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는 소형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보유한 다양한 시계 브랜드를 통해 전 세계에 디지털 손목 시계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아날로그 스타일로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기계식 시계와는 다른 카시오 시계의 미래를 확인하기 위해 하무라 R&D 기술센터와 야마가타의 생산 거점을 방문했다.
에디터 김도우 문의 지코스모 02-3143-3011
카시오 시계의 역사
카시오 시계의 역사는 전자기기의 발전과 일치한다. 카시오 그룹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분야를 꾸준히 개척했다. 세계 최초의 전자계산기, 전자피아노 등 사람의 지적 창조력을 돕는 가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1969년 쿼츠 무브먼트의 등장과 함께 카시오도 1974년 최초의 디지털 손목시계를 선보이며 디지털 워치의 역사를 시작한다. 1983년에는 고장 나기 쉽다는 손목시계에 대한 상식을 깬 대표 브랜드 지샥을 론칭하고 다양한 기능의 시계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지샥과 카시오시계는 절정의 인기를 얻었다. 2000년대 정체기에 들어섰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의 개발, 그리고 패션시계로서의 디자인이 아니라 지샥의 ‘터프니스’라는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며 다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치로 확인한 카시오 시계의 인기는 놀랍다. 2014년 시계 사업부 최고 매출을 기록했으며 그로부터 2년간 출하한 지샥의 숫자는 약 1530만 개다. 카시오에는 지샥 외에도 베이비지, 프로트렉, 에디피스, 오셔너스, 씬 등 인기 브랜드가 여럿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체 판매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쉽게 예상 가능하다. 현재 시계 사업부의 매출은 카시오 그룹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에디피스 EQB-600D-1A2DR
카시오가 전파수신, GPS 수신에 이어 정확한 시간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인터넷이다.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연결되며 인터넷 정보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한 지능형 아날로그 워치다.
카시오의 미래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와는 전혀 다른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카시오 시계의 전망은 더욱 흥미로웠다. 시계 사업부를 담당하는 하무라 R&D 기술센터 마스다 전무의 이야기다. “우리는 앞으로 아날로그 시계 분야를 크게 개선하려고 합니다. 2004년을 기점으로 우리는 고성능 아날로그 워치에 집중하는것으로 사업 전략을 바꿨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디지털 워치의 진화를 촉진했고, 디지털 워치와 인터넷이 결합해 스마트 워치가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관점으로 손목시계에 접근해 아날로그와 인터넷이 만나 탄생하는 고기능 시계, ‘Intelligent Analog Watch’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카시오 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아날로그 무브먼트의 심장부에 디지털 컴퓨터 칩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내부에 탑재한 초소형 모터를 자유롭게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하고, 기계식 시계로는 구현 불가능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만약 여기에 인터넷이 합쳐진다면 손목시계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계에 대한 카시오의 도전은 매우 성공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시계 사업부의 성장률은 놀라울 정도다. 디지털 시계를 대표하는 지샥도 아날로그 시계 라인업을 확대해 다양한 표현력을 얻었고, 결과적으로 현재 연간 850만 개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카시오 시계 연간 전체 생산 숫자는 무려 4400만개다.
카시오가 목표하는 지능형 아날로그 워치를 완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항목은 시계와 인터넷의 연결이다. 지금은 그 중계 역할을 스마트폰이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멈추지 않고 자동으로 정확한 시간을 설정하며 다양한 기능의 복잡한 조작까지, 모든 것을 스마트폰과의 연결로 해결했다. 극단적으로 시계를 직접 조작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의 앱으로 모든 설정이 가능하다. 물론 카시오의 마지막 목표는 중계 도구 없이 시계 자체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것이다. 손목시계에 직접 인터넷을 연결하는 순간이 시계 역사에 쿼츠 무브먼트 개발 이후로 또 한번의 혁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카시오는 믿고 있다. 시계 그 자체로 사물인터넷이 되는 것이다.
프리미엄 생산 라인 야마가타 재팬
카시오의 프리미엄 제품과 핵심 부속은 일본 야마가타에 위치한 매뉴팩처에서 생산한다. ‘Premium Production Line(PPL)’이라 불리는 야마가타 재팬 공장은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과 카시오 시계의 무브먼트 생산, 해외 주요 생산지에 핵심 부품을 제공하는 마더 팩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다른 브랜드의 부품 설계와 생산도 진행한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고도화된 베이스 무브먼트 자동 생산 시스템과 최신 CNC 설비를 이용한 부품 가공이었다. 글라스와 일부 부속은 외부에서 수입하지만 대부분의 부속을 원재료부터 성형, 가공, 조립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생산 라인은 기계식 시계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적 마감과는 다른 순수하게 기능만을 위한 방식으로, 아주 뛰어난 수준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첫 번째 공정은 무브먼트 조립이다. 사각형 형태의 레일 위의 베이스 무브먼트는 공정을 한 바퀴 돌면서 자동으로 부속이 채워진다. 독자적인 부품 정렬 시스템을 통해 1mm 단위의 초소형 부속도 로봇 암이 자동으로 캐치해 조립하며 매 공정 사이에는 센서와 현미경 화면을 통해 조립 상태를 확인한다. 이런 자동화 공정만큼 놀라운 것은 자체 생산한 부속의 품질이다. 쿼츠 무브먼트지만 핸즈가 달린 아날로그 디자인이기 때문에 기계식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수의 기어열을 사용하는데 최신형 CNC 머신을 이용해 공장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사이즈의 부품을 대량 생산하고 자동으로 조립함으로써 무브먼트 생산 공정의 효율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조립 정밀도와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무브먼트 자동화 생산 라인.
나선형의 정렬 장치를 통해 부속을 로봇 암이 집을 수 있는 정확한 자세와 위치로 이동시킨다.
쿼츠 무브먼트라도 기어열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일링 작업이 필요하며, 조립 단계에서 자동으로 실시한다.
센서 계측에서 오차 범위를 벗어난 무브먼트는 레일에서 탈락한다. 이후 조정은 사람의 몫이다.
카시오 시계 특성상 생산하는 부속은 금속보다 수지류인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더 정밀한 가공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카시오가 자랑하는 부속 중 하나로 초소형 코일 모터가 있다. 자체 생산한 사람 머리카락 1/4 두께의 코일을 3천 번 감은 후 생산 라인에 설치한 자화 시스템을 거치면 모터가 완성된다. 현재 최신형 모델에는 보통 5개의 코일 모터를 탑재하는데 이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한다. 또한 몇 년 사이 부피를 26% 이상 감소시켜 시계의 크기를 원상태로 유지하면서 더 많은 기능을 넣고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다. 쿼츠 무브먼트에 필수적인 전지도 부피는 크게 감소했지만 효율은 더 늘어나 내부 공간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부품의 소형화로 확보한 공간에 GPS나 전파 수신 모듈, 트리플 센서 등을 탑재하여 다기능의 지능형 아날로그 워치를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100% 자동 생산은 아니다. 특히 베이스 무브먼트가 완성된 후 최종 검수는 사람의 손을 거친다.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무브먼트를 현미경을 통해 확인하며 미세한 조정을 거치는 작업을 완료하면 이제 케이싱, 조립 단계로 이동한다.
정밀 로봇과 센서 계측으로 무브먼트를 조립해도 아주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모든 생산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람이 직접 조정을 실시한다.
완성한 베이스 무브먼트에 5개의 초소형 코일모터가 보인다. 왼쪽 네모난 공간에 GPS 수신기를 탑재한다.
케이싱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카시오의 조립 기술 장인에게 수여하는 메달리스트 제도에 대해 잠깐 설명이 필요하다. 입사 후 1년이 지나 첫 번째 시험에 합격하면 골드, 이후 3년 후 테스트에 합격하면 플래티넘 메달리스트로 인정받고, 다시 3년의 숙련 기간이 지나면 마지막 시험을 거쳐 마이스터 자격을 얻게 된다. 기계식 워치메이커와는 지향하는 바가 약간 다르기 때문에 실기 테스트는 양산에 초점을 두고 정밀한 작업을 얼마나 빠르고 섬세하게 하는지 확인한다. 현재 10명의 골드, 4명의 플래티넘 메달리스트가 있으며 최소 7년이 걸려 승단하는 마이스터 자격을 가진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점은 메달리스트는 모두 여자로, 남자 직원도 시험에 응시하지만 통과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립 라인은 하루에 약 500~800개의 프리미엄 제품을 완성한다. 케이싱 라인 테이블은 상징적으로 지샥의 첫 글자 ‘G’ 모양으로 디자인한 것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조립 순서는 기계식 시계와 다르지 않다. 베이스 무브먼트를 받아 시계 전면부인 데이트 디스크, 터프솔라 충전 패널, 다이얼을 조립한 후 핸즈를 장착한다. 변형이나 손상 위험이 큰 핸즈 조립은 특별히 제작한 전용 기계 장치를 이용한다.
기계를 사용해 핸즈를 조립 중인 모습. 장착뿐만 아니라 미세한 각도 조정까지 컨트롤 가능하다. 모니터에 표시되는 측정 라인에 맞춰 핸즈와 인덱스의 정렬 상태를 확인한다.
케이싱을 완료한 오셔너스 모델. 메달리스트로 구성된 조립 라인에서는 한 가지 제품이 아니라 시기별로 다양한 모델을 생산한다.
다이얼을 대형 모니터로 보면서 기준선에 맞춰 조작하기 때문에 정렬 정밀도가 사람의 감각을 뛰어넘는다. 이후 측면에서 확인하는 핸즈의 수평 정렬에서 수정이 필요한 경우, 워낙 좁은 핸즈와 다이얼 틈 사이로 진행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도구를 이용해 사람의 손으로 맞춘다. 이제 테스트기를 통해 무브먼트 작동 상태를 체크하고 마지막으로 케이스와 크라운을 조립하면 케이싱 작업이 완료된다. 이 건물에서는 스트랩 결합과 상품 보호를 위한 래핑 작업까지만 진행하고 박스 패키징은 다른 건물에서 작업한다. 패키징 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먼지와 쓰레기로 인해 생산 공정에 이물질이 들어올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궁극의 터프, 시계품질 보장부서의 제품 테스트
카시오는 다른 브랜드에서 만나기 어려운 고성능 제품을 출시한다. 따라서 품질 보장을 위한 테스트 역시 일반적인 규격을 벗어난 다양한 시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시험항목은 19종류에 175개의 세부 항목이 있다. 콘셉트에 따라 하나의 제품에 보통 100개 정도의 테스트를 진행하며, 합격하면 공장에서 신규 상품으로 양산을 시작한다. 간단한 테스트부터 심도 있는 시험까지 다양한 레벨이 있지만 175개라는 항목은 카시오 시계의 품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중 궁극의 터프니스를 지향하는 지샥 시계에 시행하는 테스트를 몇 가지 소개한다. 하무라 R&D 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에 가까운 시험이다.
1 방수 및 수중 버튼 조작
지샥의 모든 제품은 실제 물속에서 방수 성능 테스트를 거친다. 추가로 ISO 규격으로 설계한 전문 다이버워치 프로그맨은 수중 버튼 조작 테스트까지 진행한다. 얕은 수심에서 4개의 버튼을 연속적으로 눌러 규정된 시간 동안 방수를 확인해 통과하면 수심 200m 압력 체임버에서 동일한 테스트를 다시 한 번 실시한다.
2 해머 충격
5kg의 해머를 180도 위까지 올린 후 낙하시켜 시계를 때리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내충격 테스트다. 독특한 설계 구조와 충격흡수 소재를 사용한 지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계는 통과할 수 없는 가혹한 시험이다. 다양한 각도로 해머에 맞을 수 있도록 자세를 바꿔가며 50번 이상 반복해서 실시한다.
3 정전기 방사
기계식 시계에 발생하는 자성처럼 전자 부속이 많은 디지털 워치에는 정전기가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오작동은 물론 심각한 경우에는 시계가 멈출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샥에는 기본적인 항자력 처리가 되어 있다. 프로페셔널 모델은 1600V로 발생하는 정전기를 직접 맞아도 문제가 없다.
4 원심력
평범한 시계는 비행이나 스카이다이빙 등 일부 환경에서 고속회전 중에 발생하는 원심력으로 핸즈가 밀리거나 변형된다. 고속회전 테스트에서는 시계 정면에 캠코더를 장착해 회전 중간과정과 종료 후를 모두 확인한다. 방위나 고도 등의 중요 정보를 표시하는 핸즈가 극한 순간에도 정확한 지침이 될 수 있도록
회전 중에도 변형이 없어야 통과 가능하다.
5 가속낙하
충격 테스트의 백미다. 특정 높이에서의 자유낙하 테스트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진행한다. 하지만 지샥의 테스트 수준은 훨씬 높다. 극단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는 경우를 상정해 스프링 장치로 시계를 가속시켜 콘크리트 바닥으로 발사한다. 해머 충격 시험과 마찬가지로 부딪히는 방향을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실시한다. 가벼운 무게와 케이스 본체를 프로텍터가 감싸고 있는 구조 덕분에 글라스 방향으로 떨어져도 파손되지 않는다.
6 진동
초당 10~20회의 저속 진동에서 시작해 사물이 멈춰 보이는 수천 번의 고진동까지 진동수를 올려 확인한다. 강렬한 진동에도 핸즈가 이탈하지 않아 신기했는데, 무브먼트에 진동이 전달되지 않도록 케이스와 무브먼트 사이에서 진동을 흡수해주는 소재가 그 비밀이다. 알파겔이라는 이 흡수 소재는 카시오가 일본 기업과 공동 개발한 신소재다. 실제 성능 시험을 위해 바닥에 깔린 알파겔에 에디터가 날달걀을 떨어트려봤으나 접촉 순간 튕겨 나오거나 깨지지 않고 마치 합성 화면처럼 그대로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