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가 낳은 클래식 명작, GMT-마스터Ⅱ가 블루와 블랙 투톤 컬러 세라믹 베젤을 갖췄다. 세컨드 타임존 표시를 탑재한 이 유명 컬렉션의 가장 아름다운 베리에이션 모델을 검증한다.
글 옌스 코흐(Jens Koch) 사진 OK-Photography 에디터 유현선
블루 아워란 일출 전 또는 일몰 후에 하늘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남색으로 물드는 시간대를 말한다.
롤렉스가 새로운 GMT-마스터Ⅱ의 24시간 눈금 세라믹 베젤에 선택한 색도 특별한 색감의 푸른색이다. GMT-마스터는 약 60년 전에 발매했을 때 이미 투톤 컬러의 24시간 베젤을 지니고 있었다. 세컨드 타임 존의 낮과 밤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함이었다. 후에 베젤이 검은색 한 가지인 모델도 등장했지만, 시각을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투톤 컬러 24시간 베젤은 애초부터 GMT-마스터 콘셉트의 일부였다. 2가지 색상으로 여행지에서 집으로 전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인지 아니면 이미 자고 있을 시간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2007년에 일어났다. 롤렉스는 레퍼런스 넘버 16710을 단종하고 후계 모델로 116710LN을 발매하며 검은 단색 베젤을 채용했다. 그 이전에 발표한 골드와 콤비 모델에도 단색 베젤을 탑재한 바 있었다. 116710LN을 단색 베젤로 출시한 이유는 베젤의 소재 때문이었다. 예전에 사용했던 알루미늄을 대신해 흠집에 강한 하이테크 세라믹을 사용했지만,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두 가지 색을 띠는 원피스 구조의 세라믹 베젤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색 베젤이라고는 해도 숫자와 눈금을 프레이즈 가공으로 새기고 거기에 롤렉스의 특허 기술로 골드 혹은 플래티넘 미립자를 PVD 코팅해 높은 가독성을 확보했다.
투톤 컬러의 세라믹
2013년 4월 투톤 세라믹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정설이 뒤집어진다. 그해 바젤월드에서 롤렉스가 투톤 컬러의 세라믹 베젤을 탑재한 GMT-마스터Ⅱ를 발표한 것이다.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롤렉스 부스의 청소팀은 쇼케이스에 눌린 호기심 어린 ‘코’ 자국을 5분마다 닦아내야 했을 정도였다. GMT-마스터Ⅱ의 세라믹 베젤은 전통색인 레드/블랙 혹은 레드/블루 배색 대신 블루와 블랙 투톤 컬러로 등장했다. 소극적인 느낌의 배색이지만 베젤은 아름다운 광채를 발한다. 롤렉스는 세라믹을 소결하기 전에 베젤의 절반에 금속염을 침투시키는 공정으로 가지 색을 지닌 세라믹 베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선명한 색은 세라믹을 가압 가열하는 과정에서 첨가한 화학물질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얻어진다.
이는 롤렉스가 자체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기법이다. GMT-마스터 구형 모델에서는 베젤의 변색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새로운 베젤은 자외선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마도 변색 걱정은 필요 없을 듯하다. 전통적인 컬러 조합인 레드와 블랙 세라믹 베젤이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빨간 세라믹을 만드는 일은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에 화이트골드 모델로 레드/블루 베젤이 등장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어쨌거나 새로운 컬러 배색은 매우 아름다우며 오전 6시~오후 6시를 표시하는 눈금으로는 블루가 레드보다 잘 어울려 보인다. 단지 빛에 따라서 색의 차이를 구분하기가 곤란한 경우도 있다. 또한, 레드보다 블루 쪽이 훨씬 소극적인 색이라는 점에서 이 시계는 슈트와도 잘 어울린다. 블랙 베젤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품질과 표면가공은 최고 수준이며, 광택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에서는 GMT 핸드가 녹색이지만, 블루 베젤 모델은 GMT 핸드도 블루 컬러를 채용했다. 다이얼의 ‘GMT-MASTERⅡ’라는 글자도 새로운 모델에서는 녹색이 아니며, 다른 글자와 같은 색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GMT-마스터Ⅱ는 전체적으로 매우 조화로운 디자인을 갖췄다.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디자인에 관해서는 베젤의 숫자가 모던한 서체로 바뀐 것 외에는 구석구석까지 초대 GMT-마스터의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 오리지널 모델 디자인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거의 없었던 것이 그 이유일 터다. GMT-마스터는 시대를 초월한 명작 디자인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GMT-마스터Ⅱ의 디자인은 베젤의 디테일과 GMT 핸드를 제외하면 서브마리너와 거의 동일하다. 그렇지만 얼핏 보면 미미한 차이 같아도 전체적인 인상에 놀라울 정도로 큰 영향을 주는 차이가 있다. 바로 케이스의 두께다. GMT-마스터Ⅱ의 케이스 두께는 12.1mm로 서브마리너보다 0.4mm 얇다. 얇은 두께 때문에 300m 방수인 서브마리너 보다 낮은 100m 방수에 그치지만, 쾌적한 착용감은 월등하다. 이렇게 편하게 찰 수 있는 스포츠 워치가 점점 줄어가고 있는 것이 아쉽다. 지름 40mm라는 케이스 사이즈도 대다수 사용자에게는 과도하게 큰 케이스를 지닌 모델보다는 훨씬 사용하기 쉽게 느낄 것이다. 완만한 커브를 지닌 피스로 구성한 브레이슬릿도 손목에 기분 좋게 감긴다. 손목은 기온이 높거나 팔을 격하게 움직이는 동작을 했을 때 혈행이 좋아져 굵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오이스터 록 클래스프에는 이러한 문제를 손쉽게 해소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능이 갖춰져 있다. 오이스터 록 클래스프 아래에 감춰진 가동식 하프사이즈 피스를 꺼내면 브레이슬릿의 길이를 약 5mm 연장할 수 있다.
Part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