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메가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씨마스터 다이버 300M
168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메가(Omega)는 지금껏 실용적이고 정밀한 시계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고급 시계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초창기부터 대규모 매뉴팩처 체제를 구축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시계를 생산해온 저력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오메가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시계브랜드 중 하나로 만들어준 씨마스터(Seamaster) 컬렉션에 관한 스토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 1932년 시판된 첫 다이버 시계, 마린
씨마스터를 언급하기 전, 1932년 발표된 마린(Marine)이란 시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 손목시계 역사상 처음으로 전문 다이버를 위해 제작된 시계였는데요.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내부 케이스를 보호하고 물의 침투를 막기 위해 외부에 별도의 케이스가 추가된 독창적인 형태의 시계였으며,
초기 해양 탐험가이자 생물학자였던 윌리엄 비브(William Beebe) 박사가 실제 수중 탐사시 착용해 더욱 유명세를 얻기도 했습니다.
- 1948년 출시된 첫 씨마스터 시계 (센터 세컨드와 서브 세컨드 두 버전으로 출시)
이후 1948년 오메가는 원형 케이스에 방수 설계를 강화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첫 씨마스터 시계를 발표합니다.
당시의 씨마스터 시계는 현대의 다이버 시계들과는 일단 외형적으로 많이 달랐습니다.
디자인은 훨씬 단순했고 보통의 드레스 워치들과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별반 차이가 없었지요.
하지만 오메가는 밀폐력이 강화된 자체 개발 케이스를 사용했고 별도의 러버 링을 추가해 방수에 적합한 실용적인 시계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부터 ‘바다의 지배자’란 뜻의 씨마스터를 덧붙여 자부심을 드러냈지요.
또한 케이스백에 씨호스(Sea Horse, 해마) 엠블럼이 오메가 로고와 함께 추가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이후 방수 혹은 다이버 시계를 뜻하는 오메가 고유의 인장처럼 자리잡게 됩니다.
더불어 수동이 아닌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일부 모델에는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획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씨마스터 시계는 런칭 초기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미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1950년대 후반 군복무 당시 씨마스터 시계를 착용한 사실도 확인 되었습니다.
- 1957년 발표된 씨마스터 300
씨마스터는 1957년 출시된 씨마스터 300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다이버 시계의 외관을 갖추게 됩니다.
매트한 블랙 다이얼에 트리튬계 야광 도료를 발라 어둠 속에서나 깊은 수심에서도 가독성을 보장했고, 잠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회전 베젤을 도입했으며,
같은해 출시된 스피드마스터, 레일마스터와도 공유하고 있는 디테일인 화살촉을 연상시키는 브로드 애로우 핸즈를 사용한 점도 컬렉션에 개성을 부여했습니다.
무브먼트는 인하우스 개발 자동 칼리버를 탑재했으며, 3연의 스틸 브레이슬릿까지 매칭해 더욱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1968년 코멕스(COMEX) 다이버들은 그 당시 방수 테스트로는 가장 깊은 수심인 385m로 설정된 가상의 잠수 상황에서
씨마스터 300(Seamaster 300 시계를 착용했으며, 모두 정상 작동해 씨마스터 라인의 명성에 조금이나 기여를 하게 됩니다.
한편 1966년에는 아마추어 다이버들 내지 일상에서 방수 사양이 높은 시계를 선호하는 활동적인 남성들을 겨냥한 씨마스터 120 모델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씨마스터 120은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판매 실적은 매우 좋은 편이었고, 훗날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라인업의 등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1970년 출시된 씨마스터 600 프로페셔널 다이버 시계 지면 광고 이미지
그리고 1970년 오메가는 최초로 프로페셔널 다이버 라인인 씨마스터 600 프로페셔널을 런칭하기에 이릅니다.
물이 침투할 틈이 없어 보이는 큼지막한 모노블록 케이스를 사용한 시계는 특유의 견고한 구조와 높은 수압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저항력으로
프랑스어로 '전문 다이버'를 뜻하는 용어의 앞 글자를 따서 '플로프로프(PloProf)'라고도 불리게 되었습니다.
태생부터 전문 다이버를 위해 제작된 씨마스터 플로프로프는 당시
현대식 수중탐사장치를 개발한 해양탐험가이자 다이버들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크 쿠스토(Jacques Cousteau)가 실제 즐겨 착용한 시계로도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 1971년 출시된 다른 케이스 버전의 씨마스터 600 프로페셔널 시계 (일부에선 후드형 케이스라고도 부름)
한편 오메가는 이 시계를 가지고 미국의 IUC(International Underwater Contractors)와 함께 특별한 잠수 테스트를 시행했는데,
비버 마크 4(Beaver Mark IV)라는 잠수함의 로봇팔에 시계를 감고 수심 1,000 미터 깊이의 심해에서 촬영을 통해 시계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 1972년 출시된 첫 자동 크로노그래프 버전의 씨마스터 시계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씨마스터 라인에는 골드와 쿼츠 모델을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시계들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 1981년 시판된 120m 방수 사양의 씨마스터 쿼츠 시리즈 (흡사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브레이슬릿이 흥미롭습니다)
또한 이 시계는 2년 후인 1983년 10월 프리 다이버이자 영화 '그랑 블루'의 실제 모델인 자크 마욜(Jacques Mayol)에 의해 착용되며
이태리 엘바섬 해안에서 수심 105m 프리 다이빙 성공 신기록 수립에 함께 합니다. 1980년대 가장 성공한 씨마스터 모델 중 하나로 손꼽히지요.
그리고 1990년대 초에는 씨마스터 120 라인업이 다시 등장합니다. 그런데 1960년대 초창기 모델과 달리 회전 베젤을 생략하고,
여성용 모델은 26mm, 남성용 모델은 36mm 정도로 클래식한 사이즈를 유지해 오히려 1948년의 초창기 씨마스터 디자인을 계승하는 느낌의 시계였습니다.
아담하고 단정한 외관과 달리 실용적인 120m 방수 사양과 충분히 검증된 ETA 베이스의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가격대도 저렴한 편이어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씨마스터 120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 단종 후에 2003년경 새롭게 런칭된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시리즈로 그 디자인 정체성을 이어갑니다.
- 1993년 출시된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크로노 다이버 (스크류 다운 크라운과 푸셔를 사용하고 수심 300m까지 방수가 가능한 첫 자동 크로노그래프 모델의 등장)
그러나 역대 씨마스터 컬렉션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을 꼽자면 1993년에 처음 런칭한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Seamaster Professional Diver)를 들 수 있습니다.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는 또한 2년 후인 1995년 영국의 가상 첩보원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007 골든아이’에서
5대 제임스 본드인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지요.
역대 007 시리즈 중 17탄에 해당하는 이 작품에서 브로스넌이 착용한 시계는 쿼츠 구동 방식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모델(Ref. 2541.80)이었습니다.
이후 1997년 작 ‘네버다이’와 1999년 작 ‘언리미티드’, 007 시리즈 탄생 40주년을 맞은 2002년 ‘어나더 데이’에 이르기까지
총 4편의 007 영화에서 그는 오메가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 시계를 착용했는데요.
- 1990년대 말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오토매틱 다이버 지면 광고 이미지
특히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 인증(COSC)을 받은 자동 무브먼트(Cal. 1120)를 탑재한 블루 다이얼과 베젤 버전(Ref. 2531.80)은
‘제임스 본드 씨마스터’ 혹은 '제임스 본드 시계'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시계애호가들 및 007 팬들로부터 듬뿍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숀 코네리, 로저무어, 티모시 달튼 등 이전 제임스 본드들은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를 착용했지만, 피어스 브로스넌 대부터 오메가로 세대 교체가 이뤄진 셈입니다.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는 41mm(남녀 공용은 36.25mm) 직경의 케이스에 전 모델 헬륨 방출 밸브 설계를 더했으며, 수심 300m까지 방수를 보장했습니다.
또한 짙은 푸른색(혹은 검정색) 다이얼 바탕에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물결 패턴을 넣고, 수퍼 루미노바 도료를 덧바른 도트 인덱스와 스켈레톤 타입 핸즈의 사용했으며,
다이빙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눈금이 새겨진 단방향 회전 베젤, 1980년대 히트한 쿼츠 다이버에서 영감을 얻은 5연의 유연한 스틸 브레이슬릿 등이 특징적이었습니다.
기존의 투박한 다이버 시계들과 달리 신세대 감각에 맞는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007로 구축된 역동적인 아우라가 더해져 젊은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 최근 영국의 한 게이 매거진 커버에 등장한 윌리엄 왕세손 (그가 착용한 시계는 오메가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
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 외에도 영국의 윌리엄 왕자 역시 어머니인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생전 선물한
오메가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시계를 십 수 년 넘게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군 입대 후 활동 및 각종 자선 사업, 결혼과 아내의 출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념적인 날에 찍힌 사진들 속에서도
오메가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다이버 시계를 착용한 윌리엄 왕자의 모습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 왕실 최초로 게이 매거진인 '애티튜드'의 커버 및 인터뷰에 등장해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발언을 남겨 주목을 받았습니다.
- 2005년 출시된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오메가는 2005년 600m 방수 사양과 영국의 워치메이커 故 조지 다니엘스가 고안한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한
자동 무브먼트(Cal. 2500)를 탑재한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이라는 또 새로운 다이버 라인업을 추가합니다(단, 디자인은 1957년 출시된 씨마스터 300에서 영향을 받음).
사이즈 면에서도 42mm와 45.5mm로 기존 다이버 시계들보다 크고 남성적인 디자인을 과시했으며,
이듬해 6대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007 영화 ‘카지노 로얄’에서 케이스 사이즈 45.5mm에 러버 밴드 모델이 첫선을 보여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같은해 2006년 자동 크로노그래프 버전인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크로노그래프 시리즈도 이어졌지요.
이후 2008년도 작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42mm 블랙 다이얼의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모델을 착용하고 등장했으며,
2012년 개봉한 ‘스카이폴’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인하우스 자동 8500 칼리버를 탑재하고 시스루 케이스백을 통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신형 플래닛 오션 모델과 선명한 블루 다이얼이 인상적인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시계를 번갈아 착용해 시계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 2012년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시계를 착용한 제임스 본드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 2015년 말 개봉한 24번째 007 영화 '스펙터'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착용한 씨마스터 300 스펙터 리미티드 에디션
오메가는 현 씨마스터 컬렉션을 플래닛 오션 600M, 씨마스터 300, 다이버 300M, 아쿠아 테라 150M, 플로프로프 1200M로 크게 분류해 라인업을 체계화하고,
최근에는 2015년부터 METAS와 공표한 마스터 크로노미터(Master Chronometer) 인증을 받은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의 비중을 차츰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외장 소재면에서도 기존 스틸과 티타늄, 골드 외에 하이테크 세라믹과 리퀴드메탈, 세라골드와 같은 특허 소재를 사용하는 등 타사와는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 2016년 신제품인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43.5mm 모델
- 2016년 신제품인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GMT 43.5mm 모델
- 2016년 신제품인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크로노그래프 45.5mm 모델
지금까지 포스팅을 통해 대략적으로 보신 바와 같이, 지난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오메가는 씨마스터라는 이름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계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그렇기에 씨마스터의 역사와 가치를 한정된 포스팅 안에 제대로 다루기란 애초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씨마스터는 오메가의 손목시계 제조 역사에서 스피드마스터(문워치)와 함께 양대 기둥이 되는 컬렉션이자
다이버 시계 계보 안에서도 흥미진진한 배경 스토리를 자랑하는 다이버 시계의 영원한 클래식입니다.
이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제31회 리우 올림픽 개막을 한달여 남겨두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해온 오메가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타임키퍼로서 전세계 선수들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기록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대표작인 씨마스터 역시 몇몇 선수들의 손목에서 반짝반짝 빛나며 그들에게 정확한 시간은 물론 행운까지 안겨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 가장 최신모델인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GMT 45.5mm "딥 블랙"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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