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튜더(TUDOR)가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를 출시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1970년 브랜드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오이스터데이트(Oysterdate)를 필두로, 2019년 블랙 베이 크로노 다크(Black Bay Chrono Dark)에 이르기까지 지난 반 세기 동안 꽤 여러 종류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선보였는데요. 이번 포스팅을 통해 튜더의 크로노그래프 50주년을 잠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1970년 발표한 1세대 오이스터데이트 Ref. 7033/0
튜더 최초의 크로노그래프인 7000 시리즈는 모터레이싱에서 영감을 얻은 특유의 개성적인 다이얼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트리튬계 야광 도료를 코팅한 5각형 아워 마커가 야구의 홈 플레이트(Home plate)를 연상시킨다 해서 시계애호가 및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홈 플레이트'라는 별명으로도 불렸습니다. 또한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같은 그룹사인 롤렉스로부터 공급 받은 독자적인 방수 케이스(오이스터)를 기반으로 스크류-다운 크라운과 푸셔를 적용해 50m 정도의 방수 성능을 보장, 스포티한 디자인의 실용적인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찾는 이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습니다. 아도나이징(양극산화) 처리한 블랙 알루미늄 인서트를 삽입한 양방향 회전 베젤을 사용하고, 일부 모델(Ref. 7031/0 & 7032/0)에는 베젤에 타키미터 스케일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케이스 사이즈는 39mm로 당시 기준으로는 다소 크게 제작되었으며, 무브먼트는 밸쥬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7734를 탑재했습니다.
- 1971년 발표한 2세대 오이스터데이트 Ref. 7169/0
1971년부터 1977년까지 생산된 2세대 오이스터데이트 크로노그래프는 7100 시리즈로 분류됩니다. 전 세대에서 눈에 드러나지 않는 가장 큰 변화는 밸쥬 7734에서 진동수를 높이고 컬럼 휠 부품을 갖춘 당시 밸쥬의 새로운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234로 무브먼트를 변경한 것입니다. 그리고 블루와 그레이를 혼용한 다이얼과 블루 컬러 알루미늄 베젤을 사용하는 등 1세대 보다 컬러풀한 디자인을 강조해 젊은 크로노그래프 시계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다이얼이 카지노 룰렛 휠을 연상시킨다 해서 ‘몬테카를로(Montecarlo)’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 1976년 발표한 3세대 오이스터데이트 Ref. 9430/0
1970년대 말에서 1980년 말까지 생산된 3세대 프린스 오이스터데이트(Prince Oysterdate) 9400 시리즈는 밸쥬 7750을 탑재한 브랜드 최초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컬렉션입니다. 무브먼트가 수동에서 자동으로 바뀌다 보니 케이스 두께가 이전 시리즈보다 두꺼워져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선 ‘빅 블록(Big block)’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특히 블랙 바탕에 화이트 카운터가 어우러진 리버스-판다 다이얼 버전과 다이얼 바탕에 롤렉스의 데이토나에서 영감을 얻은 특유의 카운터 디자인을 적용해 빅 블록 '이그조틱(Exotic)'이란 별명으로 불린 버전은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 1995년 발표한 4세대 오이스터데이트 Ref. 79200
79200 시리즈는 전 세대 9400 시리즈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전면 글라스 및 사이클롭스 렌즈의 소재를 사파이어 크리스탈로 개선하는 등 몇 가지 소소한 변화를 줬습니다. 무브먼트는 동일하게 밸쥬 7750을 사용하면서 케이스 및 다이얼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전 세대에 비해 단순화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 2010년 발표한 헤리티지 크로노 Ref. M70330N
2010년 자사의 크로노그래프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헤리티지 크로노(Heritage Chrono)는 1970년 탄생한 1세대 오이스터데이트 '홈 플레이트' 모델(Ref. 7033/0)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오리지널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42mm 직경의 스틸 케이스에 무브먼트는 ETA 2892를 베이스로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얹어 수정한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탑재하고, 수심 150m 방수까지 지원해 현대인들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습니다. 무엇보다 블랙과 그레이, 오렌지 액센트가 어우러진 다이얼이 빈티지 복각 모델의 풍모를 더합니다.
- 2013년 발표한 헤리티지 크로노 블루 Ref. M70330B
2010년 런칭한 전작에 이어 아이코닉 크로노그래프 모델의 디자인을 재현한 모델로, 1971년 탄생한 2세대 오이스터데이트 '몬테카를로' 모델(Ref. 7169/0)의 다이얼 디자인을 충실하게 복각했습니다.
- 2013년 발표한 패스트라이더 블랙 쉴드 Ref. M42000CN
- 패스트라이더 블랙 쉴드 Ref. M42000CR
2013년 런칭한 패스트라이더 블랙 쉴드(Fastrider Black Shield)는 브랜드 최초로 블랙 세라믹 케이스를 사용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매트하게 마감한 모노블록 세라믹 케이스에 역시나 세라믹 소재 베젤에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새기고, 스크류-다운 크라운과 푸셔는 블랙 PVD 코팅 스틸 소재를 적용해 전체적으로 올-블랙의 카리스마를 자랑합니다. 무브먼트는 ETA/밸쥬 7753을 수정한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탑재해 헤리티지 크로노 컬렉션과는 다른 다이얼 레이아웃을 보여줍니다.
- 2017년 발표한 블랙 베이 크로노 Ref. M79350
그리고 2017년에는 다이버 워치 사양의 블랙 베이 컬렉션에 최초로 크로노그래프 라인업을 선보였습니다. 블랙 베이 크로노(Black Bay Chrono)는 41mm 직경의 스틸 케이스에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받은 매뉴팩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MT5813를 탑재해 전 세대 튜더 크로노그래프에서 한 단계 도약한 면모를 과시합니다.
- 칼리버 MT5813
MT5813 칼리버는 컬럼 휠과 버티컬 클러치 설계를 갖추고 약 70시간 정도의 넉넉한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블랙 베이 크로노는 블랙 베이 컬렉션의 다른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수심 200m 방수를 지원합니다.
- 2019년 발표한 블랙 베이 크로노 S&G Ref. M79363N
2019년에는 튜더 크로노그래프 최초로 스틸과 옐로우 골드 소재를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적용한 투-톤 라인업 S&G을 출시했습니다. 블랙 베이 크로노 S&G는 브레이슬릿 외 블랙 패브릭 스트랩과 밀리터리 디자인에서 착안한 빈티지 브라운 분트(Bund) 스트랩 버전으로도 선보여 다채로운 시도를 보여줍니다.
- 2019년 발표한 블랙 베이 크로노 다크 Ref. M79360DK
2019 럭비 월드컵에 출전한 뉴질랜드 국가대표팀 올 블랙스(All Blacks)와의 파트너십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스페셜 에디션으로, 1884년 올 블랙스 창설 이래 현재까지 활동한 선수들의 숫자와 동일한 수량인 총 1,181개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블랙 PVD 코팅 마감한 스틸 케이스에 스크류-다운 크라운 및 푸셔도 블랙 PVD 코팅 스틸을 사용하고, 무브먼트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COSC 인증을 받은 70시간 파워리저브의 매뉴팩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MT5813를 탑재했습니다.
코로나19가 야기한 글로벌 팬데믹으로 올해 바젤월드가 취소됨으로써 튜더의 신제품 발표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불분명한데요. 올해 마침 튜더 크로노그래프 50주년을 맞은 만큼 크로노그래프 신제품 출시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떠한 크로노그래프 신제품이 출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