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C와 제네바 실은 각각 정확성과 피니시에 관한 별개의 규정이므로 둘을 동시에 인증 받을 수 있습니다
C.O.S.C와 제네바 실은 우리가 가장 폭넓게 접하는 시계의 규격입니다. 전자는 정확성, 후자는 주로 피니시에 관련된 내용을 규정합니다. (제네바 실의 근래에 성능과 관련된 조항이 추가되었죠) 이런 규정에 따라 정확성의 범위를 조율하고 피니시 하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마케팅 측면에서 볼 때 C.O.S.C를 패스한 시계는 정확하다고 쉽게 인지시킬 수 있고, 제네바 실 역시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을 보장한다고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보면 이런 공통 규격이 아닌 자체적인 규격을 정하는 메이커가 눈에 띕니다. 이 또한 마케팅 측면에서 협소하게 바라보면 독자의 규격을 통해 품질을 결정해 대변하고 차별을 꾀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간 삐딱한 시선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거둔다면, 품질 면에서는 자체 규격으로 확실히 향상할 수 있게 되는 부분이 많은데요. 그래서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자체의 규격을 두는 것인지 한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저 드뷔는 제네바 실을 마케팅에서 다소 과하게 사용하는 브랜드
근간이 되는 제네바 실을 보면 1886년 제정되어 제네바 주에서 생산하는 시계의 품질과 아름다움을 규정하기 위해서 만들어 집니다. 제네바 이외의 지역에서 만든 시계는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피니시했더라도 인증을 받을 수 없어 다소 배타적입니다. 다만 스위스에서 가장 세련된 지역이 제네바였고 상당수의 하이엔드 메이커가 제네바에 자리를 잡은 터라 인증의 설득력이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네바 실 하면 ‘Geneva Seal What’이라고 반응하는 오데마 피게 같은 메이커도 있습니다.
파텍 필립 실
제네바 실의 가장 큰 고객(?)의 이었던 파텍 필립은 2009년 이를 탈퇴(?)하고 독자규격인 파텍 필립 실을 제정합니다. 무브먼트 피니시에 관한 큰 틀은 그들이 지금껏 해왔던 기준인 제네바 실에 기반하면서, 제네바 실이 커버하지 못하는 실 사용에 관한 영역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면 착용하고 있다고 상정하고 시뮬레이션해서 정확성을 측정하는 내용이죠. 소소하게는 케이스에 세팅하는 다이아몬드의 색상, 투명도, 컷 같은 부분까지 포함해 전에 비해 스스로를 더욱 엄격하게 규정짓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F.Q.F, 제네바 실, C.O.S.C의 트리플 인증을 받은 L.U.C 트리플 서티피케이션 투르비용
F.Q.F(Fleurier Quality Foundation)라고 해서 플러리에 지역에 위치한 메이커가 연합해 만든 규격도 있습니다. 파르미지아니, 보베(Bovet), 쇼파드가 플러리에 지역에 본사 혹은 공장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연합하게 되죠. 보베가 실적 악화로 F.Q.F 진영에서 탈퇴하다시피 했고, 쇼파드는 본사가 제네바에 있어 박쥐같이 구는 구석이 있습니다. 제네바 실도 받았다가 어떤 모델엔 F.Q.F를 받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제네바 실, F.Q.F, C.O.S.C의 트리플 인증을 받은 모델이라고 소개도 하죠. 사실 넌센스인 것이 F.Q.F에는 C.O.S.C의 패스가 의무이므로 말장난에 가깝습니다. 아무튼 처음과 달리 상당히 약화된 F.Q.F는 아름다움을 위한 무브먼트 피니시, C.O.C.S에 기반한 정확성과 플러리에 마을에 설치한 검증기관에서 실시하는 크로노파이어블이라는 실제 사용에 준하는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또 100% 스위스 메이드라는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하죠. 정확성과 미적인 부분, 실용적인 부분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또 제정한 시기상으로도 가장 근래의 하나로 현대적인 규격의 틀을 만들었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GS 규격의 인증서
가까운 일본에서는 그랜드 세이코가 GS규격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C.O.S.C와 마찬가지로 정확성을 규정하는데요. 17일에 거쳐 6개의 포지션으로 정확성을 체크해 하루 오차가 -3~+5초 이어야 합니다. -4~+6초 사이인 C.O.S.C보다 엄격한 편이며, 가끔 리미티드 에디션에 한해 좀 더 좁은 오차 허용범위를 규정하기도 합니다.
오메가 매뉴팩처
가장 최근에는 오메가가 METAS 규격을 들고 나왔는데요. F.Q.F처럼 실제 사용을 가정한 복합 규격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에 대한 내용은 없기 때문에 그보다는 떨어진다고 봐야겠네요. 초점은 실제 사용에 따른 정확성(C.O.S.C 기반)과 신뢰성인데 상당수의 항목이 내자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과하다 싶을 만큼 내자성에 쏠려있는 느낌인데 그도 그럴 것이 실리콘 부품의 사용으로 강력한 내자성능을 지니게 된 만큼, 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체적으로는 오메가를 럭셔리 티어에 두면서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사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듭니다. 실제로 본사 내부에 METAS랩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과연 중립적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제네바 실도 항간에는 특정 메이커에 특혜를 주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지켜볼까 합니다.
하루 오차 -2~+2초의 칼리버 3255
롤렉스의 경우 C.O.S.C의 가장 큰 수혜자인데요. 워낙 철학이 뚜렷한 메이커이다 보니 기계식으로 대단히 안정된 정확성을 만들어내 왔습니다. 실제로 롤렉스를 사용하다 보면 아주 사용자와 궁합이 나쁘지 않는 이상 C.O.S.C의 범위를 지켜냈는데요. 이번 새로운 칼리버 3255를 발표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규정화(?)했습니다. 하루 오차 -2~+2초로 발표하고 있으며 C.O.S.C 기준에 따라 테스트하지만 케이싱 후에는 롤렉스가 -2~+2초를 인증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기존 C.O.S.C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마음만 먹으면 파텍 필립 실처럼 자체적인 규격화의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인증 기관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메이커는 고객사이기 때문에 C.O.S.C가 어떤 자세로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만, 이를 롤렉스가 드러내고 있는 점은 신경이 쓰입니다. 물론 METAS처럼 피니시에 관련된 규정과는 전혀 무관하므로 기계식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외에 프랑스, 독일의 벰페(Wempe)가 사라진 천문대 크로노미터를 기준으로 자체 규격을 시도해 봤고, 최근에 영국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던 것 같지만 큰 반향은 얻지 못했던 것 같군요. 규격화의 성공과 메이커의 영향력이 전혀 관계가 없지 않는 만큼, 앞으로 새로운 규격이 나오기 쉽지 않을 듯한데요. 메이커의 주장을 살짝 걸러 들을 수 있다면 시계를 고르는 기준의 하나로 삼는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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