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각을 알려주는 월드타이머 기능은 투르비용이나 미니트리피터에 비교하면 꽤나 실용적인 컴플리케이션 기능입니다. 보통 월드타이머 하면 도시명이 다이얼 주위를 둘러 싸고 있고, 별도의 바늘 혹은 인디케이터가 존재해 다른 곳의 시간을 표시해주는 형태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이번 VS에서는 가히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월드타이머,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할 수 있는 월드타이머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BREGUET - Classique Hora Mundi 5727
우선 브레게의 클래식 오라 문디(Classique Hora Mundi)가 출사표를 던집니다. 클래식 오라 문디 5717은 2011년 등장하자마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월드타이머였기 때문입니다. 다이얼 위에 한 쌍의 바늘 밖에 없다는 사실이 특히 그랬습니다(서브 다이얼조차도 없었습니다). 월드타이머라 하면 응당 최소 2개 이상의 시간을 알려줘야 하는데, 어떻게 한 쌍의 바늘로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인지 처음 봤을 때는 의아했죠. 그 비결은 클래식 오라 문디가 '기억력'이 비상한 시계라는 데 있습니다. 푸시 버튼을 눌러 원할 때 홈타임과 로컬 타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인스턴트-점프 타임존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푸시버튼을 누를 때마다 바늘이 순간 이동(!)을 합니다. 덕분에 매우 간결한 모습의 다이얼을 완성할 수 있었죠.
- 클래식 오라 문디 5717
올해 이 클래식 오라 문디가 새로운 클래식 오라 문디 5727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등장했습니다. 클래식 오라 문디 5717은 가운데 미대륙, 유럽 & 아프리카 대륙, 아시아 & 오세아니아 대륙을 담아낸 지도를 담고 있는 세 버전으로 선보였지만, 이번 5727에서는 지도 자리에 클루드파리 모티브를 장식하며 더욱 단정하게 단장했습니다.
- 클래식 오라 문디 5727
기본적으로 기능은 전작과 비슷합니다. 낮/밤 인디케이션과 도시 인디케이션이 동시에 연동된 인스턴트-점프 타임존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갖춘 기계식 시계입니다. 두 개의 타임 존을 '기억'해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요. 8시 방향 푸셔를 돌리고 누르는 방식으로 홈타임과 로컬 타임을 기억시켜 두면 언제든지 원할 때마다 푸시 버튼을 눌러 두 개의 시간을 오가며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홈 타임을 (아쉽게도 서울은 없으니 대신) 도쿄, 로컬 타임을 파리로 설정합니다. 파리 여행 중에는 파리 시간으로 표시를 해놓다가 문득 한국의 시간이 궁금할 때 푸시 버튼을 누르면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바늘이 한국 시간으로 이동합니다. 12시 방향에 날짜창이 있는데 연속된 세 개의 숫자 중 해당하는 날짜를 원형 인디케이터가 감싸고 있습니다. 그런데 푸시 버튼을 누르면 이 인디케이터 역시 해당 지역의 날짜로 점핑합니다. 파리 시간으로 돌아오려면 푸시 버튼을 다시 누르면 됩니다. 2011년 두께 13.55mm에서 올해 12.6mm로 얇아지며 더욱 간결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VS
VACHERON CONSTANTIN - Traditionnelle World Time
사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역의 시간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시계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 같습니다. 전 세계 37개 타임 존의 시각을 시계 다이얼에서 동시에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바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트래디셔널 월드 타임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시계 역시 브레게의 클래식 오라 문디와 탄생 년도가 2011년으로 동일합니다. 단순히 1시간 단위의 차이가 나는 도시 뿐 아니라 국제표준시(UTC) 기준으로 15분, 30분 차이가 나는 도시의 시각까지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보통 도시들이 UTC 기준으로 분은 차이 없이 시간만 달라지는 데 반해 몇몇 도시는 15분, 30분 단위로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일례로 2007년 베네수엘라는 풀 타임 존에서 하프 타임 존으로 변경했는데, 따라서 UTC 시각보다 4시간 30분 늦어집니다. 또 15분 단위를 적용하는 네팔의 경우 5시간 45분이 빠릅니다.
사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월드타이머와 깊은 인연을 자랑합니다. 1932년 월드 타임 메커니즘을 장착한 첫 시계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루이스 코티에가 무브먼트를 개발했는데, 그가 바로 24시간 타임존을 표시하는 무브먼트를 개발한 그 '코티에'입니다. 다이얼 주변으로 1부터 24 숫자가 적힌 디스크가 회전하고, 바깥 베젤 부분에 세계 도시들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첫 '코티에' 메커니즘 시계는 세계 31개국의 시간을 동시에 읽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월드 타임 시계를 소개한 바쉐론 콘스탄틴은 1957년 이집트 왕족의 요청으로 최초의 월드 타임 손목시계를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다시 트래디셔널 월드 타임으로 돌아와서, 이 시계가 37개의 타임 존을 담을 수 있었던 데는 특허를 받은 제네바 홀마크 인증 칼리버 2460WT의 공이 컸습니다. 세계 시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낮과 밤을 음영 처리한 사파이어 다이얼을 통해 밤낮 구별도 가능합니다. 이 모든 기능을 크라운 하나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조작 방법 역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원하는 지역과 그곳에 해당하는 시간을 6시 방향의 검은 삼각형에 맞추면, 나머지 36개국의 시간도 저절로 현지 시각에 맞게 세팅되기 때문에 도시에 해당하는 눈금을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됩니다. 다이얼 가운데에는 람베르트 도법의 세계 지도가 자리해 정교한 느낌을 더하는 동시에 이 시계가 월드타이머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탑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두 개의 월드타이머. 여러분들은 어떤 스타일에 더 끌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