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계왕’으로 불렸던 핫토리 긴타로(Kintaro Hattori)가 1881년 도쿄 중심가에
핫토리 시계점(服部時計店)을 열면서 시작된 세이코(Seiko)의 역사는 정확성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892년 3월 '정확한 집'을 뜻하는 세이코샤(세이코샤(Seikosha, 精工舎, 정공사)라는 시계 공장을 건립해 벽시계와 탁상시계를 제조할 때부터,
1895년 일본 최초의 회중시계, 타임 키퍼(Time Keeper)'를, 1913년 일본 및 아시아 최초의 손목시계 로렐(Laurel)을 선보였을 때도 세이코 가진 강점은 분명했습니다.
당시 항구도시 요코하마를 통해 스위스 및 기타 유럽 등지서 수입된 시계는 가격대부터 일반 서민들에겐 부담스러운 수준이었고,
갑작스레 고장이 났을 때도 부품 수급이 어려워 수리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이코의 창립자 핫토리 긴타로는 보다 많은 이들이 시계를 즐길 수 있길 바랬고,
언제든 쉽게 고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의 튼튼하면서도 정확한 시계를 만들고자 목표했습니다.
이러한 세이코의 기조는 13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브랜드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 1924년 출시한 다이얼에 처음으로 '세이코'를 표기한 손목시계.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도쿄 본사와 주 공장이 완전히 파괴되었음에도
핫토리 긴타로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도쿄 신문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사죄광고를 게재해 많은 지지를 얻었으며,
이듬해 사명을 영문화한 세이코의 이름을 새긴 첫 손목시계를 시판함으로써 더욱 가열차게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20세기 초중반 정확한 기계식 시계를 통칭할 때면 크로노미터(Chronometer)라는 용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이러한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스위스와 영국의 주요 천문대에서 시작한 크로노미터 경진대회는 시계명가라면 으레 연례행사처럼 참여할 만큼 그 명성에 걸맞게 경쟁 또한 몹시 치열했습니다.
제니스, 지라드 페리고, 오메가, 론진 등 기라성 같은 스위스 브랜드들이 즐비한 가운데 세이코는 당시 크로노미터 경진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동양 브랜드였습니다.
물론 처음 출전했을 때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이코는 회사의 사활을 걸만큼 이 경진대회에 매년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계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스위스에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면 이는 곧 국제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세이코는 일찍이 1929년 자사의 크로노미터급 회중시계로 일본 철도청이 인정한 유일한 시계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고,
1941년부터는 제조가 까다로운 크로노그래프 회중시계에 도전, 하루 오차 5초 이내의 레일로드급 크로노미터를 완성해 각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국 내의 성공만으로는 결코 안주할 수도 만족할 수도 없었지요. 세이코의 야심은 20세기 초반 이미 세계 무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 1960년대 초반 다이니 세이코샤(현 세이코 인스트루먼트 주식회사의 전신)가 뇌샤텔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쿠르서 받은 인증서.
참고로 해당 자료 사진은 지난해 세이코 매뉴팩처 투어 도중 모리오카 세이코 인스트루먼트 로비에서 직접 촬영함.
*** 관련 세이코 매뉴팩처 방문기 바로 가기 --> https://www.timeforum.co.kr/13634510
그렇게 1960년대 초반부터 스위스 뇌샤텔 크로노미터 경진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이래 세이코는 나날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합니다.
다시 세이코의 손목시계 제조 역사로 돌아가면, 1956년 발표한 수동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세이코 마블(Seiko Marvel)의 성공에 이어,
1959년 자이로 마블(Gyro Marvel)과 함께 오토매틱 무브먼트에서 효율적인 양방향 와인딩을 가능케 하는 혁신적인 부품 매직 레버(Magic Lever)를 발명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60년 고급 기계식 시계 라인인 그랜드 세이코(Grand Seiko)를 런칭하게 됩니다.
그랜드 세이코는 세이코가 처음으로 유럽 및 나아가 세계 무대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본격 고급 손목시계 컬렉션이라는데 그 등장의 의의가 있습니다.
- 1960년 발표한 최초의 그랜드 세이코 모델 (3180)
물론 그 외형적 모습, 특히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파텍 필립의 칼라트라바를 위시한 스위스 고급 브랜드의 그것을 모방한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무브먼트를 포함한 전 부품을 일찍이 자체 개발 제작해온 매뉴팩처답게 세이코는 그랜드 세이코에 영혼을 불어넣을 줄 알았고 모방은 이내 창조로 승화되었습니다.
수공으로 일일이 정성스럽게 폴리싱 가공한(훗날 그랜드 세이코의 장기인 자랏츠 테크닉으로 발전하는) 케이스부터
어느 각도에서든 최상의 가독성을 보장하는 입체적인 바인덱스와 일본의 전통 검에서 착안한 날렵하게 뻗은 핸즈 모양 같은
작은 요소들 하나하나에도 세이코는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는 훗날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그랜드 세이코 스타일’로 통할 만큼 컬렉션 특유의 심미적 개성으로 회자되기에 이르지요.
또한 인하우스 수동 3180 칼리버에 세이코 손목시계 최초로 자체적인 엄격한 크로노미터 기준을 적용하고(이후의 GS 규격) 이를 다이얼 상에도 프린트해 넣었습니다.
앞서 선보인 고급 라인인 세이코 크라운(Crown)과 세이코 크로노스(Chronos)를 통해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랜드 세이코는 한발짝 더 나아가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한편 골드 케이스백에는 그랜드 세이코의 상징과도 같은 사자(Lion) 엠블럼을 음각했습니다.
백수의 왕 사자처럼 시계업계를 호령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었습니다.
- 1964년 스와 세이코샤에서 제조된 그랜드 세이코 셀프 데이터(Self-dater) 모델 57GS
이때부터 스틸 소재가 주를 이루게 되었고, 새로 도입한 방수 케이스로
50m 정도의 생활 방수가 보장되었습니다(스크류 케이스백과 골드 캡 형태도 이 무렵부터 등장).
무브먼트는 3180 수동 베이스에 캘린더 기능을 보강한 크로노미터 성능의 인하우스 수동 5722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진동수를 기존 18,000에서 19,800으로 끌어올린 것도 하이비트로 갈수록 크로노미터 도달에 유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랜드 세이코는 최초 스와 세이코샤(Suwa Seikosha, 현 세이코 엡손)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스와 세이코샤는 원래 다이니 세이코샤(Daini Seikosha, 제2정공사라는 뜻으로 관동 대지진 이후 도교 도 고토 구에 재건된 세이코샤를 일컬음)에서 파생된
스와 공장(나가노현 스와 시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편의상 스와 공장으로 불림)의 형태로 1944년부터 존재해 왔으나,
1959년 다이니 세이코샤와 스와 세이코샤가 경영권 일부까지 분리됨으로써 같은 세이코 그룹 내에서도 자연스레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스와 세이코샤서 제작한 첫 기계식 라인인 마블이 성공함으로써 스와 세이코샤의 창조적인 분위기가 한층 탄력을 받은데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이니 세이코샤와 분리후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최고급 라인인 그랜드 세이코를 런칭함으로써 스와 세이코샤는 형격인 다이니 세이코샤를 추월하게 되었지요.
- 1967년 다이니 세이코샤서 제조한 첫 그랜드 세이코 모델 44GS
스와 세이코샤와 다이니 세이코샤의 경쟁 구도는 결과적으로 세이코에 더욱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옵니다.
스와 세이코샤에 한껏 자극을 받은 다이니 세이코샤 역시 1967년 처음으로 그랜드 세이코 시계(44GS)를 내놓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스와 세이코샤를 의식해 그 뒤를 좇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세이코로는 처음으로
외부 디자이너인 다나카 타로(Taro Tanaka)를 영입해 그랜드 세이코만의 개성있는 디자인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타로는 그랜드 세이코에 적용된 디자인을 '디자인의 문법(Grammar of Design)'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붙이기도 했지요.
44GS는 이전 그랜드 세이코와는 눈에 띄게 다른 직선적이고 볼륨감이 있는 케이스가 적용되었습니다.
양 러그쪽이 일자형이라서 스트랩을 장착하면 시계 본체가 더욱 돋보였으며,
케이스 프로파일(측면)은 날렵하고 모서리마다 눈부시게 하이 폴리싱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더했습니다.
케이스 뿐만 아니라 다이얼 역시 이같은 입체적인 가공 기법과 하이엔드급 피니싱을 적용해
훗날 '그랜드 세이코 스타일(Grand Seiko Style)'로 통하는 양식들은 바로 이 44GS를 기점으로 완성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 1968년 다이니 세이코샤에서 발표한 첫 여성용 하이비트 수동 모델 19GS
한편 다이니 세이코샤는 스와 세이코샤의 그랜드 세이코에 대응하기 위해 앞서 1964년 킹 세이코(King Seiko) 라인을 선보이게 됩니다.
44GS 이전에 킹 세이코 버전인 44KS가 먼저 존재했고, 이후 등장한 하이비트 시리즈(45GS)도 킹 세이코 버전(45KS)과 함께 전개되었습니다.
킹 세이코는 이렇듯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다이니 세이코샤에서만 등장한 후 이내 자취를 감췄는데요.
아무래도 그 등장 시기나 태생부터 그랜드 세이코를 의식한 결실이기에 그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터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킹 세이코는 적어도 제품의 품질 면에서는 당시 그랜드 세이코에 필적할 만했다는 사실은 대체로 이견이 없습니다.
- TIP: 한눈에 다이니 세이코샤 혹은 스와 세이코샤 제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이얼 하단의 번개 혹은 소용돌이 형태의 로고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위 사진 속 시계를 기준으로 좌측의 로고는 다이니 세이코샤를, 우측의 그것은 스와 세이코샤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로고 형태로 제조 공장을 구분하는 표시방식은 정확하진 않지만 196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다이니 세이코샤가 이렇게 선전하는 동안, 스와 세이코샤도 뒤질새라 다양한 도전을 이어갑니다.
일례로 스와 세이코샤는 다이니 세이코샤보다 한해 빠른 1967년 로드 마블(Lord Marvel) 36000을 선보이게 되는데요.
이 시계는 일본에서 생산된 1세대 하이비트 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당 36,000번 진동하는 하이비트 칼리버(당시만해도 수동)는
앞서 지라드 페리고도 선보인 바 있습니다만 당시만 하더라도 무척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제니스의 엘프리메로가 등장한 것도 이후의 일이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로드 마블의 양산화가 진행되기도 전에,
1968년 다이니 세이코샤가 한발 앞서 킹 세이코 라인(45KS)과 그랜드 세이코 라인(45GS), 심지어 여성용 라인(19GS)으로까지 대거 하이비트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합니다.
- 1968년 다이니 세이코샤가 발표한 그랜드 세이코 하이비트 36000 수동 모델 45GS
45GS 라인 역시 44GS의 케이스와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강조했듯 무브먼트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요.
45계, 혹은 4500 시리즈 칼리버는 애초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진대회 출품을 목표로 제작된 하이비트 수동 칼리버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게다가 단순히 출품용으로만 제작된 것이라 실제 시판으로까지 이어진(그것도 대량생산 형태로) 매우 드문 예이기 때문에 스위스 메이커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기본 4520(타임온리)과 4522(데이트 기능 추가) 칼리버도 엄격한 자체 그랜드 세이코 기준을 준수해 스위스 크로노미터 시계의 성능을 상회했지만,
최상급 조정을 거친 VFA(Very Fine Adjusted)급 칼리버를 탑재한 시계들은 뇌샤텔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진대회를 그야말로 석권하게 됩니다.
- 1969년 시판된 그랜드 세이코 하이비트 수동 45GS VFA 모델.
전설적인 정확성으로 당대 스위스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쿠르를 호령했습니다.
1968년부터 1970년에 걸쳐 하이비트인 4520과 4580 칼리버를 탑재한 다이니 세이코샤의 손목시계가 무려 226개나
스위스 천문대 크로노미터 기준을 통과했다는 공식 기록은 세이코가 기계식 시계 제조 분야에서 이룩한 성취가 당시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를 증거합니다.
전문가들은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진대회가 중단된 배경에는 비스위스 브랜드인 세이코의 활약과 이후 등장한 쿼츠 혁명이 결정타였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이렇듯 스위스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쿠르에서는 다이니 세이코샤가 스와 세이코샤를 압도했는데요.
스와 세이코샤는 로드 마블에서 수동 하이비트의 정점을 찍은 1967년 이후로는 수동이 아닌 자동 무브먼트 개발에 치중하게 됩니다.
- 1967년 스와 세이코샤에서 제작된 그랜드 세이코 첫 자동 모델 62GS
베젤이 거의 없는 듯한 독특한 케이스 형태와 4시 방향에 위치한 크라운이 포인트입니다.
1967년 그랜드 세이코 최초로 오토매틱(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가 스와 세이코샤에서 제작되기 시작합니다.
6245(날짜 표시 기능)와 6246(날짜와 요일 표시 기능) 두 종류의 칼리버 베리에이션이 62GS 시리즈를 통해 선보였는데,
당시 제조 수량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지금도 62GS는 그랜드 세이코 컬렉터들 사이에서 꽤나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 1968년 스와 세이코샤에서 제작된 그랜드 세이코 첫 하이비트 36000 자동 모델 61GS
세이코 오리지널 특허 부품인 매직 레버가 적용되어 더욱 효율적인 자동 와인딩을 보장했습니다.
그리고 다이니 세이코샤가 수동 하이비트 시리즈로 빠르게 명성을 얻기 시작하자 이에 질새라 스와 세이코샤는 자동 버전의 하이비트 GS 모델들을 시판합니다.
기존의 62계 자동 베이스를 바탕으로 진동수를 크게 끌어올려 수동 45GS 시리즈처럼 시간당 36,000회 진동하는 하이비트 자동 베리에이션을 이어간 것인데요.
수동 하이비트 모델들이 스위스 천문대에 출품된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 하이비트 61GS 시리즈도 최상의 조정을 거친 VFA 모델들이 스위스 천문대 콩쿠르를 호령합니다.
- 1969년 스와 세이코샤에서 제조된 그랜드 세이코 하이비트 자동 데이-데이트 61GS VFA 모델
한달 누적 겨우 +-1분 미만의 오차율을 보일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했습니다.
- 1970년 발표된 그랜드 세이코 하이비트 자동 데이-데이트 61GS 스페셜 모델
세이코 하이비트 양대 산맥인 45GS(수동, 다이니 세이코샤)와 61GS(자동, 스와 세이코샤)가 같은 세이코 그룹 안에서도
각각 다른 제조사와 제조 환경에서 완성되었다는 점이 현 관점에서 봐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세이코의 이러한 내부적인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는 현재의 세이코 인스트루먼트(모리오카 세이코)와 세이코 엡손(신슈 워치 스튜디오)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 함께 보면 좋은 포스팅 링크 (세이코 매뉴팩처 취재기)
# 세이코 매뉴팩처 방문기 Part. 1 - 모리오카 세이코 인스트루먼트, 시즈쿠이시 워치 스튜디오 편 바로 가기 --> https://www.timeforum.co.kr/13634510
# 세이코 매뉴팩처 방문기 Part. 2 - 세이코 엡손 코퍼레이션, 신슈 워치 스튜디오 편 바로 가기 --> https://www.timeforum.co.kr/13710219
- 1972년 다이니 세이코샤가 출시한 여성용 19GS VFA 모델
그랜드 세이코 라인 최초로 8각에 가까운 독특한 스퀘어 케이스가 적용되었습니다.
한편 스와 세이코샤는 자동 61계 칼리버에서 진동수를 다시 낮춘(시간당 28,800회 진동) 56GS 시리즈도 1970년 초반 잠깐 선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61GS에서 정점을 찍은터라 56GS는 다운그레이드로 보는 시선이 있었고,
1970년대 중반 이후로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쿼츠 시계 제조에 천착함으로써 그랜드 세이코를 포함한 고급 기계식 라인은 한동안 명맥이 끊기게 됩니다.
- 그랜드 세이코 부활의 신호탄이 된 1988년 제조 1세대 쿼츠 모델 95GS
1년에 고작 10초 정도의 오차를 보이며, 일반 쿼츠 무브먼트 보다 25배 이상의 정확도를 갖는다고 브랜드측은 설명합니다.
그랜드 세이코는 1988년 다시 컬렉션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기계식이 아닌 쿼츠로 깜짝 출시되었지요.
그랜드 세이코의 완전한 부활을 기대한 이들에겐 아쉬운 소식이었겠지만 그랜드 세이코 첫 쿼츠 모델의 등장은 나름대로 신선했습니다.
- 1993년 출시된 그랜드 세이코 쿼츠 데이-데이트 모델 9F8 시리즈
트윈 펄스 쿼츠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인스탄트 캘린더 체인지 메커니즘을 접목한 하이엔드 쿼츠의 등장!
1989년(8NGS 모델), 1992년(3FGS 모델)에 이어 1993년에도 그랜드 세이코 쿼츠 모델이 이어졌는데, 바로 이때부터 쿼츠 칼리버명이 9F 시리즈로 고정됩니다.
이렇게 뜨문뜨문 제한적으로만 그랜드 세이코 모델을, 그것도 쿼츠로만 선보인 것은 당시의 시장 상황을 지켜본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직 기계식 시계의 부활을 예견하는 이는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97년 9F6시리즈(쿼츠)에 이어, 마침내 이듬해인 1998년 이르러서야 기계식 무브먼트(9S5 시리즈)를 탑재한 그랜드 세이코가 등장합니다.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인하우스 자동 9S51(타임온리)와 9S52(날짜 표시 기능) 칼리버를 탑재한
자동 버전의 그랜드 세이코는 전세계 세이코 매니아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습니다.
거의 20여 년만에 기계식 그랜드 세이코의 부활을 알리는 제품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조 수량이 적고 일본 내수용이라 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오히려 명성은 드높아졌습니다.
- 2002년 출시된 그랜드 세이코 최초로 GMT 기능을 더한 9S56 시리즈
- 2004년 출시된 그랜드 세이코 스프링 드라이브 9R6 시리즈
날짜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갖춘 9R65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참고로 세이코의 스프링 드라이브는 쿼츠와 기계식 시계의 장점만을 결합한 세이코 고유의 특허 테크놀로지로써,
1999년 7R68 칼리버를 탑재한 첫 스프링 드라이브 시계가 시판된 이래 몇 번의 프로토타입을 거쳐 그랜드 세이코 라인에도 2004년 첫 선을 보였습니다.
- 2007년 발표한 그랜드 세이코 첫 스프링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9R8 시리즈
- 2009년 출시된 그랜드 세이코 자동 하이비트 36000 9S8 시리즈
41년 만에 하이비트 칼리버가 그랜드 세이코 컬렉션에 복귀를 알렸습니다.
업그레이드된 스프론(Spron) 530(메인스프링)과 스프론 610(헤어스프링)이 처음 적용되었습니다.
- 2010년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그랜드 세이코 자동 9S65 시리즈
기존 9S5 베이스를 바탕으로 MEMS 성형으로 완성한 정밀한 이스케이프먼트와
새로운 인하우스 스프링(스프론 610) 소재를 적용해 내구성과 파워리저브(3일간) 성능을 개선했습니다.
- 2011년 세이코 창립 130주년을 맞아 1960년 최초의 그랜드 세이코 모델을 현대적으로 복각한 한정판 시리즈
- 2012년 그랜드 세이코 GMT 모델 10주년을 맞아 출시된 그랜드 세이코 자동 GMT 한정판 (SBGM029)
- 2013년 출시된 그랜드 세이코 히스토리컬 컬렉션 44GS 한정판 (SBGW047)
그랜드 세이코 스타일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되는 1967년 다이니 세이코샤의 44GS를 현대적으로 복각한 리이슈 에디션입니다.
- 2014년 발표한 그랜드 세이코 하이비트 36000 GMT 한정판 (SBGJ005)
같은해 연말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서 쁘띠 에귀유(Petite Aiguille)상을 수상했습니다.
- 2015년 바젤월드서 첫선을 보인 그랜드 세이코 히스토리컬 컬렉션 62GS 스틸 한정판 (SBGR095)
그랜드 세이코 탄생 55주년을 맞아 그랜드 세이코 최초의 오토매틱 모델인 62GS(1967년 모델)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리이슈 에디션입니다.
- 올해 바젤월드서 발표한 신제품, 그랜드 세이코 스프링 드라이브 크로노그래프 (SBGC017)
그랜드 세이코 라인에 처음으로 블랙 하이테크 세라믹 케이스를 도입하고 컬러플한 다이얼을 사용했습니다.
- 2016년 신모델, 그랜드 세이코 스프링 드라이브 8 데이 파워리저브 (SBGD001)
세이코 엡손 산하 마이크로 아티스트 스튜디오서 처음으로 제작한 그랜드 세이코 모델로,
세개의 배럴로 롱 파워리저브(무려 8일간)를 구현했습니다. 단, 플래티넘 케이스로만 제작.
이렇듯 세이코는 21세기 들어 그랜드 세이코를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상위 컬렉션으로 확실하게 안착시켰습니다.
첨단 소재와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사의 고급 시계만 취급하는 시즈쿠이시 워치 스튜디오(기계식)와 신슈 워치 스튜디오(쿼츠와 스프링 드라이브)에서
각각 제조, 조립, 검수되는 그랜드 세이코 시계는 스위스의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COSC) 기준을 일찍이 상회함으로써 전설적인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랜드 세이코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의 시계평론가들도 먼저 인정하게 만든 아시아에서 생산된 가장 뛰어난 품질의 시계이자 세이코의 자부심의 결정체입니다.
가깝지만 먼 나라인 일본의 그것이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 지레 샘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국내 시계업체도 세이코처럼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우물만 깊게 판다면 언젠가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정밀 시계 제조를 향한 세이코의 도전은 비단 쿼츠 뿐만 아니라 그랜드 세이코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기계식 분야,
나아가 기계식 시계의 감성적 매력과 최첨단 쿼츠 기술을 접목한 스프링 드라이브에 이르기까지 거침이 없습니다.
세이코는 시계 제조 역사가 전무한 아시아의 변방에서 실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저력과 투지가 넘치는 브랜드입니다.
지난 135년의 세월 동안 세이코가 시계 제조 분야에서 이룩한 놀라운 성취들을
어떠한 하나의 틀 안에 묶어 규정짓기란 애초 불가능하며, 그들의 그간의 행보 자체가 전설적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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