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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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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라 칼리버1887 크로노그래프 43mm 세라믹 베젤 - 복사본.jpg


이번 '올 타임 클래식' 컬럼에서는 태그호이어(TAG Heuer)의 아이코닉 컬렉션인 까레라(Carerra)를 다루고자 합니다. 


태그호이어는 과거 호이어(Heuer) 시절부터 창립자의 4대손이자 열정적인 최고경영자였던 잭 호이어(Jack Heuer)의 리더십 하에  
20세기 중반부터 카레이싱 분야와 밀접하게 관계하며 경주용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지평을 넓히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까레라는 태그호이어의 여정과 함께 한 특별한 동반자로서 시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 컬렉션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몇 권의 책으로 엮어도 부족할 까레라의 50여 년 질주의 역사를 짧은 컬럼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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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6년 세계 최초로 1/100초까지 측정이 가능한 호이어의 마이크로그래프(Mikrograph) 


까레라의 등장 이전에도 호이어(태그호이어의 전신)는 이미 기계식 크로노그래프, 스톱워치 제조 분야에서 놀라운 성취를 자랑했습니다. 

창립자 에두아르 호이어(Edouard Heuer)는 크라운 와인딩 시스템을 적용한 독자적인 크로노그래프 포켓 워치로 명성을 떨쳤고, 
그가 발명한 진동기어(Oscillating pinion)는 작은 부품 하나로도 안정적인 크로노그래프 기능 작동을 보장함으로써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보급화에 기여하게 됩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여러 국제 박람회에서 진동기어를 탑재한 일련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들로 주요 상을 휩쓸었던 것만 보더라도 
호이어가 창립 초창기부터 크로노그래프 시계 제조에 특화된 이 분야의 명가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Jack_Heuer_80th_birthday_Carrera_HD - 복사본.jpg

- 전 호이어 최고경영자이자 아이코닉 컬렉션 까레라와 모나코의 아버지인 잭 호이어 태그호이어 명예회장.


창립자의 4대손이자 호이어 미국 지사에서 세일즈를 배운(불과 2년 동안) 잭 호이어는 1961년 당시 불과 28살의 나이에 호이어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 역시 호이어가 앞으로 어떠한 시계를 제조해야 할 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 터인데요.  
아버지 세대에 히트한 대시보드 클락 오타비아(Autavia)를 손목시계 형태로 변주한 시계들이 그 취임 후 출시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잭 호이어는 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고 따라 부르기 쉬운 이름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 컬렉션에 갈증을 느꼈습니다. 


Carrera_Panamericana_Poster.jpg

-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오리지널 포스터 중에서


평소 모터레이싱 애호가였던 그는 어느날 문득 1950년대 초 멕시코의 전설적인 카레이싱 대회인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랠리(Carrera Panamericana Ralley)에 관해 전해 
듣게 되었고, 300Km에 달하는 멕시코 대륙을 횡단하던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오픈 로드 레이싱 대회에 헌정의 의미로 새 컬렉션에 '까레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멕시코 레이스는 또한 브랜드의 오랜 친구인 전설적인 레이서 후안 마뉴엘 판지오가 1953년 경기에 우승한 바 있어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었지요.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격렬하고 코스 자체가 험준한 경기였기 때문에 1955년 중단되었으나, 이 때문에 모터레이싱 매니아들에게는 더욱 전설로 기억되었습니다. 

이러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은 잭 호이어는 레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이 직접 전문 모터레이싱 드라이버들이 필요로 하는 시계 제작을 결심하게 된 것이었지요. 


1963년에 제작된 오리지널 까레라. ©태그호이어.jpg

- 1963년 발표한 첫 까레라 시계 


그렇게 1963년 출시된 까레라는 등장과 동시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오리지널 까레라 모델은 원형의 직경 36mm 스틸 케이스에 밸쥬 베이스(Valjoux 72 혹은 92)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탑재했으며, 
비스듬하게 뻗은 각진 러그, 1/5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기능과 눈금이 표시된 다이얼(투 혹은 쓰리 레지스터 두 종류로 선보임), 
그리고 당시에는 드물게 충격 방지 및 방수 사양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특징들은 현대적인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가 갖춰야 할 대부분의 요소들을 일찍이 충족하는 것이었고, 
훗날 수많은 후발 브랜드들의 시계 디자인에도 모방, 응용 되었지요. 특히 까레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모터레이싱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1963 까레라.jpg

- 역시나 1963년 출시된 오리지널 까레라 시계. 
지난 2014년 7월 부산에서 열린 태그호이어 특별전 당시 촬영됨. 


그리고 1969년은 호이어 역사의 한 기점이 되는 중요한 해로, 
브라이틀링, 해밀턴 등과 공동 개발한 첫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칼리버 11과 이를 탑재한 시계가 발표됐습니다. 
(아시다시피 같은해 제니스, 세이코에서도 자동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발표되었지요. 그래서 세계 최초 타이틀 관련해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립니다.) 

새로운 까레라는 기존 까레라의 라운드 케이스 대신에 쿠션형 케이스가 사용되었고, 
오리지널 모델과 비슷하게 투 카운터(3시 방향 30분 카운터와 9시 방향 12시간 카운터) 다이얼에 
6시 방향에는 날짜 표시 기능까지 갖춰 실용성을 더했습니다. 


최초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1을 탑재한 1969년 제작 까레라. ©태그호이어.jpg

-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1을 탑재한 1969년 까레라 모델.  


일부 모델에는 12시 방향 호이어 로고 위에 크로노매틱(Chronomatic)이란 문구를 넣기도 했는데, 
이는 크로노그래프와 오토매틱을 결합한 신조어로 그만큼 첫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발표했다는 자긍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69 까레라 인디아나폴리스 모토스피드웨이.jpg

- 1969년 개최된 미국의 빈티지 레이싱 대회인 인디아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Indianapolis Motor Speedway)의 공식 시계로 지정된 호이어의 까레라 스페셜 에디션. 

인디아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와의 인연은 1960년대 초부터 지속돼 왔으며, 다이얼에 인디아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의 엠블럼을 새김으로써 특별함을 더했습니다.  



1970 골드 호이어 까레 페라리 파일럿.jpg

- 1970년 출시된 옐로우 골드 케이스 & 브레이슬릿 버전의 오토매틱 까레라 모델. 
첫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1의 단점을 개선한 칼리버 12를 탑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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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호이어는 1971년부터 1979년까지 세계적인 권위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ormula One, F1)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며 
출전팀 중 이탈리아 자동차 경주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의 스폰서이자 타임키퍼로 활약하게 됩니다. 

이는 잭 호이어가 직접 엔초 페라리(Enzo Ferrari, 위 자료 사진 참조)를 만나 설득함으로써 성사되었는데, 
레이싱 파트너십 혹은 스포츠 마케팅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잭 호이어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한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 2013년 영화 '러시: 더 라이벌' 개봉 당시 공개된 태그호이어의 스페셜 영상 중에서... 


1970년대는 모터레이싱의 황금기로 F1 그랑프리 경기가 그 어떠한 스포츠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리던 시절입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러시: 더 라이벌’을 보면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이나마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데, 
영화 속 배경에서처럼 F1을 주름잡던 페라리팀의 드라이버들은 그 시절 호이어의 까레라를 애용했습니다. 
그들에게 초 단위로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일종의 필수품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1975년, 1977년 페라리팀 소속으로 2번의 그랑프리 챔피언을 거머쥔 니키 라우다(Niki Lauda)를 비롯해, 
마리오 안드레띠, 클레이 레가조니 같은 F1의 전설들이 호이어의 까레라를 각별한 애장품으로 여기며 매 경기마다 착용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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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페라리 F1팀과 각별한 인연을 쌓은 호이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85년 페라리의 라이벌 격인 맥라렌(McLaren) F1팀의 오너인 
사우디의 태그(TAG) 그룹이 호이어를 전격 인수하게 됩니다. 이로써 두 회사의 이름이 합쳐져 지금의 태그호이어라는 브랜드명이 완성된 것이지요. 

그리고 맥라렌 메르세데스 팀의 스폰서가 되면서 1980년대 총 3번의 그랑프리 챔피언을 거머쥔 브라질 출신의 아일톤 세나(Ayrton Senna)가 
1988년 태그호이어의 홍보대사로 참여하게 되고, 까레라는 세나를 비롯한 당대의 레이싱 드라이버들로부터 여전한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태그호이어가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인 루이비통-모에 헤네시(LVMH)에 합류한 이듬해인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까레라는 한층 더 풍요롭게 번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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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들어 큰 인기를 모은 스테디셀러 까레라 모델. 


2004년 한층 더 남성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의 새로운 까레라 시리즈를 선보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2007년 고급 GT카의 엔진에서 영감을 얻은 로테이팅 방식의 인디케이터를 탑재한 그랜드 까레라 라인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1960년대 오리지널 까레라를 재현한 듯한 미니멀한 디자인과 
새로 개발한 첫 매뉴팩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887을 탑재한 까레라 칼리버 1887 라인을 런칭해 까레라의 새로운 도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참고로 1887은 창립자 에두아르 호이어가 진동기어를 발명한 역사적인 해로, 이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까레라 1887은 이듬해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서 5,000 스위스 프랑 미만의 가격대 최고 시계에 선정하는 '쁘띠 에귀유(La Petite Aiguille)'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까레라 칼리버 1887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41mm. ⓒ태그호이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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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레라 칼리버 1887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모델과 첫 매뉴팩처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887


또한 2010년에는 헤어스프링 없이 자석 진동자 원리를 이용한 펜둘럼 컨셉의 그랜드 까레라를 발표하고, 
2011년에는 시간당 36만번 진동수로 1/100초까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까레라 마이크로그래프와 
세계 최초로 1/1,000초(0.001초)까지 측정이 가능한 마이크로타이머 플라잉 1000을 선보여 크로노그래프 명가다운 기염을 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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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발표한 까레라 마이크로그래프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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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발표한 오뜨 오롤로제리 모델인 까레라 마이크로투르비용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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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적인 컨셉의 마이크로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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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발표한 세계 최초의 마그네틱 더블 투르비용 시계인 까레라 마이크로펜듈럼S


2012년에는 까레라 라인에 최초로 크로노그래프와 더블 투르비용 컨셉을 접목한 마이크로투르비용S(MikrotourbillonS)와 
시간당 720만 번 진동하는 혁신적인 시계, 까레라 마이크로거더(Mikrogirder)를 선보여 같은해 GPHG 그랑프리를 거머쥡니다. 

2013년에는 특허기술인 마이크로펜둘럼을 적용해 자성에 의해 작동하는 신개념 더블 투르비용인 까레라 마이크로펜듈럼S(MikroPendulumS)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까레라 라인의 이같은 하이엔드급 도약은 전 CEO인 장 크리스토프 바뱅(Jean-Christophe Babin, 현 불가리 CEO)의 리더십과  
우주 항공 엔지니어 출신인 테크니컬 디렉터(현 제너럴 디렉터이자 태그호이어 부사장인) 기 세몽(Guy Semon)의 시너지를 보여준 결실로서 
태그호이어가 지닌 저력과 무궁한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까레라의 21세기형 진화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취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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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출시된 까레라 칼리버 1887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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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호이어 명예회장의 팔순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은 까레라 칼리버 1887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잭 호이어 리미티드 에디션. 


이후 위블로의 장 클로드 비버(Jean-Claude Biver)가 LVMH 그룹 시계 부문 총괄 디렉터이자 태그호이의 새 CEO로 취임하면서 또 한 차례 중대한 전기를 맞게 됩니다. 
시그너처 컬렉션 까레라는 한층 공격적인 포커싱의 대상이 되었고, 크로노그래프 기능 외에 데이-데이트, GMT(트윈 타임) 등 보다 단순한 기능의 라인업도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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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도에 출시된 까레라 칼리버 5 데이-데이트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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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모델인 까레라 칼리버 7 트윈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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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모델인 까레라 칼리버 5 드라이브 타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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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출시 모델인 까레라 칼리버 18 텔레미터 크로노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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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바젤월드서 첫선을 보인 까레라 첫 스켈레톤 모델인 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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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레라 디자인에 기반을 둔 태그호이어 첫 스마트 워치인 커넥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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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바젤월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까레라 호이어-02T 
보다 자세한 사항은 타임포럼 바젤월드 2016 리포트 참조:  https://www.timeforum.co.kr/14105794



이렇듯 지난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까레라가 걸어온 길은 태그호이어의 역사이자 스포츠 시계의 엄청난 진화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모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에서 출발해 모터레이싱 시계의 대명사로 거듭나고 
스위스 파인 워치메이킹의 정수를 보여주는 컴플리케이션 명작으로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안드로이드 구동 기반의 스마트 워치에 이르기까지 까레라는 
브랜드의 끊임없는 역동성과 창의성을 고스란히 담은 그릇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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