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P-05 "라페라리"
위블로(Hublot)는 2013년 무려 50일 파워리저브를 자랑하는 MP-05 "라페라리"(MP-05 "LaFerrari")로 이 분야의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후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Parmigiani Fleurier)가 보쉐 매뉴팩처와 CSEM과의 협업을 통해 70일 파워리저브를 앞세운 센피네(Senfine)를 발표하긴 했지만 컨셉 모델(프로토타입)에 그쳐, 위블로가 세운 기록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 2018년 발표한 첫 빅뱅 MP-11 카본 (200피스 한정)
MP-05 "라페라리"는 물론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후 위블로는 일부 고객들로부터 파워리저브 시간을 더 낮추더라도 보다 웨어러블한 모델을 출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름에 응답한 시계가 바로 2018년 출시된 빅뱅 MP-11(Big Bang MP-11)입니다. 울트라 롱-파워리저브를 특징으로 하는 라페라리 에디션의 아이덴티티는 계승하되 위블로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컬렉션인 빅뱅 케이스를 접목함으로써 마니아들의 숨은 니즈를 간파한 동시에 컬렉션의 외연도 넓히는 성과를 이뤄낸 것입니다.
- 2018년 발표한 첫 빅뱅 MP-11 사파이어 (200피스 한정)
빅뱅 MP-11 시리즈는 MP-05 "라페라리"를 통해 선보인 실린드리컬(실린더) 구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7개의 중첩된 배럴을 원통형으로 길게 눕혀 특유의 시계 디자인으로 활용한 것인데요. 라페라리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와인딩 기구가 요구되지만 일단 시계 외형상으로는 일반적인 크라운 형태를 띠고 있는 점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파워리저브 시간을 50일이 아닌 14일로 한층 낮췄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 또한 7일 혹은 8일, 길어야 10일 정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는 타사의 제품과 비교하면 무척 긴 편입니다.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의 형태 또한 멀티-배럴과 맞닿은 인-라인 롤러 형태로 제작해 시계에 한층 개성을 더합니다.
- 2019년 신제품, 빅뱅 MP-11 그린 삭셈(SAXEM)
횡형의 배럴 구조와 달리 시와 분을 표시하는 기어트레인은 버티컬, 즉 수직으로 구조돼 있습니다. 플레이트와 브릿지 대부분을 스켈레톤 가공해 그대로 노출하는데, 이때 밸런스 역시 다이얼 면으로 빼서 최근 유행하는(?) 인버티드 설계를 보여줍니다. 지난해 최초 런칭 당시 올-블랙 풀-카본과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두 종류의 케이스로 선보인 데 이어(각각 200피스씩 한정 제작), 올 하반기에는 처음으로 그린 컬러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에 도전했습니다. 참고로 위블로는 앞서 투명 사파이어 외 컬렉션의 다른 제품에 블루와 옐로우 사파이어 케이스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또 흥미로운 점은 여느 인조 사파이어 크리스탈과는 소재 자체가 조금 다릅니다. 이를 두고 위블로는 삭셈(SAXEM)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는 사파이어 알루미늄 옥사이드 어스 미네랄(Sapphire Aluminium oXide and rare Earth Mineral)이라는 조어의 이니셜에서 따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파이어 기반에 컬러 염색한 알루미늄 옥사이드와 함께 툴륨(Thulium), 홀뮴(Holmium), 크로뮴(Chromium)과 같은 미량의 보기 드문 희토류(稀土類) 금속 원소를 주입해 여느 제조사에서는 본 적이 없는 독자적인 사파이어 컴포지트 소재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그린 삭셈은 투명도나 컬러는 천연 프레셔스 스톤인 그린 에메랄드에 비할 정도지만 이보다는 훨씬 더 단단하고 쉽게 깨지지 않으면서 가공이 용이한 장점을 갖는다고 브랜드 측은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그린 삭셈 덩어리는 또한 3D 기술을 접목한 자체 매뉴팩처의 최첨단 CNC 머신을 통해 케이스 형태로 재가공되고 다시 전체 폴리시드 마감되어 사용됩니다. 자세히 보면 일반 빅뱅 케이스와 달리 실린더 배럴 세트를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하단부를 돔형 처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베젤을 고정하는 H 스크류는 블랙 코팅 마감한 티타늄 소재를 사용했으며, 크라운에는 티타늄 바탕에 타이어에서 착안한 요철 무늬를 넣은 블랙 러버를 덧대었습니다.
빅뱅 MP-11 그린 삭셈의 케이스 직경은 45mm, 두께는 14.4mm(돔형의 가장 높은 지점 기준)이며, 30m 생활 방수를 보장합니다. 무브먼트는 기존 시리즈의 엔진인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HUB9011를 탑재했습니다. 총 270개의 부품과 39개의 주얼로 구성된 해당 무브먼트는 시간당 28,800회 진동하고(4헤르츠), 약 2주간(14일간)의 롱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스트랩은 빗살 무니를 새긴 블랙 러버 스트랩을 장착하고, 블랙 코팅 마감한 티타늄 소재의 폴딩 클라스프와 함께 버클 상단부는 블랙 세라믹 소재를 사용해 특색을 보입니다.
‘아트 오브 퓨전(The Art of Fusion)’을 표방하며 새로운 소재 개발 도입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위블로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신제품, 빅뱅 MP-11 그린 삭셈(Ref. 911.JG.0129.RX)은 단 20피스 한정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이며, 공식 리테일가는 스위스 현지 기준 12만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됐습니다. 현 환율로 환산하면 한화로는 1억 4천 만원이 넘는군요. 단, 국내 입고 계획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