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오브펄, 일명 자개는 시계 다이얼에서 매우 즐겨 사용하는 천연 소재 중 하나입니다. 각도에 따라 빛을 반사하며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이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머더오브펄은 특히 여성 시계에서 즐겨 사용하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올해도 여기저기에서 활발한 활약을 보여줬는데요. 많은 브랜드에서 핑크나 블루, 퍼플 등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을 선보인 것은 물론 다채로운 가공법을 통해 머더오브펄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매우 깨지기 쉽다는 특징을 지닌 머더오브펄은 결코 호락호락한 소재는 아닙니다. 머더오브펄을 얇디 얇게 가공했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라도와 해리 윈스턴의 제품이 인상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RADO - Rado True Open Heart
첫 주자는 라도입니다. 올해 '가벼움(Lightness)'를 주제로 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인 라도에서는 이 테마를 머더오브펄에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바로 라도 트루 오픈 하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이얼 중심 부분에서 은은히 무브먼트 내부가 들여다보입니다. 자그마치 0.2mm 두께로 얇게 잘라낸 머더오브펄 덕분인데요. 그 뒤로 무브먼트 플레이트, 브리지, 밸런스가 보일 듯 말듯 아스라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앞서 언급했듯 머더오브펄은 가공 과정에서 깨지면 바로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이렇게 얇게 깎아내기 위해서는 매우 세심하면서도 전문적인 가공 기술을 요합니다.
라도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세라믹과 우아한 머더오브펄과의 조화도 꽤 이색적입니다. 블랙 혹은 화이트 두 가지로 소개하는 케이스는 한 덩어리에서 만들어낸 모노블록 구조의 하이테크 세라믹을, 그리고 케이스백은 샌드블라스트 처리한 티타늄 소재를 채택했습니다. 스틸보다 훨씬 가벼운 세라믹, 그리고 얇디 얇은 머더오브펄이 만나 진정한 가벼움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화이트 세라믹에는 천연 화이트 머더오브펄을, 블랙 세라믹에는 어두운 천연 타히티산 머더오브펄을 적용해 전혀 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습니다. 스켈레톤인듯, 스켈레톤 아닌, 스켈레톤 같은 독특한 접근 방식이 돋보입니다.
VS
HARRY WINSTON - Premier Pearly Lace Automatic 36mm
해리 윈스턴 또한 0.2mm 두께의 머더오브펄을 가공했는데, 그 방식이 라도와는 전혀 다릅니다. 라도가 그 얇음 자체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가공을 했다면 해리 윈스턴은 프리미어 펄리 레이스 오토매틱 36mm에서 그 얇은 두께의 머더오브펄을 레이스 패턴으로 깎아내며 정교한 섬세미를 뽐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주로 의상에서 볼 수 있는 레이스를 연상시키는 정교한 패턴을 시계에 구현해냈습니다. 다이얼 중심부에서는 화이트 머더오브펄을 선레이 형태로 깎았고, 좀 더 바깥쪽에서는 꽃을 연상시키는 플로럴 형태로 깎아내 레이스 패턴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레이스 패턴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입체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뒤에 블루 머더오브펄을 한 겹 더 레이어링했습니다. 빛을 받으면서 화이트 & 블루 머더오브펄이 고유의 빛깔을 반사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철저히 여성을 타깃으로 한 시계지만 자동 무브먼트 HW2008을 탑재했고,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을 통해 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디자인했습니다. 블루 머더오브펄 모델에는 블루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매치했고, 화이트 & 블루 머더오브펄 대신 타히티 & 버건디 머더오브펄을 믹스한 버건디 모델도 선보였습니다. 해리 윈스턴에 따르면 머더오브펄을 제공(!)해주는 조개가 제각각의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시계가 고유의 매력을 지닌다는 설명입니다.
머더오브펄을 얇게 깎아내 무브먼트를 은근히 드러낸 라도 VS 얇게 깎아낸 머더오브펄로 예술적인 레이스 패턴을 만들어낸 해리 윈스턴. 여러분은 어느 머더오브펄에 더 끌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