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CHANEL)이 지난 5월 8일 서울 청담동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새로운 J12(The New J12) 컬렉션의 국내 런칭을 알리는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올해 어느덧 20주년을 맞은 J12는 2000년 당시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자크 엘뤼(Jacques Helleu)의 손끝에서 탄생했습니다. J12라는 이름은 자크 엘뤼가 평소 즐기던 요트 경주(12m급 요트가 참가하는 'J-클래스'라는 국제 경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그는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는 현대인들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가볍고 방수가 잘되며 스크래치가 나지 않는 전천후 스포츠 워치를 제작하고 싶다는 열망을 투영해 J12 프로젝트를 구체화시켰습니다.
J12는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전체 하이테크 세라믹을 사용한 브랜드 최초의 유니섹스 워치 컬렉션으로 출시 초기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샤넬이 당시만해도 시계 외장 소재로는 대중적이지 않은 세라믹을 선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메종의 창립자인 가브리엘 샤넬이 고급 기성복 소재로는 잘 사용하지 않던 저지와 트위드를 과감하게 도입해 혁신을 이뤄낸 정신을 시계 제조에도 투영하고 싶지 않았나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비주류 소재도 샤넬이 시도하면 주류에서 인정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의 발로이자, 실제로도 J12의 대성공은 시계 업계에서 세라믹의 위상을 달라지게 할 만큼 상당한 파급력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J12 20주년을 맞아 샤넬은 완전히 새로운 셀프와인딩(자동)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탑재한 뉴 J12를 런칭해 컬렉션의 인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ETA 베이스의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전작들과 비교하면 매우 눈에 띄는 큰 변화로 가히 J12의 세대교체라 할 만합니다. 그래서인지 시스루 형태의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채택해 해당 기계식 자동 무브먼트를 자랑스럽게 노출하고 있습니다.
뉴 J12는 바젤월드 2019 리포트를 통해 이미 자세히 소개한 바 있습니다만, 글로벌 런칭을 기념해 다시 한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뉴 J12 워치는 2000년대 출시한 오리지널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우선 38mm 사이즈로만 선보입니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 세라믹 케이스/브레이슬릿 형태로 4가지 베리에이션이 있는데, 다이얼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과 세팅하지 않은 버전으로 또 나뉩니다.
사실 케이스 외관만 봤을 때는 전작들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블랙 혹은 화이트 래커 마감한 다이얼의 디테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 세대 J12와 미세하게나마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문 오토매틱과 스위스 메이드 폰트를 통일하고, 다이얼 위에 위치했던 스위스 메이드 프린트도 다이얼 외곽(플랜지)으로 내려 보다 정돈된 느낌입니다.
반면 케이스 컬러에 따라 블랙 혹은 화이트 세라믹을 카보숑 처리한 스틸 소재의 스크류다운 크라운의 직경은 전 세대 J12 보다 약간 작아졌습니다. 이로써 세라믹 소재의 크라운 가드와 좀 더 유려하게 곡선을 그리고 시계의 부드러운 인상에도 기여합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기존 J12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유지하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본사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CHANEL Watch Creation Studio)의 디렉터 아르노 채스트링(Arnaud Chastaingt) 역시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강조합니다.
- 샤넬의 새로운 자동 워크호스, 칼리버 12.1을 영상으로도 확인하세요.
가장 화제가 된 무브먼트는 제네바의 신생 매뉴팩처 케니시(Kenissi)가 샤넬을 위해 특별 제작, 공급한 에보슈를 수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총 174개의 부품과 28개의 주얼로 구성된 12.1 칼리버는 시간당 28,800회(4헤르츠) 진동하고, 파워리저브는 넉넉하게 약 3일간(70여 시간)을 보장하며,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받아 높은 정밀도를 자랑합니다.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칼리버 12.1의 작동 모습을 감상할 수 있으며, 직경에 비해 다소 커다란 싱글 배럴, 원 형태를 변주한 텅스텐 소재의 스켈레톤 로터, 견고한 밸런스 브릿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케이스 방수 사양은 전작과 동일하게 200m까지 보장해 수영은 물론 다양한 해상 스포츠 활동시 착용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뉴 J12 워치의 국내 출시 가격은 블랙 혹은 화이트 세라믹 관계없이 다이아몬드를 세팅하지 않은 버전(Ref. H5697 & H5700)은 7백 9만 원, 다이얼에 12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Ref. H5702 & Ref. H5705)은 8백 69만 원으로 각각 책정됐습니다. 70시간 파워리저브의 자동 매뉴팩처 무브먼트로 업그레이드 하고, 품질 보증 기간 또한 5년으로 연장하는 등 개선 사항이 많음에도 기존의 J12와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어필할 만한 합니다.
한편 샤넬은 뉴 J12 글로벌 런칭을 기념하여 연령, 인종, 활동 분야가 다른 총 9명의 뮤즈를 선정해 J12 홍보 캠페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뉴 J12. 시간에 대한 모든 것(The NEW J12. IT'S ALL ABOUT SECONDS)'으로 명명한 해당 캠페인을 통해 각 뮤즈들은 자신의 일생에 기억될 ‘결정적인 순간들’을 시간에 관한 나름의 철학과 함께 1분 분량의 미니 인터뷰 형태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의 영상들을 꼭 한 번 확인해 보길 추천합니다.
-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코코 마드모아젤 향수를 시작으로 현재는 루쥬 코코와 샤넬 화인 주얼리의 뮤즈로도 활동하는 샤넬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 배우 알리 맥그로우(Ali MacGraw)
로맨스 영화의 고전 '러브 스토리' 속 비련의 여주인공 역으로 유명한 그녀는 무려 50여 년만에 샤넬의 뮤즈로 재소환되었다. 8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에도 건강함과 우아함을 간직한 그녀의 모습이 오래도록 변치 않는 세라믹 케이스로 제작한 J12와도 어딘가 닮아 있다.
-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바네사 파라디(Vanessa Paradis)
국내에는 조니 뎁의 전 연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가수이자 배우로도 유명하다.
- 모델 릴리-로즈 뎁(Lily-Rose Depp)
바네사 파라디와 조니 뎁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현재 세계 패션계에 떠오르는 '잇걸'이다.
- 모델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Claudia Schiffer)
- 모델 리우 웬(Liu Wen, 刘雯)
- 영화배우 캐롤 부케(Carole Bouquet)
다수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 영화배우 아나 무글라리스(Anna Mouglalis)
2009년 개봉한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에서 코코 샤넬 역을 맡으면서 샤넬과 인연을 맺었다. 중저음의 관능적인 목소리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칼 라거펠트가 생전에 아낀 뮤즈 중 하나로 2002년부터 샤넬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샤넬 청담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8일 저녁에 진행된 칵테일 파티에는 샤넬 앰버서더인 배우 김고은과 이동욱, 모델 아이린을 비롯해, 배우 김희애, 주지훈, 모델 한혜진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