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독립 시계제조사가 뭉쳤습니다. 간결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컬렉션으로 유명한 H. 모저 앤 씨(H. Moser & Cie.)와 퓨처리스틱 아방가르드 디자인의 컬렉션으로 일가를 이룬 MB&F가 의기투합한 것인데요.
- (좌) MB&F의 창립자 막시밀리앙 뷰세 (우) H. 모저 앤 씨 CEO 에두아르 메일랑
두 독립 브랜드의 인연은 MB&F의 창립자 막시밀리앙 뷰세(Maximilian Büsser)와 모저의 CEO 에두아르 메일랑(Edouard Meylan)의 개인적인 우정을 바탕으로, 모저의 자매 회사이자 MB&F에 헤어스프링을 공급하는 프레시전 엔지니어링(Precision Engineering AG, PEAG)과의 거래로 형성된 두터운 상호 신뢰 관계로부터 출발합니다.
- 두 회사의 특별한 협업을 소개하는 영상
H. 모저 앤 씨와 MB&F의 첫 협업의 결실은 크게 두 종류의 라인업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모저의 원 미닛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한 인데버 실린드리컬 투르비용(Endeavour Cylindrical Tourbillon)이고, 다른 하나는 MB&F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모저 특유의 선버스트 디자인인 퓨메(Fumé) 다이얼을 적용한 LM101입니다. 전자가 컴플리케이션에 크라운의 위치가 좌측에 위치한 데스트로 타입으로 제작되어 개성적이라면, 후자는 심플한 타임온리 형태에 라지 밸런스를 다이얼 쪽에 배치하는 MB&F의 특징적인 설계를 접목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있습니다.
H. Moser × MB&F Endeavour Cylindrical Tourbillon
H. 모저 x MB&F 인데버 실린드리컬 투르비용
우선 인데버 실린드리컬 투르비용부터 살펴보면, 총 5가지 베리에이션으로 선보이는데 공통적으로 케이스 소재는 스틸입니다. 케이스 직경은 42mm, 두께는 19.5mm, 슈퍼 돔형의 전면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제외하면 케이스 디자인은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모저의 시그니처 컬렉션인 인데버 라인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강조했듯 크라운의 위치가 3시 방향이 아닌 9시 방향에 위치해 왼손잡이용 시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롭게 선보이는 HMC 810 칼리버는 모저의 인하우스 자동 투르비용 칼리버 HMC 804를 베이스로 하는데, 분당 1회전 하는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다이얼면 기준으로 6시 방향이 아닌 12시 방향으로 이동시킴으로써 크라운을 포함한 와인딩 부품의 위치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인하우스 헤어스프링 제조사인 프레시전 엔지니어링을 통해 기존의 플랫 밸런스 스프링을 대신해 브레게 오버코일을 부착한 실린드리컬(원통형의) 밸런스 스프링을 특수 제작해 사용함으로써 한층 더 역동적인 투르비용의 작동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HMC 810은 시간당 21,600회 진동하고(3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3일간(72시간)을 보장합니다. 이웃 브랜드인 IWC처럼 양방향 회전을 돕는 폴 와인딩 시스템(Pawl winding system)을 적용했으며,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18K 골드 로터를 비롯한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와 분은 40° 각도로 기울인 반투명의 사파이어 다이얼로 표시합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방식은 기존의 모저 컬렉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인데요. MB&F와의 협업의 결실인 만큼 MB&F의 레거시 머신 플라잉 T(Legacy Machine Flying T)와 같은 최근작에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유형을 차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어트레인의 일부 부품을 변형해 오픈워크 다이얼 면으로 솟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전면 글라스 역시 두께감 있게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데버 실린드리컬 투르비용은 펑키 블루 퓨메 다이얼(Ref. 1810-1200), 버건디 퓨메 다이얼(Ref. 1810-1201), 코스믹 그린 퓨메 다이얼(Ref. 1810-1202), 오프-화이트 퓨메 다이얼(Ref. 1810-1203), 아이스 블루 퓨메 다이얼(Ref. 1810-1205) 총 5가지 버전으로 선보이며, 각각 15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인데버 실린드리컬 투르비용의 리테일가는 다이얼 컬러에 관계없이 7만 9,000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됐으며, H. 모저 앤 씨의 일부 선택된 매장을 비롯해 공식 온라인샵에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MB&F × H. Moser LM101
MB&F x H. 모저 LM101
모저와 협업한 LM101 에디션은 MB&F 브랜드 첫 인하우스 칼리버를 탑재한 기존의 레거시 머신(Legacy Machine) 40mm 시리즈를 기반으로 다이얼 디자인에 가시적인 변화를 줬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모저의 장기라 할 수 있는 특유의 선버스트 그라데이션 기법인 퓨메 다이얼을 접목하면서 별도의 입체적인 서브 다이얼로 시간과 파워리저브를 표시하던 기존의 LM101 디스플레이 방식을 포기하고, 다이얼상에 바로 시와 분, 그리고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핸드)를 표시해 한층 더 미니멀해진 디자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을 제외하면 기존의 LM101 시리즈와 스펙상의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총 4가지 컬러 베리에이션 공통적으로 스틸 소재 케이스의 직경은 40mm, 두께는 슈퍼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포함한 16mm이며, 다이얼 중앙에 아치형의 브릿지와 함께 비스포크 제작한 14mm 직경의 커다란 밸런스 휠을 노출시켜 전작에서부터 이어진 특징적인 레이아웃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해당 라지 밸런스는 시간당 18,000회 진동하고(2.5헤르츠), 밸런스 스프링은 스트라우만 더블 헤어스프링(Straumann® double hairspring)을 사용해 일반 플랫 스프링에 비해 내구성과 등시성을 고려했습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아름다운 수동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피니싱의 달인으로 통하는 유명 독립 시계제작자 카리 부틸라이넨(Kari Voutilainen)과 그의 크루들이 무브먼트의 하이엔드 피니싱을 전담했습니다. LM101 칼리버의 파워리저브는 싱글 배럴 설계로 약 45시간을 보장합니다.
LM101 모저 협업 에디션은 펑키 블루 퓨메 다이얼(Ref. 51.SL.MB), 코스믹 그린 퓨메 다이얼(Ref. 51.SL.MG), 레드 퓨메 다이얼(Ref. 51.SL.MR), 아쿠아 블루 퓨메 다이얼(Ref. 51.SL.MS) 총 4가지 버전 각각 15피스씩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이중 아쿠아 블루 퓨메 다이얼은 두바이의 유명 주얼리- 워치 리테일러인 아메드 세디키 앤 선즈(Ahmed Seddiqi & Sons)에만 독점 공급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LM101의 리테일가는 다이얼 컬러에 관계 없이 5만 3,000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