케이스 두께 7.4mm에 불과한 만큼 손목에 찰싹 감기는 샌드블래스트 마감 티타늄 브레이슬릿과 어우러져 하이 컴플리케이션 기능 대비 뛰어난 착용감을 보장할 것입니다.
옥토 피니씨모 뚜르비용 크로노그래프 스켈레톤 오토매틱 워치(Ref. 103295)는 단 5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이며, 리테일가는 15만 5,000 유로(EUR)로 책정됐습니다. 참고로 국내 출시 여부는 아직 미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