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MB&F는 지난해 브랜드 최초의 여성 시계인 레거시 머신 플라잉 T(Legacy Machine Flying T)를 런칭했습니다. MB&F의 창립자 막시밀리앙 뷰세(Maximilian Büsser)는 어머니와 아내, 딸 등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들을 위해 레거시 머신 플라잉 T의 제품 컨셉을 기획했다고 하는데요. 기존의 남성용 컬렉션을 변형하는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고 첫 여성용 컬렉션을 위해 케이스부터 무브먼트까지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시계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19회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rand Prix d’Horlogerie de Genève, GPHG 2019)에서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시계 상(Ladies’ Complication Watch Prize)을 수상한 가시적인 성과도 자랑합니다. 시계 업계에서 여성 시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요즘, 아방가르드한 남성용 컬렉션으로 일가를 이룬 MB&F도 이러한 흐름을 간과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2020년 새롭게 선보이는 레거시 머신 플라잉 T는 전작과 달리 다이아몬드 세팅을 생략해 나름대로 입문 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새로운 레거시 머신 플라잉 T는 플래티넘과 레드 골드 두 가지 케이스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케이스 직경은 38.5mm. 두 버전 공통적으로 앞서 출시한 하이 주얼리 버전과는 다이얼 디자인부터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는데요. 플래티넘 버전에는 스카이 블루 기요셰 다이얼을, 레드 골드 버전에는 블랙 기요셰 다이얼을 적용했습니다.
전통적인 엔진 터닝 방식으로 새긴 핸드 기요셰 다이얼의 제작에는 MB&F와 오랜 협업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핀란드 출신의 유명 독립 시계제작자 카리 부틸라이넨(Kari Voutilainen)이 참여했습니다. 부틸라이넨이 스위스 뇌샤텔에 설립한 자체 다이얼 공방에서 완성한 것입니다. 참고로 부틸라이넨은 레거시 머신 컬렉션의 전반적인 무브먼트 피니싱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지요. 하이엔드 피니싱으로 특히 유명한 그인 만큼 MB&F 시계의 소장 가치를 한층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한편 시와 분을 표시하는 서브다이얼은 콘형의 기어와 함께 50° 각도로 경사져 있습니다. 화이트 래커 폴리시드 마감한 해당 다이얼은 또 에르메스의 다이얼 공방(Les Ateliers d’Hermès Horlogers)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구불구불 기어가는 뱀을 연상시키는 블루 스틸 세르펜틴 핸즈(Serpentine hands)도 시계의 얼굴에 개성을 더합니다.
다이얼 중앙에는 분당 1회전하는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가 특유의 건축학적인 브릿지 구조와 함께 노출돼 있습니다. 투르비용 케이지 탑에는 또 다이아몬드까지 세팅했네요. 종형의 기어트레인을 다이얼 중앙에 탑처럼 전시하는 특유의 무브먼트 디자인 때문에 전면 글라스 역시 특수 제작한 하이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했습니다. 루벤 마르티네즈(Ruben Martinez) 등 MB&F 소속 워치메이커들을 통해 인하우스 개발한 해당 자동 무브먼트는 총 280개의 부품과 30개의 주얼로 구성돼 있으며, 시간당 18,000회 진동하고(2.5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100시간을 보장합니다. 참고로 프로덕트 디자인에는 유명 시계 디자이너인 에릭 지루(Eric Giroud)도 참여했습니다.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서는 태양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은 입체적이면서도 공예예술적인 가공이 돋보이는 로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해당 로터는 레드 골드 바탕에 일부 플래티넘과 티타늄 소재를 함께 사용했다고 하네요.
새로운 레거시 머신 플라잉 T는 레드 골드 케이스/블랙 기요셰 다이얼 버전과 플래티넘 케이스/블루 기요셰 다이얼 버전 각각 18피스씩 한정 제작 출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리테일가는 레드 골드 버전이 9만 8,000 스위스 프랑, 플래티넘 버전이 10만 8,000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