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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름입니다...

여름...

다이버의 계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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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시계들 중에 유일한 다이버이자 툴와치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Blancpain Trilogy GMT 24에 대해 포스팅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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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이 녀석과의 특별한 만남에 대해 얘기해 드리지 않을 수 없겠군요.


3년 전...그때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여름휴가로 홍콩-마카오를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해외에 나가는 김에 블랑팡을 한 번 구입해 볼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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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염두에 두고 있던 녀석은 짜르...푸틴의 시계로 잘 알려져 있는 Leman Aqualung Bigdate 였습니다.


원츄해 마지 않는 FP1150에 100m 방수, 뽀너스로 빅데이트까지...당시 툴와치가 필요했던 저에게는 적절한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출국을 한달 여 남겨둔 어느 날, 그날도 열심히 구글에 '블랑팡' 을 쳐 대면서 정보 찾기에 여념이 없던 저에게 종로의 한 중고 샾 홈페이지에 떠 있는 블랑팡이 눈에 띠입니다.


바로 오늘 소개시켜 드릴 녀석... Blancpain Trilogy GMT 24...이었죠.


FP1150에 방수는 300m, 빅데이트 대신에 GMT 기능이 딸려 있는 이녀석은 결국 저의 가슴에 불을 질렀고...


실물을 본 그날 바로 저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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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이곳은 이제 저에게는 '던젼'의 느낌으로 다가오는군요...


그리고...중고 샾...흔히 말하는 '업자'에게 시계를 구입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짧은 저의 시계 구력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교훈을 얻게 되었죠.


사실 스스로 나 자신이 흔히 말하는 '호구'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가격도 해외 시세를 참고해서 크게 비싼 것은 아니었고, 심지어 현장에서 충분히 네고를 했다고 생각 하였지만, 보증서나 박스도 없이 시계 단품만 달랑 있는 물건을 닳고 닳은 업자에게서 구입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생각하면 바보짓이었습니다.


샾 자체에서 오버홀을 했다고 해서 가져온 시계는 핸즈 야광에 크랙이 가 있었으며 1분 이상의 오차가 있었고 무엇보다...무려 100시간의 PR을 가져야 할 녀석이 30시간 남짓밖에 돌아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당장 달려간 샾에서 업자와 몇마디 나눠 본 저는 곧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업자분은 자신이 판 시계에 어떤 무브먼트가 들어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고...오히려 제가 업자에게 FP1150과 100시간 PR에 대해 설명해야 했으니까요.


갈구고 갈궈서 멱살을 잡다시피 해서 업자와 함께 오보홀을 맡겼다는 기술자를 찾아 갔습니다. 같은 건물 2층에 있더군요.


거기서 저는 더 이상의 기대를 접었습니다.


책상 2개가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방...창문도 없는 감방같은 방에 2분의 기술자 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시계를 수리하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시계를 수리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업자들이 들락거리며 시계를 맡기고, 찾아가고, 독촉하고 하더군요.


책상에는 각종 시계 부품이 어지러이 쌓여있고,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스위스 장인의 풍모는 커녕, 솔직한 느낌을 표현한다면...


오크나 고블린한테 잡혀가서 동굴에 감금된 채 위협받아가며 조악한 무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피곤에 지친 불쌍한 인간 대장장이 포로 느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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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런 느낌?


100시간은 가야 할 파워 리접이 떨어진다. 태엽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자 오버홀 했다는 기술자 분이 한다는 소리가...


"앵? 나는 태엽통에는 손도 안댔는데?" 였습니다.


보통 정식 CS에서 태엽통은 소모품입니다. 그냥 새 태엽으로 교체를 하지요. 사설에 새 태엽통이 있을 리 없으니 당연 사설에서 오버홀 할 때는 태엽통을 점검하고 같이 오버홀 해야 하는 것이지만...이양반은 태엽통은 놔두고 오버홀을 끝냈다 하는 것입니다.


업자들이 싼값에 끊임없이 독촉을 해 대니 대충 오버홀 하고 시간조정과 PR 확인도 하지 않은 것이지요.


놀라운 것은 이 종로의 중고 샾은 사실 이쪽 샾 중에서는 파텍부터 해서 다양한 물건이 가장 많이 갖추어져 있던 샾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파텍이든 바쉐론이든 블랑팡이든 모두가 시계의 '시'자도 모르는 업자에 의해 실력은 둘째치고 '무책임한' 기술자에 의해 싼값에 그저 오버홀 흉내만 내고 판매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단  시계 상태는 정상이어야 하니 PR 수리가 불가능 하면 100% 환불이라는 각서를 받아 들고 나왔습니다.


이쯤 되니 핸즈의 야광 크랙같은 문제는 얘기하기도 싫더군요.


몇일 후 태엽에 구리스 칠을 하니 PR이 100시간 가까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시계를 찾아 왔지만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300m 방수 시계가 안에 들은 태엽에 녹이 슬리도 없을텐데 구리스칠 한다고 고쳐 지겠습니까? ^^


이녀석...뭔가 숨겨진 문제가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따지기 싫었습니다.


이 업자라는 분이 평소 겪어보지 못한 인간군상에 속해 있는지라 말을 섞으면 불쾌감만 높아질 뿐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나름 고급스러운 취미라고 할 수 있는 시계...그것도 하이엔드라는 블랑팡 씩이나 되는 시계를 사면서 말 그대로 종로 한복판에서 언성을 높이며 소란을 피워야만 하는 서글픈 우리나라 시계바닥에 대한 현실인식이 저의 입을 다물게 했습니다.


'그래...내가 깨끗이 닦아서 쓰면 되지...' 라는 호구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희안하게 PR도 돌아오고 해서 언젠가 문제가 생기면 정식으로 오버홀 해야지...하면서 쓴게 3년...


그동안 용케 문제없이 돌아가던 녀석이 어느날 오차가 크게 발생하고, 마침내 때가 왔구나...하고 오버홀을 맡겼습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헤어 스프링이 꼬였다는 진단이 나왔을때 까지만 해도 이상하다...내 짐작이 틀렸나? 하고 생각 했지만, 오버홀을 위해 스위스에 가서 날라온 견적서를 보면 제 생각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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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홀 비용 70만원...

하지만 정식 오버홀의 장점은 핸즈와 태엽통은 소모품으로 취급되어 따로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교체된다는 것이죠...^^

이걸로 핸즈의 야광 크랙과 찝찝한 태엽통 문제는 해결~


흠...역시 Barrel Bridge가 교체되었습니다.

FP 1150은 2개의 태엽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2개의 태엽통의 파워를 통합해서 전달하는 부분이 문제가 되서 PR이 저하된 것 같습니다.

뭔 수를 써놨는지 모르지만 3년동안 잘 작동된것이 신기합니다.


뭔 짓을 해놨는지 Oscillating Wt.까지 교체되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자동추만 교환된 게 아니라 와인딩 블록이 통째로 교환된 걸로 들었습니다.

여기서 가격이 타격이 크군요...ㅎㅎ


Train Wheel Bridge와 regulator까지 교체되었는데...이쯤되면 그냥 무브먼트를 통째로 교환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블랑팡도 제가 불쌍했는지 요건 무상으로 교체해 주었군요...ㅋㅋ


기계식 시계는 고급진 취미가 분명합니다.


엔트리가 100단위로 시작하는 취미가 고급지지 않을 리 없지요.


아울러 기계식 시계는 가격의 상당부분에 무형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사치재 입니다.


자기만족에 시계를 산다고는 하지만 기계식 시계를 구입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소는 '브랜드' 이며 시계 자체의 기능보다는 자기 자신의 품격을 높인다던가 남에게 돋보이려든가 하는 부분이 상당부분 차지한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유가 된다면 이런 고급지고 럭셔리한 취미는 정식 매장에서 대접받으며...품위와 품격을 지키며 소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흙수저인 저부터 해서...아마 많은 회원 분들이 중고의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지고는 싶지만 성골을 들이는 비용이 아깝기도 하고 없기도 하니까요...^^ 


특히 이른바 Big 5에 들지 못하는 하이엔드들...Blancpain이나 Girard Perregaux, JLC, Ulysse Nardin 등의 매력적인 중고가는 품위있는 소비는 개뿔 우리들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브랜드들은 비록 감가상각이 많이 되긴 하지만 본디 어마어마한 리테일가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에 어울리는 살벌한 오버홀, 수리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잘못 건드리면 뭣? 된다는 것이죠...


하이엔드 중고생활 꿀팁 갑니다...^^


1. 가급적 풀셋을 구입 하십시요.

박스부터 해서 보증서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는 물건은 여러분이 후회했을 때 되팔기도 쉽고 무엇보다 전주인이 애지중지 관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2. 가급적 기술자가 직접 운영하는 샾에서 구입하십시요.

인구에 회자되는 검증된 '장인' 들은 대개 중고 판매를 같이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계를 잘 알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물건은 아예 매입을 안할 것이고 가벼운 문제는 완벽하게 고쳐서 내놓을 것입니다. 적어도 시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장사꾼-업자를 상대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업자분이 운영하는 샾 중에서도 이러한 장인 분들과 연계해서 오버홀과 수리를 맡기는 업체가 있습니다.


3. 그래서 개인간 거래는 더 위험합니다.

우리들 각자는 시계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무지하니까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하자가 있는 시계를 팔 수도 있습니다.

개인간 거래는 최소 풀셋에 연식이 오래되지 않거나 최근에 CS나 믿을만한 업체에서 보증받은 물건을 구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사십시요. 단,  '문제가 있으면 내가 잘 닦아서 쓰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게 마음에 편하실 겁니다.

그래도 새것보다는 쌀테니까요...^^


지금도 저는 그 샾에 올라와 있는 파텍 퍼페츄얼 캘린더와 바쉐론 월드타이머, 블랑팡 퍼페츄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쇠똥에 꽂혀있는 꽃은 여전히 아름답겠지만 구린내는 피할 수 없습니다...


다음에는 구린내에도 불구하고 닦아 쓸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저의 '수렁에서 건진 Blancpain Trilogy GMT 24' 의 매력에 대해 포스팅...


할 수 있을까요?


늙어가니 어깨가 아파서 오래 앉아있기 힘드네요...쿨럭~ 그럼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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