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루체른의 독립 시계제조사 옥스 운트 주니어(ochs und junior)가 색다른 데이 & 나이트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컬렉션 특유의 극도로 미니멀한 디자인을 고수하면서, 베이스 무브먼트 위에 단 몇 개의 추가 부품으로 구성된 독자적인 모듈을 얹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천체 시계를 완성한 것입니다.
흡사 나뭇결을 연상시키는 멀티 레벨 다이얼로는 시와 분, 날짜 외에 태양과 달을 연상시키는 원형의 인디케이터로 낮/밤 시간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느 데이 & 나이트 시계들처럼 단순히 해당 인디케이터로 낮/밤 시간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해당 시간대에 정확히 자신의 위치에서 바라본 해와 달의 위치를 표시하는 점이 차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정이나 정오라 해서 실제 태양과 달의 위치가 항상 12시 방향에 위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것입니다. 시계를 설계한 워치메이커이자 천문학자인 루드빅 외슬린(Dr. Ludwig Oechslin) 박사의 천체 시계를 향한 집요한 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케이스 6시 방향에 위치한 푸셔를 이용하면 현재 자신의 위치(지역)에 해당하는 태양 정오(Solar noon) 시간을 세팅할 수 있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즉 태양 모양의 인디케이터가 정확히 12시에 위치할 때 해당 지역에서 태양이 가장 높이 떴을 때의 시간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세팅 방법은 태양 인디케이터가 6시 방향에 위치할 때 해당 푸셔로 인디케이터를 고정하고 크라운을 빼면 개별 조정이 가능합니다. 보다 자세한 건 관련 데모 영상을 보시면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
브라스 소재 특유의 연한 골드톤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낮 시간대를 가리키며, 그 반대로 다크한 컬러를 띠는(파티나 처리된) 쪽이 밤 시간대에 해당합니다. 이 낮/밤 시간대의 경계를 이루는 부분이 지평선이라 치면 일출과 일몰 시간대도 어림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확한(전통적인) 형태의 문페이즈 디스크로 월령을 표시하진 않지만, 이론적으로 월령 사이클도 함께 헤아릴 수 있습니다. 한 달을 기준으로 태양과 지구(다이얼 중앙에 해당), 달이 한 라인에 정렬할 때가 만월(보름달)에 해당하고, 태양과 달의 위치가 정확하게 90도로 위치해 있을 때가 상현과 하현달이 뜨는 시기이며, 달을 형상화한 인디케이터가 태양에 가려져 완전히 사라지면 초승달이 뜨는 시기임을 헤아릴 수 있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1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낮/밤 시간대를 표시하는 팬형의 디스크 위치가 조금씩 바뀌어 하지를 기준으로 여름철에는 낮 시간대(밝은 부분)를 더 많이 표시하고, 동지를 기준으로 겨울철에는 밤 시간대(어두운 부분)를 더 많이 표시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옥스 운트 주니어의 신작, 데이 & 나이트 모델은 우리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낮/밤 표시 기능을 뛰어넘어 천체 시계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매우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고 개성적으로 표시하는 점에서 외슬린 박사의 탁월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투 피스 구조의 케이스 직경은 40mm, 두께는 11mm이며, 43mm 사이즈로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케이스 소재는 그레이드 5 티타늄 혹은 스털링 실버(925) 두 옵션 중 선택이 가능하며, 티타늄 버전은 50m 방수, 스털링 실버 버전은 30m 방수를 차등 지원합니다. 무브먼트는 르 로끌의 매뉴팩처 율리스 나르당의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UN-320를 베이스로 루드빅 외슬린이 설계한 애스트로노미컬 컴플리케이션 모듈을 추가했습니다. 주문 단계에서 다이얼 컬러 및 스트랩 소재와 컬러 등을 취향에 맞게 지정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커스텀 메이드를 지향하며, 리테일가는 16,000 스위스 프랑(CHF)에서 커스텀 유무에 따라 소폭의 변동이 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고가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미니멀하고 개성적인 천체 시계를 소유하기에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수긍할 만한 가격대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