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시계제조사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브랜드의 고향인 스위스 발레드 주 르 브라쉬스에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Musée Atelier Audemars Piguet)'로 명명한 새 박물관을 개관했습니다.
원래 ‘창립주의 메종(Maison des Fondateurs)’으로 불린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는 2014년 컴피티션에서 최종 선정된 덴마크의 건축 회사 BIG(Bjarke Ingels Group)을 주축으로, 스위스의 건축가 그룹 CCHE와 건물 인테리어 장식 및 전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일의 아틀리에 브뤼크너(Atelier Brückner)까지 파트너로 참여해 2016년 8월 말부터 착공에 들어가 4년여 만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습니다.
- 오데마 피게 이사회 의장 자스민 오데마
관련해 오데마 피게 이사회 의장이자 창립주 가문의 직계 후손인 자스민 오데마(Jasmine Audemars)은 "우리는 방문객들이 우리의 전통, 노하우, 문화적 기원과 세계를 향한 개방성을 우리의 뿌리와 진보적인 정신을 반영한 건물에서 경험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는 오늘날의 오데마 피게를 대대로 존재할 수 있게 한 워치메이커들과 공예가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며 뮤제 아틀리에 개관의 소감을 대신했습니다.
오데마 피게의 역사적인 건물들과 박물관을 확장하고자 시작된 본 건축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는 사면을 강화유리로 감싼 나선형의 파빌리온으로, 1875년 줄스 루이 오데마(Jules Louis Audemars)와 에드와르 오귀스트 피게(Edward Auguste Piguet) 두 창립주가 건립한 메종의 역사적인 워크샵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2,500 제곱미터(m2)에 달하는 초록의 녹지 위에 세워진 나선형의 파빌리온은 BIG이 최초 디자인한 모습 그대로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스위스 쥐라 산맥 자락 주 계곡(발레 드 주)의 웅장한 자연경관과 자연스럽게 융화돼 있습니다.
12cm 두께의 커브형 글라스 벽면을 은은하게 가리면서 빛과 온도를 조절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메쉬(그물망) 모양의 판넬 장식은 브라스(황동)로, 지붕은 470톤에 달하는 무게의 강철로 제작됐습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입구부터 독일의 시노그래퍼 아틀리에 브뤼크너가 뮤지컬 스코어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감각적인 전시 공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나선형 건물을 따라 층을 올라가면 태양계에서 영감을 얻은 궤도 형태의 특수한 쇼케이스가 곳곳에 자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안에는 오데마 피게 역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 중 하나인 그랑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를 포함한 총 300여 점의 역사적인 시계들이 전시 중입니다. 그리고 해당 전시 섹션 끝자락에는 역대 로열 오크(Royal Oak), 로열 오크 오프쇼어(Royal Oak Offshore), 로열 오크 컨셉(Royal Oak Concept) 모델들로 구성된 모던 타임피스 컬렉션을 소개하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더불어 방문객들이 오데마 피게의 워치메이킹 노하우(Savoir-faire)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워치메이커들이 항시 상주하는 워크샵 하나를 퍼블릭 공개하고 있습니다. 반면 뮤제 아틀리에의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은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및 오뜨 조알레리(Haute Joaillerie, 하이 주얼리) 워크샵으로 할애해 주얼러, 젬세터, 인그레이버 등 다양한 공예예술 기술을 지닌 장인들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뮤제 아틀리에 오데마 피게는 바로 어제인 6월 25일부터 퍼블릭 오픈을 시작했으며, 별도로 오픈한 뮤제 아틀리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방문 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있습니다. 단, 유료 입장만 가능하며, 불어 지원 가이드가 시간대 별로 안내하는 투어 티켓의 가격은 20 스위스 프랑(CHF)으로, 한화로는 약 2만 5천원 정도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으로 해외 방문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이기에 공식 개관은 했지만, 현재로서는 스위스 현지 주민들이 주로 방문할 것으로 보이지만요. 하루 빨리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돼 뮤제 아틀리에를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 모두가 품고 계실 줄 압니다.
한편 뮤제 아틀리에 및 발레 드 주 지역 방문객들을 위한 휴식의 공간인 호텔 드 오를로저스(Hôtel des Horlogers)는 2018년 6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1년 여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뮤제 아틀리에를 디자인한 건축가 그룹 BIG과 스위스 로컬 파트너인 CCHE가 어김없이 참여했으며, 뮤제 아틀리에 건물 근처에 세워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