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매업체 필립스(Phillips)가 주최하고 제네바의 워치 스페셜리스트 팀인 백스 앤 루소(Bacs & Russo)가 참여한 '홍콩 워치 옥션 10(The Hong Kong Watch Auction X)'이 지난 7월 10일, JW 메리어트 호텔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 위기의 여파에도 세계 시계 경매를 향한 관심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이번 '홍콩 워치 옥션 10'만 하더라도 총 1,400만 달러(USD) 경매 수익과 약 99.24%에 달하는 판매율을 기록하고 홍콩 라이브 워치 경매 사상 최대인 1,200명의 온라인 입찰자가 참가해 지난해 비슷한 시기 열린 경매 대비 두 배 가량이 팔렸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필립스의 이번 봄 시즌 총 시계 경매 수익은 4,700만 달러(USD)로, 현 환율 기준 한화로는 무려 560억 원대에 달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어느 해보다 온라인 입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소위 톱 10에 해당하는 절반 이상의 시계들이 온라인 입찰자들에게 판매됐다고 하니 코로나19가 야기한 세계 경매 시장의 진풍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매 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짜릿한 결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선방한 '홍콩 워치 옥션 10'의 하이라이트 피스 몇 점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 파텍필립 Ref. 2499/100
'홍콩 워치 옥션 10'에서 최고가에 낙찰된 시계는 어김없이 파텍필립(Patek Philippe)입니다. 1982년 제작된 골드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모델(Ref. 2499/100, LOT. 998)이 그 주인공인데요. 세계 경매 시장에서 항상 큰 주목을 받는 파텍필립의 대표적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손목시계입니다. 2499 레퍼런스는 1950년 최초 런칭해 1980년대 중반까지 30여 년간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가며 꾸준히 생산이 이어졌지만 총 생산량은 349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희소 가치가 높습니다. 이번 경매에 나온 모델은 4세대 후기 시리즈에 해당하며, 38mm 직경의 옐로우 골드 케이스에 수동 칼리버 13'''130 Q를 탑재했습니다. 특별히 관리 상태가 좋았다고 전해지는 이 모델의 낙찰가는 60만 7,590 달러(USD), 한화로는 약 7억 원대입니다.
- 파텍필립 Ref. 3448/14
역시나 파텍필립의 제품으로, 트리플 캘린더와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갖춘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Ref. 3448/14, LOT. 1017)입니다. 유럽의 유명 워치 리테일러인 귀벨린(Gübelin) 매장에서만 판매된 일종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제작연도는 1975년입니다. 37mm 직경의 화이트 골드 칼라트라바 스타일 케이스에 역시나 화이트 골드 인티그레이티드 브레이슬릿을 체결한 형태로, 무브먼트는 당시 최고의 자동 퍼페추얼 캘린더 칼리버로 평가되는 27-460 Q를 탑재했습니다. 3448 레퍼런스는 1962년 최초 런칭, 약 20년 간 동일한 레퍼런스로 디자인만 조금씩 바꿔 이어졌는데, 총 586점 중 화이트 골드 케이스는 130점 정도이며, 이중에서도 브레이슬릿 버전은 14점 정도밖에 되지 않아 상당히 희소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이 모델의 낙찰가는 48만 3,750 달러(USD), 한화로는 약 5억 8천만 원대입니다.
- 파텍필립 Ref. 3979
1996년 제작된 파텍필립의 미닛 리피터 손목시계(Ref. 3979, LOT. 968) 한 점도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33mm 직경의 아담한 플래티넘 케이스에 자동 미닛 리피터 칼리버 R 27 PS를 탑재한 초기 유형의 모델로, 해당 칼리버는 현행 레이디 미닛 리피터 시리즈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 3979 레퍼런스로는 총 100점 정도만 생산되었고 그마저도 옐로우 골드, 핑크 골드, 화이트 골드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플래티넘 버전은 약 10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역시나 희소한 가치를 자랑합니다. 게다가 이 모델은 옛 포켓 워치에서 영감을 받아 클래식한 화이트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을 적용했습니다. 이 모델의 낙찰가는 44만 3,438 달러(USD), 한화로는 약 5억 3천만 원대입니다.
- 리차드 밀 RM 11-03 장 토드 에디션
파텍필립이 조금 지겹다고(?) 느껴지실 분들을 위해 톱 10 하이라이트 피스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경매가에 낙찰된 또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의 시계를 소개합니다. 리차드 밀(Richard Mille)의 RM 11-03 장 토드(RM 11-03 Jean Todt) 에디션(LOT. 830)이 그것입니다. 경매 출품작 중 가장 최근인 2018년 제작, 출시된 모델로 리차드 밀의 친구이자 국제자동차연맹(FIA) 회장인 장 토드의 커리어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총 150피스 한정 제작되었으며, 최초로 블루 쿼츠 TPT®(Quartz TPT®)와 카본 TPT®(Carbon TPT®)를 케이스 소재로 접목했습니다. 무브먼트는 2007년 데뷔 이래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플라이백 기능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RMAC3를 탑재했습니다. 메인플레이트와 브릿지 소재로 5등급 티타늄을 사용하고 전체 스켈레톤 가공해 특유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오버사이즈 데이트와 먼스(월)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으며 애뉴얼 캘린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매월 30일과 31일을 자동으로 정확하게 표시합니다. 이 모델의 최종 낙찰가는 35만 4,750 달러(USD), 한화로는 약 4억 원대입니다.
- 롤렉스 Ref. 6240
롤렉스(Rolex)의 1966년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Cosmograph Daytona) 모델(Ref. 6240, LOT. 988)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6240 레퍼런스는 1965년부터 1969년까지 약 1,700점 정도가 생산됐는데, 이중 일명 '폴 뉴먼(Paul Newman) 다이얼'을 적용한 모델은 특히 희소하다고 합니다. 실제 배우 폴 뉴먼이 생전 즐겨 착용한 전 세대 데이토나 모델(Ref. 6239)이 지난 2017년 10월 열린 필립스 뉴욕 옥션에서 당시 세계 손목시계 경매 역대 최고가인 1,775만 2,500 달러(USD), 한화로 약 210억 원대에 낙찰됐던 점을 상기하면, 폴 뉴먼 데이토나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7.5mm 직경의 스틸 케이스에 무브먼트는 밸쥬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명기 72를 계승한 722-1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이 모델의 낙찰가는 25만 8,000 달러(USD), 한화로는 약 3억 원대입니다.
- 랑에 운트 죄네 투보그라프 푸르 르 메리트
독일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의 특별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Ref. 712.050, LOT. 816)도 출품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0년 출시 당시 투보그라프 푸르 르 메리트(Tourbograph “Pour le Mérite”)로 불렸으며, 창립자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Ferdinand Adolph Lange)에 헌정하는 의미를 담은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41mm 직경의 허니 골드(랑에의 독자적인 18K 골드 합금) 케이스에 '푸르 르 메리트' 수식이 붙는 다른 모든 랑에의 시계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퓨제 앤 체인(Fusée and Chains)' 방식의 트랜스미션 시스템을 적용한 수동 투르비용 칼리버에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까지 결합해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총 5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 중 3번 모델이 이번 경매에 출품됐으며, 낙찰가는 24만 1,875 달러(USD), 한화로는 약 2억 9천만 원대입니다.
'홍콩 워치 옥션 10' 결과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필립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