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
바젤월드 2017에 참가한 브랜드 중 부스 변화가 가장 큰 브랜드가 시티즌입니다. 메인홀 2층에 올라가자마자 화려한 시티즌의 부스가 눈에 들어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더불어 그간 시티즌이 인수한 스위스 브랜드들과 함께 파빌리온이라는 통합 전시부스를 꾸려 사용면적만 본다면 상당히 규모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신제품을 보면 GPS 수신 기능으로 세이코와 날을 세웠던 그간과 달리 GPS 부분은 세이코로 중심이 많이 기울어지며 큰 비중은 없었고, 프로마스터 시리즈가 눈에 띕니다. 바젤월드 2016의 하이라이트였던 울트라 슬림 쿼츠인 에코 드라이브 원은 이제 베리에이션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에코드라이브 프로마스터 1000m
프로마스터 시리즈는 육,해,공을 배경으로 세 개의 모델이 등장했고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다의 에코드라이브 프로마스터 1000m입니다. 광충전이 가능한 에코 드라이브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1,000m 포화잠수에 대응하는 본격적인 다이버 워치입니다. ISO/JIS(일본 공업규격)의 다이버 워치 규격에 맞춰져 있습니다. (ISO 6425, JISB 7023) 케이스 측면에 헬륨가스를 배출하기 위한 밸브를 장비했고 다이버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베젤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베젤을 돌리는 방식처럼 베젤 아래에 베젤 락(Lock)을 돌리면 베젤이 고정되어 정확한 경과시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혹시 베젤 락이 풀렸을 때는 인디케이션과 오렌지색의 라인이 노출되어 주의를 환기시키게 됩니다. 또 보통의 야광보다 지속시간이 긴 야광을 사용해 프로페셔널 사용을 고려한 만들기를 보여줍니다.
케이스 지름은 52.5mm, 두께는 21.4mm로 1,000m의 수압(ISO 6425를 패스했으므로 실제로는 1,250m의 수압) 견딜 수 있는 육중한 덩치를 자랑합니다. 케이스는 독자적인 슈퍼 티타늄에 표면 보호처리를 했으며, 탑재한 무브먼트는 칼리버 J210으로 한 달 오차가 ±15초 수준입니다.
쇼파드
밀레 밀리아 클래식 XL 9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자동차, 레이스와 협업하는 시계 브랜드 중 가장 꾸준한 브랜드를 꼽는다면 단연 쇼파드입니다. 쇼파드의 공동 CEO인 프레드리히 슈펠레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죠. 바젤월드 2017에서 내놓은 밀레 밀리아 클래식 XL 9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은 밀레 밀리아의 긴 역사와 전통을 축하하는 모델로 빈티지 카를 연상시키는 남성적이면서 우아한 곡선의 케이스와 고풍스러운 다이얼 디테일이 매력적입니다. 크로노그래프, 타키미터를 갖추고 레이스용 크로노그래프로써 최적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이를 구현하는 무브먼트는 칼리버 L.U.C 03.07-L입니다. 수동 크로노그래프로 자동 무브먼트의 흔적이 언뜻 나타나기도 하지만 요즘 만들어낸 크로노그래프치고는 꽤 예쁜 편에 속합니다. 고전적인 느낌의 브릿지, 커플링 클러치 방식 그리고 니켈 실버(저먼 실버와 유사)와 로듐 도금을 사용했기 때문이겠죠. 이 아름다운 칼리버 L.U.C 03.07-L은 바젤월드 2014에서 쇼파드 LUC 1963 크로노그래프에 탑재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리미티드 에디션에 탑재되어 쉽게 손에 넣지는 못할 듯 합니다. 아름다움의 대가라고나 할까요.
모리스 라크로아
현재는 유통그룹인 DKSH에 인수되었습니다만 독립 브랜드 시절 모리스 라크로아는 당시로는 드물었던 레트로그레이드, ETA 베이스를 수정한 무브먼트로 꽤 주목 받는 존재였습니다. 좀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모리스 라크로아의 공방에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요. 작은 규모의 공방이었지만 아기자기하면서 알차다는 느낌으로 충만해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사실은 그 무렵 테크니컬 디텍터가 했던 말로 개발비를 너무 많이 사용해 당분간 새로운 모델을 내보낼 여력이 없다 였습니다. 이후 인 하우스화의 절정을 2, 3년 정도 보여준 다음 폰투스 같은 가격 접근성이 좋은 모델 위주로 선회했다가, DKSH에 매각된 이후로는 더욱 그러한 성향이 강해졌습니다.
아이콘 크로노 블루
바젤월드 2016에서 새로 선보인 모델은 아이콘(Aikon)입니다. 어디서 본듯한 익숙한 디자인으로 1980~1990년대에 브랜드 무관하게 어쩌면 유행처럼 번져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이죠. 베젤의 돌기나 러그 라인에서 그러한데, 특히 가죽 스트랩을 연결하면 그런 인상을 더욱 진해집니다. 그래서 이름이 아이콘인 것이겠죠. 바젤월드 2016에서 아이콘 데이트와 크로노그래프를 내놓았고 이번에 새로운 블루 다이얼 크로노그래프를 선보였습니다. 6, 9, 12시 카운터에 6시 방향 데이트 윈도우를 지녀 얼핏 보면 ETA의 칼리버 7750과 같은 배열이나, 6시 방향이 영구초침입니다. 즉 쿼츠 무브먼트라는 의미입니다.
사실 모리스 라크로아는 마스터피스로 대표되던 고급 모델의 판매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독립 브랜드 시절에는 마스터피스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끌고 올라가려고 했으나 사실상 실패했고, 캐시카우는 쿼츠 모델이었는데요. 특정 지역에서 상당히 쿼츠 모델들이 강세였고 지금도 아마 변함이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아이콘과 같은 모델을 내놓고 있는 것이며 누군가에게 브랜드가 매각되지 않는 이상 예전 같은 즐거움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쿼츠 시계의 합리성과 디자인에 큰 가치를 준다면 아이콘은 나쁘지 않은 시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