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심플 드레스 워치 리뷰를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5196G(이하 5196)의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파텍필립 칼라트라바 5196G"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파텍필립이라는 브랜드에 가지고 있는
어떤 이미지가 있습니다.
지난 세기 초중반부터 빅3를 차지하고 있었고
꽤 오래전부터는 독보적인 원 탑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왕'의 이미지가 바로 파텍필립(이하 PP)이라는 브랜드입니다.
이러한 PP의 5196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은
'기품이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VC 82172 리뷰 때도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은데
5196을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이 들까 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느낌인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가 근거가 있는 것인지?
5196을 차면서 시계가 주는 '기품'이라는 것에
더 확신이 생기게 되었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브랜드 파워가 주는 무형의 어떤 것이었습니다.
PP의 전통과 칼라트라바의 역사, 그리고 이들이 주는 이미지 등이 종합된
무형의 어떤 것은 확실히 칼라트라바 5196에서 기품을 느끼게 합니다.
다른 하나는
시계의 만듦새와 동작이 주는 유형의 어떤 것입니다.
사실은 후자가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시계를 손으로 만지고,
이곳저곳 돌려가며 꼼꼼히 쳐다보고,
와인딩을 하고 시간을 조정해보면,
이 시계가 얼마나 좋은 시계인지를 체감하게 됩니다.
이것이 훨씬 크고 중요합니다.
그때 비로소 이 시계에 대한 기품이 마음속에 느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리뷰는 이런 관점에서 기품에 대한 몇 가지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1. '칼라트라바' 라는 역사와 ref. 96의 계승
제가 5196을 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칼라트라바를 갖고 싶었고 가능하면 칼라트라바의 시작,
ref. 96의 정통 계승작을 갖고 싶었습니다.
현재 칼라트라바는 5116, 5153, 5227 등이 있지만
ref. 96을 계승하는 것은 5196이라고 생각합니다.
쭉 뻗은 케이스와 러그 라인, 도피네 핸즈와 양각의 바 인덱스,
그리고 스몰 세컨이 수동 무브먼트로 움직이면
이것이 '칼라트라바'라고 생각했습니다.
5196은 85년 전 나온 ref. 96의 특징들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조금 올드해 보이고 지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이러한 특징들이야말로
진짜 칼라트라바라는 생각이 들게 한 요소들이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예전에 칼라트라바의 역사에 대해 적은 글인데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2. 다이얼의 디테일함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기품은 근거 없는 느낌에서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우선 얼굴에 해당하는 5196의 다이얼은 타사 하이엔드에 비해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우선 은회색의 독특한 다이얼 색감이 눈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전혀 튀지 않는 톤 다운된 색감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주 묘하고 매력적인 색감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많이 사용되는 썬버스트 은색 다이얼이 아니라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양각 인덱스도 다양한 커팅을 통해 어느 곳에서 빛이 들어와도
반짝일 수 있도록 디자인해놓았습니다.
양각 인덱스는 5분 간격으로 놓여있는데
12시 방향만 두 겹으로 놓여있습니다.
분 표시는 닷을 다이얼에 박아 넣었습니다.
이것도 은근한 매력 포인트인데
5분 간격으로 조금 큰 닷을 넣어
양각 인덱스와 조화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시, 분침은 도피네 타입입니다.
개인적으로 도피네 핸즈의 한쪽이 어두워지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날카롭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죠.
스몰 세컨은 리프 모양 핸드입니다.
따로 단차를 두지 않은, 5초 간격으로 프린팅이 되어있는
60초 구간을 돌게 됩니다.
다른 스몰세컨에 비해 상당히 심플하고 균형미가 느껴집니다.
제가 핸즈의 길이를 유심히 보는 편인데
가끔 어떤 시계들은(제 시계 중에서도 ㅎㅎ)
왜 이런 길이로 만들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시계들이 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니게 어중간한 길이의 핸즈들은 약간 성의가 없어 보이거든요.
5196은 아워 핸드는 바 인덱스 내측에,
미닛 핸드는 바 인덱스 외측에,
스몰 세컨 핸드는 짧은 프린팅 외측에 맞춰져있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3. 직선적인 케이스 형태와 케이스의 피니싱
저는 시계 케이스의 옆 면의 디자인과 마감을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인데
러그로 이어지는 케이스의 옆 면은 시계에 있어서
인상과 착용감에 있어서 상당한 부분을 좌우합니다.
개인적으로 5196을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위에서 밝혔듯이 직선적인 케이스 형태와 러그입니다.
최근 시계들은 대체로 러그가 좀 짧아지는 추세이고
짧아진 러그만큼 좋은 착용감을 줄 수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196은 ref. 96과 같이
쭉 뻗은 일자형 케이스 라인과 러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이러한 전통적인 형태가 좋게 보였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8mm의 얇은 두께가 직선적인 케이스에 맞물려
시각적으로 상당히 얇게 느껴집니다.
다른 8mm 대 시계들보다 훨씬 얇게 보이는 효과가 있죠.
착용감에 대해서는 뒤로 이야기를 미뤄두겠습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케이스가 위에서 아래로 유광, 무광, 유광으로 이어집니다.
러그 쪽에서도 옆 면은 무광이지만 전면은 유광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유무광 처리도 너무 세련되게 잘 해놓아서 유저에게는 큰 만족감을 줍니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손의 감촉도 상당히 좋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이 PP답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4. 와인딩감과 무브먼트의 신뢰성
수동 무브먼트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와인딩입니다.
매일매일 손으로 크라운을 돌려 밥(동력)을 줘야 하는 수동 시계는
기계식 시계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자동 무브먼트는 수동 와인딩을 할 때 크라운 휠이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크라운 휠이 고정되어 있는 수동 무브먼트에 비해
힘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로터에 물려있는 리버싱 휠도 헛돌고... 암튼
위와 같은 여러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자동 무브먼트는 와인딩 감이
수동 무브먼트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수동 무브먼트는 오롯이 핸드 와인딩으로 동력을 저장하기 때문에
배럴의 텐션과 클릭이 걸리는 느낌 등을 정확히 손에 전달받습니다.
그런데
수동 시계도 여러 가지 이유로 와인딩감이 다 다릅니다.
어떤 시계는 텐션이 강한데 거친 것도 있고
텐션이 약한데 부드러운 것도 있으며,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이 와인딩감인데
아무리 그래도 하이엔드, 또는 좋은 무브먼트들의 공통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공통점이 와인딩 시 부드러운 느낌(텐션과 별개)이라고 생각하는데
5196의 심장 cal. 215는 텐션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와인감을 제공합니다.
이건 유저들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라 말로 표현하기가 좀 그렇네요^^;
PP에서 워낙 오랫동안 워크호스로 사용되는 모델이라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 칼리버입니다.
cal. 215는 처음 선보인 지 40년이 넘은 무브먼트입니다.
1974년 처음 소개되었으며,
cal. 12-120의 전통을 이어 칼라트라바에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파텍 시계에 쓰였던 피게 에보슈를 수정한 cal. 175(177)보다 조금 크게 만들었으며
최대한 전통적인 파텍 수동 무브먼트 구조를 따르려고 하였습니다.
cal. 215는 특징이 있는데
하이비트(28,800 A/h)에 자이로맥스 밸런스 휠을 적용한
첫 번째 파텍 무브먼트입니다.
70년대가 하이비트가 유행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ㅎㅎ
사이즈는 10리뉴(21.5mm)이고 두께는 2.55mm 입니다.
당시에는 조금 키운 사이즈이지만 지금으로 볼 때는 좀 작은 사이즈입니다.
물론 두께는 여전히 슬림합니다.
더 자세한 cal. 215 PS에 대한 정보는
예전에 정리한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5196을 실제로 착용하면서 느꼈던 단점도 몇 개 적어봅니다.
1. 착용감
제가 5196의 전통적이고 직선적인 케이스가 좋아서
5196을 구매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케이스 형태 때문에
미묘하게 착용감이 떨어졌습니다.
16cm의 손목이지만 손목 너비는 나쁘지 않아서
40mm 시계들 착용은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5196은 37mm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큰 시계 느낌이 났고
가장 큰 문제는 미묘하게 손목에서 떠
착용감이 떨어졌습니다.
제 생각에 조금만 더 손목이 굵은 사람이라면
최적의 착용감을 주었을 것 같은데...
불행히도 저는 차면 찰수록 조금 아쉬움이 남게 되었습니다.
2. 솔리드백의 아쉬움 & 작은 무브먼트
5196의 케이스백은 거울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ㅋ
실제로 기스가 좀 잘나서 그렇지 어느 정도 가능하기도 합니다만... 장난이고...
최근 멋진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는 수동 시계에는
대부분 디스플레이백이 적용됩니다.
무브먼트를 잘 피니싱하여 보여주는 것이 미덕인 시대인 것이죠.
하지만 5196은 솔리드백입니다.
솔리드백으로 가려도 멋진 브릿지 배열과 준수하게 해 놓은 피니싱이 있는데...
이런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단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스플레이백 커스텀을 해볼까 했지만...
아래와 같이 작은 사이즈의 cal. 215이기에
많은 부분을 가려야 함도 시도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 출처 - 퓨리스트 >
얼핏 보면 케이스에 꽉 찬 무브먼트 같지만...
러그 옆으로 나와있는 부분도 케이스입니다^^;
* VC 트래디션 스몰세컨 82172와의 간단한 비교
다음은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VC 트래디션 스몰세컨 82172와의 간단한 비교샷입니다.
우선 전반적인 느낌을 한 번 보시죠~
우선 화이트골드와 로즈골드에서 오는 차이가 있기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5196이 좀 더 전통적이고 심플한 느낌이고
남성적인 느낌이 납니다.
82172는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느낌이고
로골답게 따뜻하고 우아한 멋이 느껴지구요.
두께는 수치상으로는 82172(7.7mm)가 더 얇은데
육안상으로는 5196(8mm)이 조금 더 얇아 보입니다.
이는 케이스 형태의 차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5196은 솔리드백입니다.
이는 최근 추세로 보자면 큰 단점입니다.
이따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82172는 커다란 직경을 가지고 있는
cal. 4400인데 디스플레이백으로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둘의 버클입니다.
이건 뭐 보나 마나 VC의 압승입니다.
아래 모양의 PP 디버클이면 모를까
말테 크로스를 이길 핀버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솔직히 PP의 핀버클은 드레스워치 치고는 좀 투박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대신 와인딩감은 82172에 비해
5196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이것 또한 개인 호불호가 있겠지만요.
파텍필립의 드레스워치
칼라트라바 5196G를 살펴보았습니다.
PP의 드레스워치와 VC의 드레스워치는
늘 비교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심플 수동 드레스워치에서는 더더욱 선택지가 없죠.
둘은 모두 절제미를 가지고 있고,
단정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품이 느껴집니다.
대신 5196은 좀 더 고전적이고 직선적이며 남성적인 느낌이라면
82172는 좀 더 트랜디하고 우아한 느낌을 줍니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만큼 선호하는 시계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ref. 96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케이스 사이즈는 현행을 유지하고(35-37mm)
조금 더 커진 사이즈의 새로운 수동 무브먼트를 넣어주던지
그것이 힘들면 디스플레이백이라도 적용해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칼라트라바는
역시 5196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전적인 느낌의 5196 흑백 사진
몇 장 올리고 마무리합니다.
- 페니 드림
< 상세 정보 >
5196G-001
Watch:
Seconds subdial
Silvery gray dial, gold applied hour markers
Water resistant to 30 m
White gold
Case diameter: 37 mm
Caliber:
Mechanical manually wound movement
Caliber 215 PS
Height: 2.55 mm
Jewels: 18
Bridges: 5
Balance: Gyromax®
Vibrations/hour: 28 800 (4 Hz)
Balance spring: Spiromax®
Hallmark: Patek Philippe S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