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컬, 즉 해골은 참 많은 부문에서 영감을 주는 오브제인 것 같습니다. 이는 시계 부문도 예외는 아닌데요. 실제로 여기저기서 해골 모티브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독립 시계 제작자 피오나 크뤼거(Fiona Kruger)는 아예 스컬을 기본으로 컬렉션을 펼치기도 하고, 리차드 밀은 몇 년 전 RM052 스컬 투르비용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위블로나 벨앤로스 역시 해골을 다이얼에 품은 시계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HYT에서 선보인 마오리 타투를 적용한 화려한 스컬 마오리나 올블랙의 매력을 보여주는 스컬 배드보이도 얼마 전 타임포럼 뉴스에서 소개했습니다.
- HYT의 스컬 마오리
해골은 왠지 어둡고 음산(!)해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모티브는 아니지만, 영원불멸(mortality)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동시에 여러 문화권에서 신성하게 여겨지기도 해 시계 위에서 매우 강렬하면서도 존재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래서 모아봤습니다. 최근 선보인 각기 다른 매력을 담은 스컬 시계 두 개를 한 번 비교해볼까요?
RJ-ROMAIN JEROME - Skylab 48 Speed Metal Skull
첫 번째는 RJ-로맹 제롬의 스카이랩 48 스피드 메탈 스컬입니다. 우주 DNA와 관련된 스카이랩 컬렉션으로 해골을 스켈레톤 처리하고 비비드한 컬러를 가미해 다소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을 줍니다. 오픈워크 처리한 스컬을 오로지 두 개의 스크루로 고정해(언뜻 보면 마치 해골의 눈(!) 같기도 합니다) 무브먼트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12시 방향에서는 배럴, 6시 방향에서는 밸런스 휠, 9시 방향에서는 트레인을 볼 수 있습니다.
스카이랩은 RJ-로맹 제롬이 직선 형태의 수직 & 수평 브리지를 도입한 최초의 스켈레톤 무브먼트입니다. 또 보통 케이스백에서 볼 수 있는 밸런스 휠을 다이얼 6시 방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플레이트, 브리지, 스컬 아플리케 이렇게 세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스컬 아플리케는 산화 알루미늄입니다(실버는 제외). 산화 과정이 컬러를 선명하게 입히는 것을 돕는 동시에 부식에도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사실 48mm 라운드 케이스에 자리하고 있는 스켈레톤 해골은 거리 문화, 특히 스케이트보드에서 유래되어 차 바퀴나 테두리 등에 해골을 놓는 일명 스컬스앤휠(Skullsn'wheels)' 트렌드에서 영감을 가져왔습니다. 스케이트보드의 황금기였던 80년대에 이러한 그래픽적 요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죠. 실제로 다이얼 위 스컬이 휠 위 스컬의 모습과 매우 유사해 보이기도 합니다.
레드, 오렌지, 실버, 옐로, 그린, 사이언, 블루, 브라운, 퍼플, 블랙 등 그야말로 무지개 빛깔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컬러가 한데 모여 해골에 위트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고르는 재미도 선사합니다. 각 컬러당 9피스씩 한정 생산합니다.
VS
CVSTOS - Chrono Inkvkaders Skull
여기에 대항하는 스컬은 쿠스토스(CVSTOS)의 크로노 잉크베이더 스컬입니다. "잉크베이더스(Inkvaders)" 스튜디오의 설립자이자 타투 아티스트인 크리스티앙 뉴겐(Christian Nguyen(과 협업해 선보인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스튜디오 이름을 시계에 가져왔습니다. 제네바 출신인 크리스티앙 뉴겐은 다재다능한 아티스트, 디자이너, 음악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예술적인 타투로 유명합니다. 많은 셀레브러티 고객을 두고 있죠.
그가 직접 손으로 그린 드로잉에 입각해 만든 스컬 다이얼은 그 자체로 매우 섬세하면서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일종의 해골의 배경(!)이 되는 무브먼트를 블랙 PVD 코팅해 해골이 마치 튀어나올 듯 더욱 생동감 넘칩니다. RJ-로맹 제롬의 해골이 간결한 선으로 미니멀한 느낌을 준다면, 쿠스토스의 해골은 좀 더 묵직한 느낌에 정교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입니다(특히 이빨 부분을 보시면 들쑥날쑥한 디테일이 가히 예술(!)입니다). 토노 형태의 케이스도 여기에 한 몫 하는 듯 합니다. 또 비비드한 컬러로 물들인 RJ-로맹 제롬과 달리 쿠스토스는 전반적으로 블랙 & 화이트 느낌으로 차분하면서도 도회적인 느낌으로 디자인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에 타키미터 기능도 갖추고 있으며, 6시 방향에서는 날짜창도 놓아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거리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가벼우면서 경쾌한 느낌을 주는 스컬 VS 예술혼을 담은 정교한 해골이 진지함을 선사하는 스컬.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