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HYT가 지난 6월 8일자로 강렬한 신제품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해골에서 영감을 얻은 스컬(Skull) 모티프를 기반으로 2019년 새롭게 리-디자인한 순나우(Soonow) 라인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데요. 2020년 새로운 버전은 순나우 인스탄트 레인보우(Soonow Instant Rainbow)로 명명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이얼 전면에 무지개에서 영감을 얻은 컬러 조합을 적용해 한층 독특한 개성으로 어필합니다.
곧(Soon)과 지금(Now)을 연결한 순나우 라인은 닥쳐올 순간도 지금처럼 느끼면서, 매 순간 순간에 충실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전 세대 스컬 시리즈가 해골의 모습을 마스크 형태로 제작해 다이얼 전면에 강조했다면, 순나우는 해골의 형상은 유지하되 그 윤곽은 다소 미니멀하게 처리하고, 시를 표시하는 붕규산 유리(Borosilicate glass) 소재의 캐필러리 튜브(Capillary tube) 안쪽에 무려 313개에 달하는 18K 로즈 골드 소재의 핀을 박아 해골의 모습을 입체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튜브 상단에 원, 투, 쓰리... 이렇게 영문으로 숫자를 프린트해 아워 마커를 대신합니다.
순나우 시리즈는 2017년 런칭한 H0 시리즈의 케이스 디자인을 따르고 있습니다. 블랙 DLC 코팅 마감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직경은 48.8mm, 두께는 다이얼 전체를 감싸는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포함해 20.08mm, 방수 사양은 50m입니다. 보라색이 살짝 도는 블루 아노다이징 처리한 티타늄 플레이트를 이용해 해골 형상의 센터 다이얼로 사용하고, 사이드 다이얼에는 무려 668개(약 4.73캐럿 상당)의 14가지 컬러 베리에이션을 지닌 유색 스톤- 사파이어, 애머시스트(자수정), 차보라이트(석류석)- 을 세팅해 레인보우 테마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건 각기 다른 컬러(레드, 블루, 오렌지 등)의 슈퍼루미노바를 해골의 눈, 코, 입 주변에 코팅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시는 캐필러리 튜브 안의 컬러(블루) 리퀴드로 표시하고, 해골 왼쪽 눈의 회전 디스크로 초를 표시하는데 디스크 바탕에도 무지개 효과를 줬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의 회전 디스크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역할을 하는데 풀 파워리저브 상태일 때는 소용돌이치는 듯한 눈으로 희번덕거리고, 동력이 부족할 때는 눈의 형태가 어그러지면서 조금 덜 징그러운(?) 형태를 띱니다. 해골의 입에 해당하는 하단부에는 18K 골드 소재의 이를 더해 익살스러움도 잊지 않았습니다.
무브먼트는 HYT 대부분의 컬렉션(H2, H3, H4 등)이 그렇듯, 발레드주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공방 오데마피게 르노 & 파피(Audemars Piguet Renaud & Papi, APRP)가 HYT만을 위해 독점 제작 공급한 수동 칼리버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유체 메커니즘(마이크로 플루이딕 모듈) 관련 특허를 획득한 뇌샤텔의 첨단 마이크로 부품 제조 회사인 프레시플렉스(Preciflex SA)가 참여한 독자적인 수동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4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65시간).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서도 마이크로 플루이딕 모듈을 가능케 하는 두 개의 벨로즈 형태의 부품을 포함한 개성 강한 하이엔드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스트랩은 펀칭 홀 가공한 블랙 러버 스트랩을 체결하고, 블랙 DLC 코팅 마감한 티타늄 소재의 폴딩 버클을 장착했습니다.
순나우 인스탄트 레인보우(Ref. H02513)는 단 8피스 한정 출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리테일가는 10만 5,000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됐습니다. 현 환율 기준 한화로는 무려 1억 3천만 원대에 달하는군요(VAT 제외). 결코 쉽지 않은 가격대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HYT만의 특별한 매력을 아는 컬렉터라면 도전해 볼만 합니다. 혹시나 관심 있는 분이 있다면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2층에 매장을 보유한 HYT의 국내 정식 수입 업체인 타임팰리스(TimePalace)에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