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FFANY CT60™ DUAL TIME LIMITED EDITION
파인워치메이킹을 향한 티파니의 열정
주얼리 하우스 티파니는 사실 유서 깊은 워치메이킹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스위스 티파니 워치 컴퍼니에서 탄생한 첫 번째 컬렉션 CT60은 새롭게 도약하는 티파니 시계의 미래다.
에디터 김도우 포토그래퍼 김도우 문의 티파니 02-599-1837
티파니 워치메이킹의 역사
티파니는 올해 워치메이킹 170주년을 맞이한다. 1837년 뉴욕에서 창립해 로워 브로드웨이에 그 유명한 티파니 스토어를 오픈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티파니는 초창기부터 고급 탁상시계와 회중시계까지 취급하며 시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스위스의 어지간한 시계 브랜드보다 역사가 길다. 다만 티파니는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워치메이커는 아니다. 부속을 공급받아 1847년부터 ‘티파니 앤 코’를 새긴 시계를 지속적으로 제작했으며, 파텍 필립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시계도 많이 선보였다. 1874년에는 스위스에 거대한 자사 공방을 설립하여 시계 제조에 더욱 박차를 가해, 지금까지 이름을 남긴 시계도 다양하게 출시했다. 2007년에는 티파니도 고급시계 시장을 목표로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스와치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ETA 무브먼트를 공급받기로 했으나, 2011년 돌연 협력관계가 취소되며 시계 사업부는 침체기에 돌입한다. 이후 역사적인 티파니 워치메이킹을 본격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2013년 ‘티파니 스위스 워치 컴퍼니’를 세워 기계식 시계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CT60 듀얼 타임은 드레스 워치 스타일이지만 캐주얼 차림에 착용해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
CT60 컬렉션
티파니 시계는 스위스에서 제조하지만 컬렉션의 정체성은 미국에 기반한다. 티파니는 1853년 뉴욕의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입구에 아틀라스 청동 시계를 설치했다. 아틀라스 시계는 아직 시계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당시에 시민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며 ‘뉴욕 미니트’라는 상징물이 되었다. 티파니의 CT60 컬렉션은 창립자이자 ‘뉴욕 미니트’를 만든 찰스 루이스 티파니에게 헌정하는 시계다. 이름을 소리 내어 읽으면 ‘시티식스티’, 바로 ‘뉴욕의 시간’을 의미한다. CT60 컬렉션은 타임 온리, 데이트, 듀얼 타임, 크로노그래프까지 네 개의 라인업으로 이루어졌다. 모두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시계로 잘 알려진 티파니 캘린더 워치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다. 따라서 CT60은 명사의 소장품과 뉴욕의 상징이라는 아틀라스 시계의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는, 그야말로 티파니를 대표하는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리뷰를 진행할 시계는 CT60 듀얼 타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60개 한정 생산한 모델이다.
케이스는 전체를 새틴 마감한 후 모서리 부분만 한번 더 깎고 미러 폴리싱했다. 러그 안쪽 모서리까지 디테일하게 마감한 흔적이 보인다.
럭셔리한 컬러 조합과 케이스 마감
시계의 첫인상은 로즈골드와 블랙 컬러의 조합으로 매우 고급스럽다. 블랙 다이얼은 리미티드 에디션만의 특징으로 각도에 따라 은은하게 빛나는 솔레이 가공을 적용해 골드 케이스와의 궁합이 뛰어나다. 케이스 소재는 로즈골드이며 크기는 40mm다. 특히 케이스 마감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티파니의 워치메이킹 경험과 주얼리 가공 노하우가 충분한 덕분이다. 시계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한 브랜드가 대형 케이스와 독특한 모양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티파니 시계는 크기와 디자인 모두 차분하고 고전적인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케이스 본체는 금속의 질감이 느껴지는 새틴 브러시 가공을 했고, 모든 모서리는 각진 면을 없앤 후 미러 폴리싱으로 마감했다. 덕분에 시계 어느 곳을 만져도 감촉이 좋다. 베젤은 모두 미러 폴리싱 했다. 거의 모든 시계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러그 안쪽 모서리도 한번 더 깎고 미러 폴리싱해 러그 디자인이 아주 날렵해 보인다. 훌륭한 폴리싱을 통해 케이스 그레이드를 더욱 끌어올린 덕분에 시계의 단정한 디자인에 고급스러움을 부여했다. 스크루 다운 방식의 크라운은 격자 요철무늬를 새겨 반짝이는 케이스와 대비되는 디자인 포인트다.
여섯 개의 핸즈를 가진 다이얼
컬러를 잘 정돈해 복잡해 보이지는 않지만 다이얼 위에는 무려 여섯 개의 핸즈가 존재한다. 시간과 듀얼 타임을 위한 네 개의 핸즈는 모두 중앙에 위치하며, 6시 방향 서브다이얼은 날짜, 9시 방향은 한정판에만 있는 낮밤 인디케이터다. 메인 정보는 골드 핸즈로 표현했고, 부가적인 정보는 실버 핸즈로 알 수 있다. 다이얼 테두리와 서브다이얼에는 원형 기요셰 패턴을 넣었다. 가루를 뿌린 듯한 독특한 질감의 골드 푸드레 인덱스는 화이트 퀼트 처리해 더욱 돋보인다. 다만 9시 방향의 인디케이터가 조금 튀는 느낌이다. 솔레이 패턴과 수평선으로 낮과 밤을 직관적으로 표현했지만 클래식한 다이얼과 어울리는 정적인 디자인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워와 미니트 핸즈에는 야광 도료를 채웠어도, 핸즈 자체의 면적이 작고 다이얼의 화이트 인덱스 마커와도 조화를 이뤄 드레시한 느낌을 해치지 않는다.
독특한 기능과 조작
CT60의 듀얼 타임 기능을 첫눈에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케이스 옆면 두 개의 푸시 버튼은 꼭 크로노그래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크라운 조작은 0단 태엽감기와 1단 시간조정으로 일반적인 시계와 같다. 푸시 버튼은 아워 핸즈의 점핑 기능을 담당한다. 위쪽 버튼을 누르면 아워 핸즈가 1시간씩 앞으로 이동하며, 아래쪽 버튼을 누르면 1시간씩 뒤로 움직인다. 이때 듀얼 타임 핸즈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시간을 맞출 때 아주 편리한 기능이다. 듀얼 타임은 크라운 1단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듀얼 타임 핸즈를 맞춘 후 푸시 버튼을 눌러 메인 아워 핸즈를 원하는 시간으로 조정하면 된다. 일반적인 조작법은 아니지만 한번 익히고 나면 오히려 듀얼 타임을 관리하기가 훨씬 쉬우며, 조작하는 재미도 있는 구조다. 날짜는 케이스 8시 방향에 위치한 푸시 버튼을 눌러 조작한다.
시·분·초, 날짜는 골드 핸즈, 듀얼 타임과 낮밤 인디케이터는 실버 핸즈로 표현했다. 상당히 많은 정보가 담긴 다이얼이지만 색을 잘 구분해서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은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닌 CT60 듀얼 타임 일반 모델로 화이트 솔레이 다이얼이다. 가격은 1900만원대. 낮밤 인디케이터를 생략해 오히려 다이얼 구성이 더 깔끔하고 균형 있다.
만족스러운 성능의 무브먼트
무브먼트는 셀리타 SW300을 베이스로 뒤부아 데프라가 수정했다. 푸시 버튼으로 기능을 조작하기 위해 새로운 모듈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플레이트는 페를라주 마감하고 로터는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방사 형태로 가공해 기본적인 데커레이션을 갖추었다. 다이얼과 케이스에 비해 화려함은 덜할지 몰라도, 무브먼트 제조 스페셜리스트인 뒤부아 데프라의 손질을 거친 만큼 동작 성능은 안정적이다. 실제로 시계를 받아 풀 와인딩 상태에서 오차 테스트기로 검사했을 때, 12시 방향이 하늘을 향하는 수직 포지션을 제외한 나머지 5개 포지션 오차가 채 1초도 되지 않는 정확성을 보였다. 최종 조정이 아주 훌륭하다는 뜻이다. 수직 포지션에서는 회전각이 약 20도 감소하며 5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했지만 일상에서 착용할 때 나오기 힘든 자세인 만큼 크게 문제될 사항은 아니다. 손목에 직접 착용하고 지낼 때에도 오차를 체감하기는 힘들었으며 시계를 풀어둔 상태에서 12시간이 지난 후에도 오차는 약 1초 정도 증가한 수준이었다. 푸시 버튼을 누르는 느낌도 이질감 없이 경쾌했고, 연속적인 조작에도 아워 핸즈는 정확하게 움직였다.
일반적인 버클과 달리 스트랩을 한번 더 안으로 넣는 독특한 방식의 핀 버클.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의 정문을 연상시키는 사각 형태 디자인이다.
티파니에서 독점 사용하는 무브먼트로 뒤부아 데프라가 제작한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cal.316을 사용했다. 베이스 무브먼트는 셀리타 SW300이다.
워치메이커 티파니
티파니의 브랜드 파워는 이미 막강하다. 따라서 티파니 시계에 좋은 디자인과 품질이 있다면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다. CT60 컬렉션은 태어난 지 겨우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계지만 역사적인 아카이브에 기인한 클래식 디자인을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체험해본 바로는 품질 역시 만족스러웠다. 체험한 듀얼 타임 모델은 로즈골드 소재의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가격적인 부담이 있지만, 스테인리스스틸 일반 버전은 깔끔하고 감각적인 드레스 워치를 찾는 20~30대의 젊은 남성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레귤러 모델은 심지어 디자인도 한결 간결하다. CT60 듀얼 타임은 티파니 워치가 생소한 에디터에게도 디자인과 기능 모두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티파니가 CT60에서 보여준 잠재력은 그동안 티파니의, 티파니다운 남성용 기계식 시계에 대한 아쉬움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TIFFANY CT60™DUAL TIME LIMITED EDITION
Ref. 37601764
기능 시·분·초, 날짜, 듀얼 타임, 낮밤
인디케이터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TCO.8916, 28,800vph, 25스톤, 42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0mm,
로즈골드,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230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