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티에 다르(Metiers d'art)는 예술적인 수공예나 좀 더 앞서나간다면 수공예의 경이로 해석할 수 있는 말입니다. 트렌드를 다루는 꼭지에서 메티에 다르를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어쩌면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전통에 입각해 손을 통해 창조해내는 메티에 다르를 트렌드라고 보는 입장이 되니까요. 하지만 요즘의 시계 만들기에서 본다면 꼭 부적절하다고도 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의 손을 기계가 상당부분 대신하면서, 점점 전통을 상실한다는 위기감에 메티에 다르의 가치를 주목 하게 되었고, 그 본질인 아름다움을 다시 제대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점 많은 메이커들이 메티에 다르를 시도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법과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게 된 요즘이라고 평할 수 있으니까요.
파텍 필립. 클로아조네 에나멜 기법으로 케이스를 장식한 탁상시계
랑에 운트 죄네. 인그레이빙 기법으로 다이얼을 장식한 랑에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한트베르크스쿤스트
로즈 엔진으로 기요세 작업중인 장면 (바쉐론 콘스탄틴)
위 기법의 복합형태 (바쉐론 콘스탄틴)
메티에 다르는 주로 다이얼 그리고 케이스에 행해집니다. 에나멜, 인그레이빙, 기요세를 대표 기법으로 삼고 있으며, 이것을 단독 혹은 복수로 이용해 아름다움을 표현합니다. 전통적인 다이얼 기법인 에나멜은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종류와 관계 없이 공통적으로 에나멜 염료로 그린 혹은 채색한 다이얼을 가마에 넣고 불에 구워냅니다. 특유의 색감과 질감,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같은 그림이라도 에나멜러의 역량과 컨디션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되어 매력적이죠. 인그레이빙은 말 그대로 조각으로 다이얼, 케이스에 조각을 해 표현합니다. 이 또한 인그레이버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타나는데, 조각도를 사용하는 습관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며 그들 사이에는 그 차이를 지문이라고도 표현합니다. 마지막은 기요세로 로즈 엔진을 사용해 패턴을 새깁니다. 주로 다이얼에 사용하지만 케이스에도 가끔 사용합니다. 인그레이빙이 회화 같다면 기요세는 그래픽 같다고 할까요. 로즈 엔진을 돌려 만들어내는 다이얼은 프레스를 이용해 유사하게 만들 수 있어(물론 깊이감이나 입체감은 다릅니다만 효율에서 프레스가 압도적입니다) 사용 빈도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세가지 기법에 주얼 세팅을 더하면 대단히 아름다운 수공예를 즐길 수 있는데요.
바쉐론 콘스탄틴 메티에 다르 엘레강스 사토리얼 타탄
에르메스 아쏘 H 큐브 리미티드 에디션
까르띠에 발롱 블루 플로랄 마퀘트리 패럿
피아제 알티플라노 페더 마퀘트리
요즘은 이러한 전통기법에 모던함을 가미하기도 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처럼 모던한 느낌을 내거나 에르메스처럼 마퀘트리 기법을 이용해 현대미술 같은 다이얼을 만들어 내죠. 마퀘트리가 나왔으니 말인데, 마퀘트리로 요즘 메티에 다르에서 활약중인 기법입니다.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다양한 소재를 짜맞춰 형태를 그려내는데, 최근에는 소재에서의 다양성이 도드라집니다. 스톤, 나무, 자개에서 짚, 꽃잎, 깃털처럼 흔치 않거나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사용해 소재감을 한껏 드러내기도 합니다.
에르메스 아쏘 밀레피오리 (유리 세공)
까르띠에 롱드 루이 까르띠에 필리그리 (금 줄 세공)
까르띠에 발롱 블루 에나멜 그라뉼레이션 팬더 (누금)
메티에 다르를 트렌드로 볼 수 있게 하는 요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새로운 기법에서도 기인합니다. 유리공예를 응용해 아름다운 반복 패턴을 즐길 수 있는 에르메스나 샤넬처럼 자수를 이용하는 기법도 있죠. 까르띠에는 고대에 사용했던 필리그리(Filigree)라고 하는 금 줄 세공을 응용하거나, 그라뉼레이션(Granulation)이라고 하는 누금세공을 사용해 개성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누금이 아닌 에나멜 볼을 이용하기도 했는데요. 앞서의 페더(깃털) 마퀘트리 말고도 깃털 자체를 사용하는 기법 등 독창적인 예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손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들인데요. 기계식 시계의 기술적인 진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처럼 앞으로 메티에 다르도 소재, 기법에서 진화가 드러나며 트렌드처럼 이를 짚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