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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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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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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Tank)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까르띠에는 탱크 루이 까르띠에, 탱크 아메리칸, 탱크 프랑세즈 이렇게 3가지 대표 라인업에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탱크 패밀리 중에서도 유독 이 세 라인업에 다시금 집중했다는 것은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 탱크 아메리칸, 탱크 프랑세즈가 역대 탱크 모델 중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거니와 각각의 라인업에 응축된 에센스가 100년이라는 긴 세월 속에서도 시들지 않고 오히려 더 농염하게 무르익어 탱크의 정신과 DNA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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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출시된 첫 탱크 프랑세즈 옐로우 골드 스몰 모델 Eric Sauvage © Cartier


이번 아카이브 컬럼을 통해서는 1996년 런칭한 탱크 프랑세즈(Tank Française) 워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이름처럼 탱크의 본향인 프랑스에 바치는 까르띠에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라인업으로, 탱크처럼 강인해보이는 브레이슬릿 형태부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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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샤를르 드 카스텔바작의 탱크 시계(1994년 작) © Jean-Charles de Castelbajac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팝 아티스트인 장-샤를르 드 카스텔바작은 주간지 마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탱크를 까르띠에가 만들었다면, 우리는 평화를 누렸을 것이다(Si tous les tanks étaient fabriqués par Cartier, nous aurions le temps de vivre en paix)"라고 밝히며 탱크를 향한 경의를 표했다. 참고로 그가 스케치에 참고한 빈티지 시계는 제조시기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탱크 골드 브레이슬릿 워치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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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프랑세즈 옐로우 골드 스몰 모델 N. Welsh, Collection Cartier © Cartier


탱크 프랑세즈 이전에도 물론 골드 브레이슬릿 형태의 탱크 워치가 존재하긴 했지만, 예전의 탱크 브레이슬릿 워치들은 보통 두께가 얇은 여러 개의 링크를 촘촘이 연결한 일종의 메쉬(Mesh) 스타일 브레이슬릿이 주를 이뤘습니다. 탱크 노멀(1919년), 탱크 상트레(1921년), 탱크 루이 까르띠에(1922년) 등으로 이어진 탱크의 계보를 돌이켜 보았을 때도 탱크는 가죽 스트랩을 체결한 클래식 드레스 워치의 느낌이 매우 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시계를 생활 주얼리 또는 액세서리처럼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길이가 다소 여유가 있는 낭창낭창한 느낌의 메탈 브레이슬릿 시계를 착용하는 것이 시쳇말로 힙하게 여겨지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물론 남성들의 메탈 브레이슬릿 사랑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젊은 남성들은 물이나 땀, 각종 화학 물질에 이염이 될 위험이 적고, 쉽게 세척이 가능하며, 가공상에 형성된 광택 덕분에 착용시 즉각적으로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메탈 브레이슬릿 시계를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츄얼 시계들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하이엔드급으로는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파텍필립의 노틸러스가 1970년대부터 시계마니아들의 총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소재 특성상 조금은 무겁고 투박해 보이는 메탈 브레이슬릿 시계를 받아들이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려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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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프랑세즈 스틸 스몰 모델 © Cartier


까르띠에는 1990년대 젊은 여성들의 변화하는 니즈를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메탈 브레이슬릿 시계 특유의 착용감과 실용성을 극대화하면서 여성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그 자체로 아름다운 브레이슬릿 형태를 연구하게 되었고, 그 결과 탄생한 시계가 바로 탱크 프랑세즈입니다. 다행히(?!) 여성들은 까르띠에가 발표한 일련의 골드 주얼리를 통해 까르띠에 브레이슬릿 제품을 향한 모종의 선망을 갖고 있었고, 주얼러가 만든 브레이슬릿 시계이므로 여느 시계 브랜드들과는 다른 우아한 멋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 같은 것을 품고 있었기에, 실제로 탱크 프랑세즈는 출시와 동시에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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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프랑세즈 스틸 모델을 착용한 미국의 전 영부인 미셸 오바마 Photographed by Joyce N. Boghosian (2009년 촬영)


탱크 프랑세즈는 탱크 특유의 모던하고 간결한 디자인 코드를 공유하면서도 앞서 언급했듯 브레이슬릿의 형태 자체가 시계 전체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합니다. 보통 대다수의 시계제조사들은 새로운 시계 디자인을 시작할 때 케이스 혹은 다이얼부터 먼저 고려하고, 스트랩 및 브레이슬릿은 마지막에 고려하는데 반해, 까르띠에는 탱크 프랑세즈를 기획할 때부터 이미 충분히 검증된 탱크의 아이코닉한 케이스 및 다이얼 디자인은 그대로 가져가고 처음부터 브레이슬릿(링크) 형태와 케이스(특히 러그)와의 조화 등을 가장 우선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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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프랑세즈 옐로우 골드 & 스틸 투톤 스몰 모델 © Cartier


탱크 프랑세즈는 다소 커브가 있는 형태의 골드 혹은 골드/스틸 투톤 케이스로 제작되었습니다. 케이스 사이즈는 1996년 당시 제네바 고급 시계 박람회(SIHH)서 처음 공개할 당시부터 스몰, 미디움, 라지 3가지 버전으로 선보여 비단 여성들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함께 착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무브먼트 역시 쿼츠 또는 오토매틱(자동)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다소 비스듬하게 커팅된 브랑카(Brancards, 불어로 들것의 두 막대를 뜻하며, 간혹 영어식으로는 ‘샤프트’로도 표현하는 러그 디테일을 일컬음)에서 유격없이 매끈하게 이어진 흡사 체인과도 같은 브레이슬릿은 3연의 링크로 단단하게 결속돼 있었고, 링크 안쪽을 다소 오목하게 그리고 커브가 있게 제작함으로써 착용시 손목에 뜨지 않고 찰싹 감기는 효과도 선사했습니다. 제작 단계에서 무엇보다 많은 심혈을 기울여 탄생한 브레이슬릿인 만큼 탱크의 명성에 부합하는 군더더기 없이 완벽한 형태를 띠고 있었고, 특히 시계를 측면으로 놓고 보았을 때 탱크의 아버지인 루이 까르띠에가 최초 디자인할 당시 실제 영감을 얻은 프랑스 르노 탱크(Renault Tank)의 바퀴를 연상시킬 만큼 탱크의 태생적인 배경과도 근사한 조화를 이뤘습니다. 


탱크 프랑세즈를 기점으로 ‘탱크 = 가죽 스트랩 시계’의 공식은 자연스럽게 깨지게 되었고, 탱크 고유의 디자인 파워는 인정하면서도 다소 고루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입견까지도 허물어뜨릴 만큼 탱크 프랑세즈는 클래식하면서도 컨템포러리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남성적인 서로 상충하기 쉬운 요소들이 이질감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탱크 프랑세즈의 인기에 힘입어 까르띠에는 차츰 스틸 모델의 비중을 늘려나갔고, 스틸 케이스(양쪽 브랑카 상단부)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도 함께 선보이는 대담함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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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프랑세즈 스틸 라지 모델 © Cartier


다이얼 및 그밖의 디자인 변화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버 컬러 다이얼 바탕에 전체적으로 잔잔한 기요셰 패턴(플랑케)을 넣기도 하고, 로마 숫자 인덱스 안쪽에 위치한 레일로드 미닛 트랙에서 테두리를 생략해 다이얼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걸림없이 뻗어나가는 느낌도 선사합니다. 2세대 탱크 루이 까르띠에부터 자리잡은 검 모양의 핸즈는 탱크 프랑세즈와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며, 기존의 테두리 비즈 가공된 와인딩 크라운 대신 팔각형의 각면 크라운을 채택하고 그 중심에는 보다 완만한 곡선의 사파이어 카보숑(스틸 모델에는 블루 스피넬 소재의 카보숑)을 세팅해 탱크의 DNA를 유지하면서도 절제된 변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탱크 프랑세즈는 국내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예물시계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고급 시계를 구매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선진국보다 한참 뒤늦게 형성되었음에도 몇몇 브랜드의 대표 컬렉션은 대중적인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았는데, 까르띠에의 산토스와 탱크가 이 경우에 해당했습니다. 특히 브레이슬릿 시계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로부터 탱크 프랑세즈는 꾸준한 인기를 얻었고, 비단 예물용 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 선물이나 성공적인 커리어를 자축하는 시계로도 소비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지속적인 인기의 배경에는 미디어의 영향도 한 몫 했을 터입니다. 탱크 프랑세즈 워치를 착용한 유명 스타들의 모습을 어디에서든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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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신제품, 탱크 프랑세즈 스틸 미디움 모델 Eric Sauvage © Cartier


그리고 올해 탱크 100주년을 맞아 탱크 프랑세즈 라인업에 모처럼 신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신제품의 종류는 스틸 케이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미디움과 스몰 두 종류 뿐이지만, 해당 라인업에 새로운 모델의 등장은 어찌됐든 반색할 만합니다. 


새로운 탱크 프랑세즈 미디움과 스몰 모델은 언뜻 봐서는 과거의 모델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전의 스테디셀링 모델들이 단종하면서 미디움과 스몰 사이즈가 새롭게 컴백하긴 했지만, 그 외형 자체가 매우 친숙하기 때문에 그냥 원래부터 존재한 모델의 베리에이션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미디움 사이즈의 경우 가로 25.05mm x 세로 30.4mm x 두께 6.7mm 크기의 스틸 케이스에 무브먼트는 쿼츠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폴리시드 가공과 새틴 브러시드 가공이 적절히 혼재돼 있으며, 러그 상단부에 일렬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과하지 않게 포인트를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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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신제품, 탱크 프랑세즈 스틸 미디움 모델 Eric Sauvage © Cartier


탱크 프랑세즈를 이토록 원형 그대로 다시 복귀시킨 것만 보더라도 탱크 프랑세즈의 강력한 디자인 파워와 특유의 존재감을 새삼 실감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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