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포럼은 지난 9월 19일 타임팰리스(Timepalace)가 주관하는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 소개 및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부산 아난티 코브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지난 6월 브랜드 &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바 있는 RJ(Romain Jerome), 창립자 피터 스피크-마린이 떠난 이후 재정비에 한창인 스피크-마린(Speake-Marin), 움직이는 액체로 시간을 표시하는 HYT, 마지막으로 나폴레옹 황제의 후손 제롬 드 빗(Jérôme de Witt)이 2003년에 설립한 신생 브랜드 드빗(DeWitt)이 참여했습니다.
부산 역에서 차로 40여분 가량 달려 도착한 아난티 코브는 탁 트인 바다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해변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어서 그런지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150여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행사장에 들어온 아난티 코브 이용객도 있었으나 멀리 울산이나 대구 등지에서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온 분들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
바버샵과 라운지 바를 모티프로 꾸민 고급스러운 공간에 네 개의 브랜드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생산량이 적은 독립 브랜드 특성상 시계 수는 많지 않았으나 브랜드를 대표하는 주력 제품은 다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과 자리를 잡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이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브랜드 및 제품 소개가 시작되었습니다.
스피크-마린
(Speake-Marin)
첫 번째 주자는 스피크-마린입니다. 피카디리(Piccadilly) 케이스, 클래식한 디자인, 독특한 문양으로 조각한 와인딩 로터 등 독창적인 스타일로 유명세를 떨쳤던 옛 모습은 이제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2017년 창립자가 떠난 이후에는 전보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원 & 투 컬렉션 오픈워크 듀얼 타임
One & Two Collection Openworked Dual Time
듀얼 타임과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기능을 갖춘 스몰 컴플리케이션입니다. 비대칭 다이얼 일부를 절개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듀얼 타임을 표시하는 부분 역시 스켈레톤 처리를 했는데, 이곳을 통해 반대편에서 회전하는 마이크로 로터의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지름 38mm와 42mm 버전으로 나뉘며 모든 제품은 한정 생산됩니다.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SMA02는 COSC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오뜨 오를로제리 런던 크로노그래프
Haute Horlogerie London Chronograph
크로노그래프 45분 카운터와 스몰 세컨드 다이얼이 마주보는 고전적인 스타일에 화려한 색으로 위트를 더했습니다. 20세기에 활약한 크로노그래프 밸주 칼리버 92를 탑재했습니다. 제네바 스트라이프와 앵글라주 마감으로 무브먼트를 아름답게 치장했습니다. 오실리에이팅 피니언을 이용한 클러치 방식이 특징입니다. 브론즈 케이스를 이용한 베리에이션에는 과거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등 여러 크로노그래프 시계에 사용된 밸주 칼리버 72가 들어있습니다.
오뜨 오를로제리 레제르테
Haute Horlogerie Légèreté
60초에 한 바퀴 회전하는 플라잉 투르비용, 세 개의 공과 세 개의 해머로 세 가지 음을 연주하는 미니트 리피터 카리용을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에 담아낸 역작입니다. 오픈워크 다이얼과 투명한 케이스 덕분에 무브먼트를 속속들이 구경할 수 있습니다. 핸드와인딩 칼리버 SMAHH-02를 탑재했으며, 파워리저브는 72시간입니다. 단 하나만 제작된 유니크 피스인데, 놀랍게도 이 시계를 주문한 고객이 국내에 있다고 하네요.
그 밖의 제품
- 마지스터 버티컬 더블 투르비용(Magister Vertical Double Tourbillon)
- 런던 크로노그래프 브론즈(London Chronograph Bronze)
HYT
다음은 HYT입니다. 바늘이나 숫자가 적힌 디스크로 시간을 표시하는 전통과 상식에 반기를 든 이들은 벨로즈(Bellows)와 캐필러리 튜브(Capillary tube)를 활용한 획기적인 메커니즘을 앞세워 성공을 거뒀습니다. 튜브에 가득찬 액체가 빠져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H1.0
액체의 이동뿐만 아니라 복잡한 구조를 통해 시각적 재미를 북돋는 제품입니다. 스켈레톤 처리한 다이얼과 플레이트를 통해 유체역학의 비밀을 드러냅니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케이스와 유리가 인상적입니다. 12시 방향에 있는 다이얼은 분을 나타냅니다. 좌측에 있는 디스크는 초를, 우측에 있는 인디케이터는 파워리저브를 표시합니다. 6시에서 7시로 넘어갈 때 액체가 역행합니다. DLC 코팅한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지름은 48.8mm, 두께는 20.08mm입니다.
H20
유체역학과 워치메이킹의 융합을 통해 HYT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제품입니다. 앞선 H0나 H1.0이 따라갈 수 없는 복잡함을 담고 있습니다. 중앙에 위치한 바늘은 분을, 액체는 시간을 표시합니다. 3시 방향에는 크라운 포지션 인디케이터가, 반대쪽에는 온도 인디케이터가 있습니다. 기온이 섭씨 15°도 이하로 내려가거나 25° 이상으로 올라가면 액체의 부피에 변화가 생겨서인지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슈퍼루미노바를 칠해 야간에 더욱 화려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조만간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를 위한 H20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스컬 액슬 로즈
Skull Axl Rose
아메리칸 헤비메탈의 전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보컬 액슬 로즈(Axl Rose)에게 헌정하는 제품입니다. 강렬한 인상의 진원지인 스컬은 블루 PVD 처리한 다마스커스 스틸로 제작했습니다. 해골의 왼쪽 눈은 초를, 오른쪽 눈은 파워리저브를 표시합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백에는 건즈 앤 로지즈의 상징과 액슬 로즈의 서명이 새겨져 있습니다. DLC 티타늄 케이스의 지름은 51mm입니다. 거대한 케이스지만 티타늄으로 제작한 데다가 분트 스트랩을 연결한 덕분에 착용감이 의외로 나쁘지 않습니다. 25개 한정 생산됩니다.
드빗
(DeWitt)
드윗은 아직 수입이 다 되지 않은 관계로 제품이 몇 개 없었습니다.
아카데미아 아웃 오브 타임
Academia Out Of Time
드빗의 엔트리 레벨을 책임지는 제품입니다. 원래 드빗의 포트폴리오에는 가격이 1억원을 넘는 시계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엔트리 모델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아카데미아 아웃 오브 타임 같은 제품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중앙에는 시간과 분을 표시하는 두 개의 바늘이 꽂혀 있습니다. 4시 방향에는 1초에 한 칸씩 점핑하는 데드비트 세컨드 다이얼이 있습니다. 8시 방향에 있는 다이얼은 시간의 흐름을 표시합니다. 빛이 점등하는 듯한 효과를 발휘해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골드 케이스의 지름은 42.5mm입니다. 217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셀프와인딩 칼리버 DE5051의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65시간입니다.
RJ의 경우 지난 6월에 열린 브랜드 &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에서 소개한 제품과 큰 차이가 없기에 해당 기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RJ 관련 내용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해외에서 개최되는 박람회나 행사에서 볼법한 독립 브랜드의 개성 넘치는 시계를 한국에서 마주하고 있으니 왠지 들뜨고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연말에는 위 브랜드를 정식 매장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니 관심 있게 지켜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