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제품-고객서비스 부사장 장 클로드 모나숑(Jean-Claude Monachon) 인터뷰
타임포럼은 지난 3월 30일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위치한 오메가(Omega)의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오프닝 이벤트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마침 한국을 방문한 오메가 부사장이자 제품 & 고객 서비스 부문 수장인 장 클로드 모나숑(Jean-Claude Monachon)을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회원님들께 전해 드립니다.
** 장 클로드 모나숑(Jean-Claude Monachon) 오메가 부사장은?
1957년 스위스 생모리스에서 태어난 장 클로드 모나숑은 스위스 뇌샤텔에서 대학교까지 모든 학업을 마쳤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스위스 마린에 위치한 에보슈 일로트로닉 사에서 세일즈 및 제품 개발 코디네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1982년부터 1994년까지 제네바와 뇌샤텔에 각각 위치한 불가리 타임(Bulgari Time)의 세일즈 디렉터를 거쳐 CEO까지 역임한다.
불가리 퇴사 후에는 1997년까지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스와치 그룹 및 오메가에는 1997년 합류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모나숑은 오메가의 제품 개발에 누구보다 깊게 관여하며, 첫 코-액시얼 시리즈 개발(1999년)부터
2000년대 출시된 거의 모든 오메가 시계 및 매뉴팩처 무브먼트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현재 그의 공식 직함은 오메가의 부사장이자 제품 & 고객 서비스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 지난 2008년에 오픈했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1년여의 리뉴얼 공사 끝에 올해 3월 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상 5층 건물에 지하 1층 주차장과 옥상을 포함하여 약 280여 평(930m2)의 규모를 자랑하며,
1, 2층은 기존 부티크와 동일한 매장이며, 3, 4층은 갤러리로, 5층은 라운지로 운영된다.
바젤월드 프레젠테이션 때 보고 다시 보게 되니 무척 반갑다. 한국 방문 소감을 들려달라.
우선 나는 한국 음식에 벌써 매료되었다.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에 왔는데 당시 기내식으로 제공된 '비빔밥'이 정말 맛있었다.
비빔밥을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웃음)
한국은 오메가 있어 매우 중요한 국가다.
한국 방문이 나는 이번이 처음인데,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오프닝 건과 글로브마스터 런칭 관련한 일로 찾게 되었다.
- 지난달 30일 저녁 오메가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오프닝 테이프 커팅 이벤트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
사진 좌측부터, 신연희 강남구청장, 최희전 스와치 그룹 지사장 겸 오메가 코리아 브랜드 매니저, 장 클로드 모나숑 오메가 부사장, 배우 김효진 & 유지태 부부 순.
청담동 명품 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한다는 것은 그 매장의 규모를 떠나서 한국 시장에서는 상징적인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 과정에서 브랜드의 어떠한 모습을 더욱 강조해서 보여주고자 중점을 두었는가.
플래그십 스토어는 기존 고객들과 컬렉터들, 새로운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DNA와 전체 컬렉션을 알리고 그들과 소통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다.
고객들에게 각각의 컬렉션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의미, 주요 모델이 차지하는 위상과 가치 등을 설명하기에 그만인 곳이다.
또한 오메가의 주요 테크놀로지인 리퀴드메탈, 세라골드, 세드나, 실리콘 헤어스프링 등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용어들을 직원들에게 철저하게 교육시켜 배치함으로써 고객들이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오메가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1층 매장 전경
- 오메가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3층 갤러리 전경.
이번 리뉴얼 오픈을 기념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글로브마스터 전시회가 4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
이번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재오픈을 맞아 3층에서는 글로브마스터와 마스터 크로노미터 관련한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
이 공간에서는 오메가가 추구하는 안티 마그네티즘(항자기장)에 관한 심도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우리들이 평상시 MRI 기계와 같은 매우 강력한 자기장에 노출될 일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주변 기기들을 통해 일상적으로 항상 자기장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보이지 않는 요소들로 인해 기계식 시계는 손상을 입게 된다.
이건 여담인데, 오메가가 안티 마그네티즘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십수 년 전,
일례로 일본의 CS 센터에 접수되는 70% 정도의 시계들이 자기장에 의한 손상 때문으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오메가 시계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줄 오해하기 쉽다.
시계의 기계적인 결함이 전혀 없음에도 자기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만큼 낮았던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간과할 수 없었다.
우리의 기술개발팀은 나와 함께 꾸준한 연구를 통해 안티 마그네티즘을 연구해왔고, 현 15,000 가우스 정도의 강력한 항자 성능을 갖춘 시계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 런칭한 시계브랜드 중 오메가만큼 전세대를 고르게 아우르는 브랜드도 드물다.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가 한국의 고객들에게 어떠한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하는가.
할아버지, 아버지를 거쳐 대를 이은 오메가 시계의 구매 경험은 분명 오메가라는 브랜드를 친숙하게 느껴지게 한다.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고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는 많지 않다. 오메가는 분명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본다.
오메가는 1894년 스위스 브랜드로는 매우 드물게 대량생산이 가능한 산업화된 생산시설과 일련의 무브먼트를 갖추고 있었다.
이 아이코닉한 무브먼트에서 '오메가'라는 현재의 브랜드명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후 1970년대 쿼츠 위기에도 오메가는 굳건히 성장해왔다.
회상하건대, 1979년 나는 당시 시계 업계 주요 CEO들이 모인 한 비공식 워치 포럼에 출입했었다.
나는 매우 젊었고 그들에게 커피를 날라주면서 귀동냥으로 시계 업계의 소식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 시절 대다수 CEO들은 기계식 시계는 곧 사라질 것이고 왜 우리가 기계식 시계를 만들어야 하냐는 목소리를 내곤 했다.
하지만 오메가는 기계식 시계 제조를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오메가가 현재의 위치에 있게 된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지속성 덕분이다.
오메가의 플래그십 부티크는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변화된 오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예전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던 사람들이 자녀들과 함께 오메가 부티크를 찾으면 그들이 알던 수십 년 전의 오메가에서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간 당신은 오메가의 제품 개발에 깊게 관여해 왔다. 오메가에서의 커리어를 돌이켜 봤을때 스스로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순간 3가지를 꼽는다면?
정말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럼에도 우선 하나 꼽자면, 1999년 첫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대량생산했을 시점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뿌듯하게 여기는 기억은,
2001년 지금은 돌아가신 니콜라스 하이예크(Nicolas G. Hayek) 스와치 그룹 회장님을 설득해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에타(ETA)가 아닌 오메가의 인하우스 무브먼트에 적용하도록 추진한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故 하이예크 회장님께 제안을 드렸지만 예전에는 거절을 당했었다. 그러나 끊임없는 설득 끝에 2001년 초반에 마침내 승낙을 받아냈다.
이후 2007년 코-액시얼 설계를 더해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새 매뉴팩처 자동 8500 칼리버와 이를 탑재한 드빌 아워 비전이 출시되었을 때도 벅찬 감정을 느꼈다.
이는 비단 오메가 역사의 한 마일스톤이 되는 중요한 사건일 뿐만 아니라, 오메가의 브랜드 가치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면, 2013년 15,000 가우스 항자 성능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모델을 선보인 것도 언급하고 싶다.
이 모든 여정의 핵심은 무브먼트의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
코-액시얼 시리즈의 진화 과정은 오메가 역사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장에 속한다.
이 과정을 주도한 한 사람으로서 최근의 마스터 크로노미터를 확립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1990년대 말 개발자인 조지 다니엘스 박사와 함께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처음 연구할 때만해도 이 작은 부품 하나 때문에 시계가 작동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제조 자체도 까다로운 섬세한 부품인데다 이론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이를 막상 무브먼트에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여정을 통해 오메가는 더욱 진보적인 기술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2011년 하이예크 주니어(Georges Nicolas "Nick" Hayek, Jr.) 회장님이 내게 "모나숑 다음 무브먼트 개발에 있어 무엇에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가?"하고 물었을 때,
나는 일말의 주저없이 "새로운 무브먼트는 완전한 안티 마그네틱 설계여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이예크 회장님 역시 내 의견에 동조했고 오메가는 더욱 심도 깊은 안티 마그네티즘 연구에 착수했다.
당시 나는 MRI 기기 안에서도 견딜 수 있는 15,000 가우스 이상의 강력한 안티 마그네틱 성능을 요구했는데,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했다.
게다가 나는 데이트 표시 기능이 있어야 하고 시스루 케이스백을 사용해 아름다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다시피 밀가우스나 인제니어처럼 전통적인 안티 마그네틱 설계의 시계들은 연철 소재의 패러데이 이너 케이지를 사용해 솔리드 케이스백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나는 현대의 시계애호가들 취향에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안티 마그네틱 시계를 원했다. 나는 내 고집을 끝까지 관철했고 타협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무브먼트의 주요 부품들 소재의 실질적인 변화를 강구했다.
그리고 1년 반 정도의 연구 개발 끝에 마침내 2013년 바젤월드에서 시스루백 구조에도 15,000 가우스를 견디는 아쿠아 테라 시계를 선보일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오메가 기술 개발팀의 노력이 사람들로 하여금 안티 마그네틱 시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데 얼마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스터 크로노미터(Master Chronometer) 인증과 관련해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면 인증에 관한 수많은 조항들이 있고, 오메가 시계와 주요 메커니즘에 관한 어느 정도의 이해도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단하게 보면 이렇다. 나 혼자만 '이 시계 최고야'라고 주장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10명의 사람들이 '그 시계 최고지'라고 인정을 하면 사람들은 믿게 마련이다.
고로 나는 우리의 새로운 인증 체계는 오메가 자체적인 것이 아닌, METAS라는 스위스 연방 소속의 독립 인스티튜트를 통해 공인을 받기를 원했고 이를 현실화했다.
- 2016년 신모델 글로브마스터 마스터 크로노미터 애뉴얼 캘린더(Globemaster Master Chronometer Annual Calendar)를 소개한 공식 필름.
올해 6개의 새로운 마스터 크로노미터 무브먼트와 다양한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오메가의 이러한 끊임없는 기술적 성장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작년 말 오메가는 METAS 인증을 받은 첫 마스터 크로노미터 무브먼트와 이를 탑재한 글로브마스터를 시계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들을 충족하기 위한 제조 기반과 개발은 이미 그 전에 완료돼 있었다.
그렇기에 올해 바젤월드서 6개의 새로운 마스터 크로노미터 무브먼트와 신제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향후 몇년 안에 오메가의 모든 코-액시얼 시계들을 마스터 크로노미터 사양으로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내 생각에 늦어도 2020년 안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사진 좌측부터, 오메가 시계 제조 부문 부사장 안드레아 홉메이어(Andreas Hobmeier), 오메가 대표인 스테판 우콰트(Stephen Urquhart),
METAS 디렉터 크리스티앙 보크(Christian Bock), 스와치 그룹 CEO 닉 하이예크(Nick Hayek) 회장 순. 사진은 METAS 연구소 내부서 촬영됨.
개인적으로 오메가 매뉴팩처 체험은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이해하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되었다.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매뉴팩처 체험의 기회를 늘릴 계획은 혹시 없는가?
지금은 100% 확신할 수 없지만, 당신도 본사를 방문해 봤다시피 현재 우린 새로운 빌딩을 짓고 있고, 향후 1층에 METAS 인스티튜트가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는 수월하게 METAS 시설을 견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내가 결정한 부분이 아니라서 확답은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작한 매뉴팩처 및 METAS 관련 소개 영상과 사진 자료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오메가는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럼에도 최근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가 적지 않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바라보는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한국에서 다른 브랜드들 사정이 어떤지는 내가 언급할 수 없겠지만, 흥미로운 건 경기 침체가 있으면 오메가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경기가 불안하면 사람들은 소비에 더욱 주의하게 되고 보수적으로 되는 경향이 있다.
즉 고객들은 더 믿을 만한 회사와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제품에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고로 나는 이러한 시기에도 오메가의 한국,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매출에 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 이번 방한 때 신제품인 글로브 마스터 애뉴얼 캘린더 모델을 착용한 장 클로드 모나숑 부사장
식상한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오메가 시계를 몇 개 정도 보유하고 있고 그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믿기 힘들지 모르지만 난 사실 2개인가 3개 정도의 오메가 시계만 갖고 있다.
평소 프로토타입 모델을 착용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시계를 바꿀 수 있다. (웃음)
흠...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시계는 없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늘 "다음에 출시될 오메가 시계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계야"라고 말하곤 한다.
모두 다 내 자식 같기 때문에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오메가 시계를 고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낳은 자식 누구 하나를 편애할 수 없듯 시계 역시 마찬가지다.
여담이지만, 어린 시절 흑백 TV를 통해 첫 달착륙 장면을 지켜봤을 때만 해도(1969년 당시 12살) 나는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착륙선 조종사와 함께한 아이코닉한 '문워치'를 제조한 오메가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 이렇게 흥미롭다.
우리가 매일 착용하는 시계 역시, 특히 문워치처럼 핸드 와인딩 방식이라면 매일 아침마다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데,
나는 이러한 행위가 친구에게 생명을 부여해주는 행위라고 본다.
오메가 시계를 사랑하는 한국의 고객들과 타임포럼의 오메가 포럼 회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