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파드(Chopard)는 지난 11월 16일 금요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부티크에서 L.U.C 컬렉션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주얼러로도 명성이 자자한 쇼파드는 1996년 브랜드 최초의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1.96을 탑재한 L.U.C 1860으로 파인 워치메이킹의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 회장의 진두지휘아래 탄생한 L.U.C 컬렉션은 플러리에(Fleurier)의 장인 정신과 쇼파드 워치메이킹의 세계를 알리는 선봉장과 같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L.U.C 컬렉션의 기존 제품을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는 크라운과 스몰 세컨드의 위치를 살짝 비틀어 놓은 L.U.C XPS 트위스트 QF 페어마인드(L.U.C XPS Twist QF Fairmined)입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L.U.C 96.09-L은 쇼파드, 보베 등 플러리에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가 모여 설립한 플러리에 퀄리티 재단(Fleurier Quality Foundation)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케이스는 공정 채굴 인증을 받은 로즈 골드로 제작했습니다. 250개 한정 생산합니다.
다음은 L.U.C XPS 1860 오피서(L.U.C XPS 1860 Officer)입니다. 벌집을 모티프로 한 기요셰 패턴을 새긴 다이얼과 헌터 케이스백이 특징입니다. 크로노미터 인증과 제네바 홀마크를 획득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L.U.C 96.01-L를 채택했습니다.
세 번째는 L.U.C 레귤레이터(L.U.C Regulator)입니다. 시/분/초를 각기 다른 다이얼에서 보여줍니다. 여기에 날짜, 파워리저브, GMT까지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제 VIP룸으로 이동해 이날의 주인공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방안에는 행사를 위해 쇼파드 본사에서 파견된 코시야마 켄(Koshiyama Ken)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파텍 필립을 거쳐 쇼파드로 자리를 옮긴 그는 원래 워치메이커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고급시계 판매와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워치메이커만이 가질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L.U.C 컬렉션을 설명하고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켄 씨가 먼저 집어 든 시계는 L.U.C 퍼페추얼 T(L.U.C Perpetual T) 플래티넘 모델입니다. 빅데이트를 결합한 퍼페추얼 캘린더와 다이얼 6시 방향의 큼지막한 투르비용이 인상적입니다. 핸드와인딩 칼리버 02.15-L은 216시간의 긴 파워리저브를 자랑하며, 크로노미터와 제네바 홀마크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25개 한정 생산하며, 가격은 3억원대입니다.
마지막은 행사의 하이라이트이자 쇼파드 역사에 길이 남을 L.U.C 풀 스트라이크(L.U.C Full Strike)입니다. 쇼파드 매뉴팩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6년에 출시한 이 시계는 2017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에귀유 도르(Aiguille d’Or)를 수상한 바 있습니다. 20개 한정 생산한 첫 번째 로즈 골드 버전이 품절되자 쇼파드는 올해 화이트 골드 모델 20개를 새로 출시했습니다. 로즈 골드 케이스에 60개의 바게트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 모델은 8개만 생산될 예정이며, 가격은 2만6200유로(약 3억3600만원)입니다.
L.U.C 풀 스트라이크는 미니트 리피터의 신비로운 메커니즘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이얼을 절개했습니다. 갖가지 톱니바퀴와 랙(rack)의 움직임 그리고 두 개의 해머가 힘차게 공을 때리는 장면은 넋을 잃게 만듭니다. 전면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와 한 몸으로 이루어진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은 맑고 깨끗한 소리를 전달합니다.
L.U.C 풀 스트라이크는 15분 또는 1분 단위를 타종하지 않을 때 시간의 공백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통의 미니트 리피터는 1시 14분에 저음(C, 도)이 한 번 울리고,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고음(F, 파)이 14번 울립니다. 하지만 풀 스트라이크는 저음이 울린 뒤 곧바로 고음이 울리는 방식입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은 스테인리스스틸 해머로 150만번을 때리는 동안에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합니다.
개발에만 17,000시간이 소요된 핸드와인딩 칼리버 08.01-L은 시간과 미니트 리피터 메커니즘에 따로 동력을 제공하는 독립된 두 개의 배럴을 갖췄습니다. 다이얼 2시 방향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통해 각 메인스프링의 와인딩 상태를 표시합니다.
크라운을 양쪽으로 돌려 두 메인스프링을 감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슬라이딩 레버가 아닌 크라운에 있는 버튼을 눌러 미니트 리피터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느정도 방수가 가능하고, 디자인도 우아한 미니트 리피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먼 실버로 만든 무브먼트는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포함해 다양한 기법으로 장식했습니다. 파워리저브는 60시간입니다.
소리가 제대로 울리지 않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동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미니트 리피터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또한, 미니트 리피터 작동 시 크라운과 무브먼트가 분리되어 시간을 설정할 수 없습니다. 무브먼트에 손상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공기 저항으로 미니트 리피터의 타종 시간을 조절하는 거버너(governor)는 회전 시 소리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잡음이 없기 때문에 타종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립니다. 켄씨에 의하면 얇은 플랫 스프링을 사용해 잡음을 제거했다고 합니다.
<쇼파드 L.U.C 풀 스트라이크의 아름다운 소리를 감상해 보세요>
이날 행사에서 본 시계는 L.U.C 컬렉션의 일부에 불과했지만 쇼파드의 워치메이킹 능력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몇 달 뒤에 있을 바젤월드에서 쇼파드가 어떤 시계를 선보일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