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입구에서부터 비늘을 연상시키는 휘황찬란한 부스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올해 불가리는 남성용 시계와 여성용 시계에 골고루 공을 들인 모습입니다. 또 남성 시계와 여성 시계 모두 컴플리케이션을 비롯해 기존 라인의 컬러와 소재 베리에이션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이기 위해 애쓴 모습도 엿보였습니다. 태그호이어 출신 CEO 장 크리스토프 바빈의 영향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우선 첫 주자는 불가리의 새로운 시그너처 모델로 자리잡은 옥토 라인입니다. 옥토 피니시모 미니트리피터(Octo Finissimo Minute Repeater)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니트리피터로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케이스 두께 6.85mm, 그리고 안에 탑재한 BVL 칼리버 362의 두께는 3.12mm입니다. 참고로 바쉐론 콘스탄틴의 패트리모니 울트라-씬 미니트리피터 칼리버 1731의 두께가 8.09mm(무브먼트는 3.90mm),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울트라 씬 미니트리피터 플라잉 투르비용의 두께가 7.9mm(무브먼트는 4.8mm)인데, 이 기록을 모두 갱신했습니다. 2014년 울트라씬 투르비용과 울트라씬 핸드와인딩 무브먼트 등에 이어 울트라씬을 향해 달려온 불가리의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작은(!) 공간 속에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공명을 좋게 하기 위해 고심했는데요. 우선 케이스 소재는 저밀도(low density) 금속인 티타늄을 채택해 소리 전달을 최적화했고, 케이스에 직접 부착한 공은 일일이 손으로 모양을 잡았으며, 역시 티타늄으로 제작한 다이얼의 인덱스는 자세히 보면 뚫려 있어 이 역시 소리의 효율적인 전달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미니트리피터임에도 50m 방수가 가능한 옥토 피니시모 미니트리피터는 전 세계 50피스만 한정 생산한다고 합니다.
- 옥토 피니시모 미니트리피터
'울트라네로'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블랙을 키워드로 해 DLC 코팅한 티타늄, 블랙 래커 다이얼 등 '올블랙' 혹은 '거의 올블랙(almost-all-black)'으로 선보인 옥토 울트라네로 라인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울트라네로 컬렉션에서는 바늘과 아워마커, 혹은 베젤 등에만 골드를 살짝 가미하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주며 베리에이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블랙 컬러를 가미해 시크한 모습으로 선보인 옥토 피니시모 스켈레톤(Octo Finissimo Skeleton)은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2.35mm에 불과한 칼리버 BVL 128SK는 스몰 세컨즈와 65시간 파워 리저브 디스플레이 기능을 탑재했는데, 특히 블랙과 골드의 조화가 매력을 배가시킵니다.
- 옥토 피니시모 스켈레톤
또한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Octo Finissimo Tourbillon)은 1.95mm 두께의 BVL 칼리버 268 피니시모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40mm 사이즈 케이스는 DLC 코팅한 티타늄 소재로 제작했고, 18K 핑크 골드 크라운에는 블랙 세라믹으로 포인트로 가미했습니다. 블랙 래커 처리한 아플리케 아워 마커로 블랙의 매력을 강조한 다이얼 6시 방향에서 투르비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탑재한 41mm 사이즈 DLC 코팅 스틸 케이스의 옥토 벨로치시모(Octo Velocissimo)와 역시 같은 소재로 제작한 41mm 사이즈 오토매틱 시계 옥토 솔로템포(Octo Solotempo)도 라인업에 추가되었습니다. 모두 러버 스트랩을 매치했고, 100m 방수가 가능합니다.
- 옥토 벨로치시모
- 옥토 솔로템포
작년 선보인 디아고노 마그네슘에 이어 42.5mm 사이즈의 디아고노 마그네슘 크로노그래프 모델도 추가되었습니다. 마그네슘, 세라믹, PEEK(PolyEtherEtherKetone, 항공기나 우주선 디자인에 주로 사용하는 금속이라고 합니다. 가벼우면서 견고한 것이 특징입니다.) 등의 현대적인 신소재를 활용했고, 벌커나이즈(vulcanize) 처리한 러버 스트랩을 매치했습니다. 아, 또 모터스포츠 부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모토락(Motorlac)이라는 래커를 적용했는데, 이는 미적으로도 독특한 텍스처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한 겹을 코팅하며 시계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컬러는 레드, 블루, 그레이, 블랙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반사 방지 처리를 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을 통해 무브먼트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 디아고노 마그네슘 크로노그래프
불가리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르펜티 컬렉션도 물론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항상 통통(!)하고 입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했던 세르펜티가 올해는 편평한 모습으로 변신을 꾀했습니다. 바로 세르펜티 인칸타티(Serpenti Incantati)가 그 주인공인데요. 참고로 인칸타티는 'enchanting'이라는 의미로 홀리는 뱀, 매혹적인 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원형 다이얼 주변을 뱀이 휘감고 있는 것처럼 디자인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 중 특히 세르펜티 인칸타티 스켈레톤 투르비용은 여성을 위한 컴플리케이션 시계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스켈레톤 자태가 매우 유혹적이면서도 모던한 느낌입니다. 41mm 사이즈에 핑크 골드(50피스 한정 생산)와 화이트 골드(30피스 한정 생산) 모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세르펜티 인칸타티 스켈레톤 투르비용
주얼리 버전은 4가지 모델로 선보였는데, 핑크 골드 케이스에 루벨라이트를 세팅하고 새틴 스트랩이나 브레이슬릿을 매치한 모델, 혹은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새틴 스트랩이나 브레이슬릿을 매치한 모델이 그것입니다. 지름은 모두 30mm입니다.
- 세르펜티 인칸타티 주얼리 버전
오닉스와 코럴을 믹스한 26mm 사이즈의 모델도 컬러풀한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세르펜티 스피가는 블랙 & 화이트의 모던한 세라믹 버전으로 소개했습니다. 세라믹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뱀처럼(!) 유연한 브레이슬릿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라운에도 블랙과 화이트 세라믹 카보숑을 세팅한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 세르펜티 스피가
올해는 전반적으로 퍼플 컬러도 꽤 눈에 띄었는데요. 불가리에서도 퍼플 래커 다이얼의 스틸 버전과 골드 & 스틸 콤비 버전의 세르펜티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외에도 다섯번 똬리를 튼 버전이나 진짜 뱀을 보는 듯 생동감 넘치는 주얼리 버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일 지아르디노 파라디소
이외에도 케이스와 다이얼, 브레이슬릿까지 스노세팅으로 촘촘하게 세팅해 눈부신 반짝임을 선사하는 하이 주얼리 버전도 선보였습니다. 자그마치 10.9캐럿의 1859개 스톤, 그리고 117g의 골드가 사용되었습니다.
- 루체아 하이 주얼리 버전
- 피콜라 루체아
이와 더불어 28mm, 33mm, 36mm 다양한 사이즈에 각각 사파이어와 아메시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기요셰 블루와 퍼플 컬러 다이얼, 그리고 로마 숫자 인덱스나 다이아몬드 아워 마커로 장식한 새로운 컬러의 루체아 모델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28mm는 쿼츠, 33mm와 36mm는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했습니다.
- 루체아 뉴 컬러 모델
기존의 디바 컬렉션이 디바스 드림(Diva's Dream)이라는 좀 더 몽환(!)적인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그 중에서도 레트로그레이드 분과 점핑 아워 기능을 갖춘 푸른 빛의 라피스라줄리 다이얼 모델과 레드 빛의 하트 오브 루비(Heart of Ruby) 다이얼 모델이 눈에 띄었습니다. 독특한 브라운 아세테이트 다이얼, 그리고 다이아몬드를 풀 파베 세팅한 다이얼 버전의 디바스 드림도 기존과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했습니다.
- 디바스 드림
불가리는 남성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 달성이라는 성과를 이룬 것과 더불어 컴플리케이션은 물론 클래식, 스포티 등의 다채로운 카테고리에서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여성 부문에서는 다양한 라인업과 베리에이션은 물론 특히 여성의 취향을 저격한 컴플리케이션이 돋보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색깔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합리적인 노선을 걷고자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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