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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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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대전(大戰)에 마침내 독일의 끝판왕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까지 가세했습니다. SIHH가 끝난 직후부터 랑에에서 올해 안으로 첫 스테인리스 스틸 스포츠 워치가 출시될 거라는 소문과 추측이 난무했던 터라 충격의 여파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만, 오늘 자로(독일 현지 기준 10월 24일 오후 2시 직후) 공개된 결과물은 랑에 운트 죄네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적잖이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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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스포츠 워치의 전통적인 강자인 오데마 피게(로열 오크), 파텍 필립(노틸러스 & 아쿠아넛), 바쉐론 콘스탄틴(오버시즈)의 뒤를 이어, 브레게(마린), 피아제(폴로), 지라드 페리고(라우레아토),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쇼파드(알파인 이글)까지 스틸 스포츠 워치 컬렉션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다 못해 비주류 독립 시계제조사인 H. 모저 앤 씨(파이오니어)와 우르반 유르겐센(원)까지 스틸 스포츠 워치 컬렉션을 출시한 것을 지켜 보며 랑에 운트 죄네는 지난 몇 년간 드러내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고심을 했을 터입니다. 드레스 워치의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현실에서 트렌드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게다가 랑에 운트 죄네처럼 母그룹 리치몬트 소속 브랜드로서는 더더욱 현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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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게 한 랑에 운트 죄네의 신작, 오디세우스(Odysseus)는 예상한 것보다는 훨씬 더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케이스 형태가 다소 특이하긴 하지만, 다이얼 디자인은 바 인덱스를 특징으로 하는 기존의 삭소니아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고, 드레스덴의 명소 젬퍼 오페라 하우스의 파이브 미닛 클락(Five-minute clock)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코닉한 아웃사이즈 데이트 형태 역시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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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즈 데이트와 대칭을 이루는 9시 방향에는 데이-오브-위크 디스플레이, 즉 요일창이 놓여져 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영문 요일명 앞 두 자만 사용해 개성적인 인상에 기여합니다.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데이-데이트 디스플레이 형태를 탈피하고자 나름대로 꽤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다만 양 디스플레이가 다이얼 바깥쪽으로 필요 이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다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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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계를 정면에서 보면 앞서 언급했다시피 케이스 형태가 사뭇 독특한데요. 라운드 케이스에 크라운이 위치한 프로파일 중앙만 살짝 도드라지게 제작해 해당 부위만 쿠션 형태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돌출된 부위가 크라운 가드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아닌지라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또 측면에서 보면 가운데 부분을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유선형으로 깎고 파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케이스는 비대칭형을 띠게 되고 원형과 쿠션형이 어우러진 특이한 혼종 같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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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러시드 및 폴리시드 가공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케이스 직경은 40.5mm, 두께는 11.1mm이며, 브랜드의 첫 본격 스포츠 워치인 만큼 스크류-다운 크라운과 함께 120m 정도의 방수 사양을 보장합니다. 트렌드를 한껏 의식한 다크 블루 컬러 다이얼 바깥쪽(미닛 트랙)은 동심원 패턴 가공하고, 안쪽은 그레인 마감해 나름대로 입체적인 느낌을 선사합니다. 브랜드 특유의 랜싯(Lancet, 의료용 날)을 연상시키는 핸드 디자인은 그대로이며, 화이트 골드 소재의 핸즈와 아플리케 타입 바통 인덱스 중앙에는 화이트 컬러 야광 도료를 채워 언제 어디서나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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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새롭게 자체 개발, 제작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일명 '다토매틱 Datomatic' 칼리버) L155.1를 탑재했습니다. 총 312개의 부품과 31개의 주얼, 1개의 골드 샤통으로 구성된 L155.1 칼리버는 시간당 28,800회 진동하고, 파워리저브는 약 50시간 정도를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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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운트 죄네의 다른 모든 무브먼트와 마찬가지로 플레이트와 브릿지는 저먼 실버로 제작했으며, 스포츠-케쥬얼 워치를 표방하지만 적어도 무브먼트의 피니싱만은 타협하지 않고 브랜드의 명성에 부합하고자 최선을 다했음을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밸런스 콕을 대신한 브릿지 상단에는 어김없이 핸드 인그레이빙 장식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리스프렁 밸런스와 스크류 형태의 레귤레이터 디자인도 새롭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밸런스 스프링도 인하우스 제조 스프링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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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의 바깥쪽은 브러시드 가공하고 측면은 폴리시드 가공해 유무광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러그에서 아래로 향할 수록 폭이 좁아지는 테이퍼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링크의 배열도 조금은 참신합니다. 스틸 버클부 중앙에 랑에 운트 죄네 브랜드 심볼을 원형으로 엠보싱 각인했으며, 디플로이언트(폴딩) 버클 안쪽의 핀을 조정하지 않고도 7mm 단위까지 간편하게 길이 조정이 가능해 착용자의 편의를 고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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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영웅이자 모험정신의 아이콘과도 같은 인물에서 착안한 그 이름처럼 랑에 운트 죄네의 오디세우스는 브랜드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랑에 운트 죄네의 독일 브랜드 특유의 진중함과 타협하지 않는 고전미를 응원하던 팬들이라면 이번 결과물에 꽤 복잡한 감정이 들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새로운 시도는 환영할 만하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입니다. 첫 스틸 스포츠 워치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 오디세우스 다크 블루 다이얼 모델(Ref. 363.179)의 공식 리테일가는 2만 8,000 유로(EUR)로 책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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