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설립한 쇼파드 플러리에 매뉴팩처. L.U.C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쇼파드 시계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 제네바와 플러리에. 두 지역에 위치한 매뉴팩처를 다녀왔다.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르는 두 매뉴팩처에서 워치메이커 쇼파드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에디터 장종균 문의 쇼파드 02-6905-3390
쇼파드 매뉴팩처는 현재 3곳으로 나뉜다. 플러리에 매뉴팩처와 그 옆에 위치한 플러리에 에보슈 SA, 그리고 제네바 매뉴팩처. 맡은 역할도 다르다. 먼저, 1974년 설립한 제네바 매뉴팩처는 본사가 함께 있는 곳으로 해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하이 주얼리 워치(각종 주얼리 포함)를 주로 제작하며, 극소수의 워치메이커만이 한다는 금 주조도 직접 한다. 공정채굴로 획득한 페어마인드 골드 역시 마찬가지. 주조한 금속은 케이스나 브레이슬릿 등 무브먼트 외의 부품에 쓰이며, 기본적으로 틀을 만드는 스템핑을 거친다. 그 다음, CNC 머신으로 절삭 과정을 진행하며 폴리싱을 통해 마무리한다. 지금은 제네바 매뉴팩처에서 이런 특정 역할을 맡아서 하지만 1996년 이전에는 시계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을 진행했다. 플러리에 매뉴팩처 설립 전의 일이다. 그 후부터는 쇼파드의 역사가 바뀐다.
공정채굴로 획득한 쇼파드 고유의 페어마인드 골드.
플러리에와 L.U.C의 시대
1990년대 초반, 현재 CEO 칼-프리드리히 슈펠레는 스위스 플러리에에 새로운 매뉴팩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수준 높은 워치메이커들이 모여 있는 ‘한적한’ 고장에서 창립자 루이-율리스 쇼파드의 유산을 되살리기 위한 결단이었다. 첫 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 L.U.C 1.96(2011년에 L.U.C 96.01-L로 변경) 개발도 이때 시작됐다. 당시로서는 드문 양방향 와인딩 마이크로 로터를 도입했으며 더블 배럴에 커브드 헤어스프링과 스완넥 레귤레이터까지 사용했다. 하이 주얼러로서 수준 높은 피니싱은 물론이다. 1996년 매뉴팩처 설립과 함께 첫선을 보였으며 COSC는 물론 제네바실까지 받았다. 이후 선보인 다채로운 무브먼트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무브먼트에서 두 인증을 모두 획득했으며, 그중에는 퀄리테 플러리에를 통해 세계 최초로 3개의 인증을 받은 모델도 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L.U.C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칼리버는 총 90여 개. 이 모든 무브먼트를 플러리에 매뉴팩처에서 제작한다. 기본 부품 제작부터 조립과 테스트까지 모두 한 건물에서 진행하며, 쇼파드 측에서 공개한 기본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저먼 실버(또는 황동)를 주재료로 절삭, 홀 생성 등의 과정을 거쳐 메인 플레이트와 각종 브리지의 틀을 만든다. 이때 CNC 머신이 사용된다. 기본 틀이 완성되면, 페를라주, 제네바 스트라이프, 플러리잔 인그레이빙과 같은 장식을 직접 새기며 모서리를 다듬는 앙글라주도 함께 진행한다. 그 다음, 초음파 세척과 함께 로듐이나 금으로 (전기) 도금하는 마무리 과정을 거친다. 완성된 부품을 조립하는 어셈블리 부서는 다른 층에 있으며, 이곳에서 헤어스프링도 직접 성형한다. 간격과 길이를 조절해 최상의 조건을 맞추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일정상 무브먼트 테스트 과정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대신 매뉴팩처 안에 자리한 ‘L.U.CEUM’이라는 작은 박물관을 들렀다. 이곳에서는 1860년 쇼파드 최초의 회중시계를 비롯한 역사적인 타임피스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유산을 거쳐 나오다 보면, 입구 쪽 창문 너머로 또 다른 쇼파드 건물 하나가 보인다.
플러리에 지역 고유의 플러리잔 인그레이빙. 브리지를 양각으로 세공해 각종 무늬를 만든다.
L.U.C 02.01-L 최종 조립 과정.
2008년 설립한 세 번째 매뉴팩처 ‘플러리에 에보슈 SA’다. 이곳에서는 약 300억원에 달하는 최첨단 자동화 기계를 통해 L.U.C 이외의 무브먼트를 ‘양산’한다. 밀레밀리아에 주로 탑재하는 쇼파드 01과 03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범용 무브먼트를 대체하기 위한 인하우스 칼리버 개발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덕분에 주요 모델에서 범용 무브먼트의 그늘이 점점 걷히고 있다.
L.U.C 주요 모델
L.U.C 풀 스트라이크
지난해 공개한 L.U.C 최신작이자 브랜드 최초의 미니트 리피터. 시계 역사상 최초로 다이얼 글라스에 연결된 크리스털 공을 사용했으며 미니트 리피터를 위한 별도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까지 설치했다. 충분히 와인딩된 상태에서 푸시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데, 그 소리가 남다르다. 금속 공으로 표현할 수 없는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Ref. 161947-5001 기능 시·분·초,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미니트 리피터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L.U.C 08.01-L, 28,800vph, 63스톤, 6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2.5mm, 페어마인드 로즈골드, 글라스백
L.U.C XPS 1860
지난 바젤월드에서 공개한 특별 에디션. L.U.C 최초의 모델을 재현한 제품이라 더 뜻 깊다. 과거의 원형을 계승하고자 한 요소가 곳곳에 보인다. 다이얼 중앙의 기요셰를 포함해 스몰세컨드와 날짜창 등. 현대적으로 조금 다듬었을 뿐, 거의 그대로다. 탑재한 무브먼트 역시 변함없다. L.U.C 96.01-L으로 당시 이름은 L.U.C 1.96이었다.
Ref. 161946-5001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L.U.C 96.01-L, 28,800vph, 29스톤, 65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로즈골드, 30m 방수, 글라스백
Qualité Fleurier
플러리에 지역의 워치메이커들이 제정한 인증으로 2004년 공식 출범했다. 기본적으로 COSC 인증을 받아야 하며 무브먼트 피니싱 규정은 물론 ‘크로노파이블’이라는 별도의 테스트도 있다. 일종의 부품 노화(에이징) 테스트로 크라운, 푸시 버튼 등 사용이 잦은 부품을 반복 작동하는 과정을 거쳐 항자성과 내충격성도 검증한다. 그 다음, 고유의 ‘플러리에 테스트’를 진행한다. 사람이 시계를 착용하고 생활한다는 가정하에 진행하는 시뮬레이션 테스트로 24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허용 일오차는 0~5초 이내여야 한다. 현재 이 모든 항목에서 검증을 받은 제품 중, 쇼파드의 L.U.C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나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