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부스는 '파빌리온(Pavillion)'이라고 부릅니다. 정신 없는 바젤 전시장 한 가운데에서 마치 도심 속 평화로운 정원처럼 여유로운 휴식처를 제공하죠(솔직히 저도 취재하는 동안 가끔 그곳 벤치에 들러 휴식을 즐기곤(!) 했습니다).
올해 신제품은 슬림 데르메스 컬렉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에르메스가 야심차게 런칭한 라인이죠. 절제된 디자인과 아티스트 필립 아펠로아의 타이포그래피를 도입한 독특한 숫자 인덱스가 특징으로 울트라-씬 무브먼트 H1950을 탑재한 슬림 데르메스 39.5mm, 퍼페추얼 캘린더, 그리고 여성을 위한 32mm와 25mm(25mm는 쿼츠)를 소개했습니다. 올해는 39.5mm 사이즈의 슬림 데르메스 컬렉션에 컬러를 입히며 생동감을 부여한 모습이었습니다.
남성 컬렉션의 경우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에 일명 '엘리펀트 그레이(왠지 유머러스한 이름입니다)' 악어 가죽 스트랩, 그리고 블루 다이얼에 매트 인디고 악어 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제품이 추가되었습니다. 여성 컬렉션의 경우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과 세팅하지 않은 버전에 블랙, 사파이어 블루, 엘리펀트 그레이, 제라늄(밝은 레드 컬러), 블랙커런트(퍼플 컬러) 컬러 스트랩을 매치해 그야말로 다채로운 컬러 향연을 보여줍니다.
- 슬림 데르메스 매뉴팩처(남성용)
- 슬림 데르메스 매뉴팩처(여성용)
안에 탑재한 자동 무브먼트 H1950은 에르메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보셰(Vaucher)에서 제작한 매뉴팩처 무브먼트로 6시 방향의 스몰 세컨즈 기능과 42시간 파워 리저브가 특징입니다. 마이크로 로터를 채택해 구현한 2.6mm의 얇은 두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같은 슬림 데르메스 라인에서 미니멀함을 극대화하는 에나멜 그랑푀 다이얼도 소개했습니다. 특히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의 경우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순백의 티없는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구리 플레이트 위에 불이 붙지 않는 비밀(!) 레시피의 베이스를 바른 후 가는 붓으로 화이트 에나멜 파우더를 얇게 바른 후 800~900도의 고온에서 굽는 과정을 거칩니다(한 번의 실수만으로 그 때까지의 작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3단으로 장식한 에나멜 다이얼에 마지막으로 아워 마커를 입히는 데, 블랙 에나멜 페이스트를 티없이 찍어내는 과정 역시 인내심을 요합니다. 역시 39.5mm 사이즈로 안에는 H1950을 탑재했습니다.
에르메스하면 또 가죽 아니겠습니까? 에르메스는 매뉴팩처 무브먼트 H1912를 탑재한 포켓 워치 '포켓 플랑 큐어(Pocket plein cuir)'와 작은 다이얼이 특징인 '포브르 만쉐트 주얼리(Faubourg Manchette Joaillerie)'를 통해 가죽 부문에서의 노하우를 뽐냈(!)습니다. 전자의 경우 이음 솔기를 통과하는 쓰루심(through-seam) 스티칭 등의 마구 제조 기법을 활용했고, 후자의 경우 장인들이 세 번의 겹스티칭을 해 마무리하는 새들 스티칭 기법을 사용해 스트랩을 완성했습니다.
- 포켓 플랑 큐어
에르메스는 패션과 시계 전반에 거쳐 한 해의 큰 주제를 선정해 그 주제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을 선보이는데요. 2016년의 주제는 '자연으로의 질주(Nature at Full Gallop)'입니다. 바로 인그레이빙과 에나멜링 기법을 접목한 세 개의 포켓 워치 '라 프롬나드 드 플라톤(La promenade de Platon, 플라톤(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맞습니다)의 산책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와 머더오브펄에 미니처어 페인팅을 접목한 화려한 '슬림 데르메스 밀 플뢰르 드 멕시끄(Slim d'Hermes Millefleurs du Mexique)'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 라 프롬나드 드 플라톤
- 슬림 데르메스 밀 플뢰르 드 멕시끄
이외에도 다이얼 위에서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한 아소 타이거(Arceau Tigre), 표범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슬림 데르메스 포켓 판테르(Slim d'Hermes Pocket Panthere) 등도 에르메스의 예술혼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 아소 타이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에서부터 에브리데이 워치(Everyday Watch)로 손색 없는 웨어러블한(!)한 시계까지, 에르메스 고유의 색깔이 느껴지는 제품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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